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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회 화요음악회가 ZOOM으로 열렸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다시 심해진 코로나로 인해 뉴질랜드 전역에 록다운(lockdown)이 선포돼 그 동안 화요음악회를 열 수 없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마음 놓고 만날 수 없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에 살면서 우리의 삶에서 ‘만남’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깨우쳐 주는 요즈음입니다. 이런 답답하고 안타까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자 교민 기독교 신문 크리스천라이프에서 ZOOM 화요음악회를 제안하셨습니다. 저도 처음이라 자신이 없었지만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는 말씀을 믿고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이승현목사님을 비롯한 크리스천라이프 모든 분의 전격적인 지원으로 다행히 첫 ZOOM 화요음악회가 성공적으로 열릴 수 있었습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셨고 멀리 한국에서까지 시간을 맞춰 참석하고 성원해 주셨습니다.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리고 특히 이를 이끌어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다음은 진행된 내역입니다
첫 ZOOM 음악회이고 또 계절이 가을로 바뀌는 때라 옛날을 뒤돌아보며 비교적 가벼운 그리고 가을에 맞는 음악들로 선택했습니다.
이브 몽땅(Yves Montand)의 고엽((枯葉: Les Feuilles Mortes)
프랑스의 국민 배우이자 영화 배우이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투사였던 이브 몽땅(1921-1991)은 이탈리아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두 살 때 프랑스의 항구 도시 마르세유로 가족이 몽땅 이주한 뒤 어렵게 자라났습니다. 청소년 시절엔 노동도 하고 동네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2차대전이 터지자 독일군을 피해 파리로 가서 노래를 하다가 샹송의 여왕 에디뜨 피아프(Edith Piaf)를 만나 극장식당 ‘물렝 루즈’에서 같이 공연을 하게 됩니다.
얼마 뒤 피아프와 같이 영화 ‘밤의 문’에 출연해서 불렀던 노래 ‘고엽’이 불후의 명곡이 되고 그는 세계적 명성을 얻습니다. 이 노래는 미국으로 건너가 ‘Autumn Leaves’라는 제목으로 크게 히트하여 영미 가수들의 애창곡이 되었습니다.
노래를 듣기 전 가사를 살펴보았습니다.
자크 프레베르(Jacques Prevert)의 시(詩)
고엽(Les Feuilles Mortes)은 프랑스 시인 자크 프레베르(Jacques Prevert)의 시(詩)에 헝가리 출신의 피아니스트 조셉 코스마가 곡을 붙인 노래입니다. 멜로디도 좋지만 사랑과 이별과 삶을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시(詩)가 마음에 와 닿기에 한번도 안 들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밖에 안 들은 사람은 있을 수 없는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처음이 다음과 같이 시작하지요.
Oh ! je voudrais tant que tu te souviennes 오! 나는 그대가 기억하기를 간절히 원해요
Des jours heureux où nous étions amis. 우리가 정다웠었던 행복한 날들을
En ce temps-là la vie était plus belle 그 때 그 시절 인생은 그렇게도 아름다웠고
Et le soleil plus brûlant qu'aujourd'hui. 태양은 오늘보다 더 작열했었지요
Les feuilles mortes se ramassent à la pelle. 낙엽이 무수히 나뒹굴어요........(하략)
이브 몽땅이 부르는 이 노래를 듣노라면 왜 프랑스 사람들이 그렇게도 자기 나라 말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지 이해가 갑니다. 새가 지저귀듯 부드러운 프랑스 말은 사랑과 인생을 속삭이기에 더없이 좋은 언어입니다.
https://youtu.be/3k9Zv06Ub3I 나이 든 이브 몽땅이 부른 고엽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의 사계 중 가을
사계(四季, 이탈리아어: Le quattro stagioni)》는 이탈리아의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가 1723년에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작품 번호는 Opus 8, No. 1-4입니다. 이 곡은 본래 열두 곡이 포함된 《화성과 창의의 시도》의 일부분으로 출판되었으나, 사계절을 묘사한 첫 네 곡이 자주 연주되면서 현재와 같이 따로 분리되어 사계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붉은 머리의 사제”라는 별명을 지닌 비발디는 15세에 수도원에 들어가25세에 사제가 되었지만 한번도 미사를 접전한 일이 없는 괴짜 사제인데 그 이유는 몸이 약했기에 사제 직무를 면제 받았기 때문입니다. 650개가 넘는 곡들을 작곡한 다작의 작곡가입니다.
이 무지치와 바이올리니스트 펠릭스 아요의 연주
이 곡집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녹음은 이탈리아 실내악단인 이 무지치와 바이올리니스트 펠릭스 아요가 1955년에 네덜란드 음반사인 필립스와 만든 것입니다. 심지어 이 녹음을 '사계' 의 세계 최초 녹음으로 기록하는 문헌도 있지만 그 보다 먼저 녹음된 음반도 있다고 하기도 합니다. 여하튼 중요한 것은 아직까지 이 연주를 뛰어넘는 연주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이 연주로 가을만 들어봅니다.
모두 3악장입니다.
1악장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춤과 노래로 복된 수확의 즐거움을 축하합니다. 2악장에 이르면 1악장에서 먹고 마시며 즐기던 주정뱅이들이 만취한 상태로 곤한 잠에 빠집니다. 3악장이 시작되면 먼저 경쾌한 사냥 음악과 더불어 실감나는 사냥 장면이 음악으로 묘사됩니다.
게오르그 잠피르(Gheorghe Zamfir)가 불어내는 가을 색깔
팬파이프(Panpipe) 또는 팬 플룻(Pan Flute)이라고 부리는 악기의 종주국은 루마니아입니다. 갈대로 만든 여러 개의 세로 피리
를 연결시킨 목관악기인데 루마니아의 민속음악을 이 악기로 연주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사람이 작곡가이자 연주자인 잠피르입니다. 그의 노래 ‘외로운 양치기(The lonely Shepherd)’는 70년대 말에 세계를 휩쓸며 팬파이프의 신비한 음색을 모두에게 알렸습니다. 오래 전 어느 가을날 차를 타고 가다 FM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노래 ‘가을의 색깔(Couleurs d’automne)’를 듣고 동화의 세계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오늘 여러분과 같이 과연 소리로 표현되는 가을 색깔이 어떤지 들어보겠습니다. 잠피르(Zamfir)가 불어내는 가을 색깔입니다.
쇼팽의 야상곡(夜想曲)
영어로 Nocturne이라고 하는 야상곡(夜想曲)은 원래는 아일랜드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존 필드(John Field, 1782~1837)가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19세기에 유행한 오페라 장르)로부터 영향을 받아 고안한 음악 장르로 주로 피아노를 위한 작품을 말합니다. 벨칸토 오페라를 좋아했던 쇼팽은 이 장르에 영향을 받아 이 음악을 세련된 피아노 음악으로 발전 승화시켰습니다.
쇼팽은 모두 21개의 녹턴을 작곡했는데 특유의 다감한 감성을 음악에 담아 매혹적이면서도 슬픔이 배어 나오는 선율을 창조해냈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피아노는 듣는 이의 가슴에 조용히 다가옵니다. 어느 평론가의 말대로 쇼팽의 녹턴은 듣는 이를 마약보다 달콤한 꿈에 빠지도록 만듭니다.
21곡 모두 좋지만 그중 특히 사랑받는 2곡을 선택해서 듣습니다. (Fou Ts’ong의 연주입니다)
Nocturne No.2, in E flat major: 쇼팽의 야상곡하면 바로 이 곡을 일컬을 만큼 가장 널리 사랑 받는 곡으로 밤의 기분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감미롭고도 차분한 음악입니다. 달콤하면서도 애수에 젖은 선율의 연속입니다.
Nocturne No.20, in C-sharp minor: 영화 The Pianist에서 마치 주제가처럼 흐르던 곡입니다. 젊은 쇼팽의 고뇌와 애수가 진하게 묻어 나오는 이 곡은 바이올린과 첼로 곡으로도 편곡되어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는 곡입니다.
Chopin피아노 협주곡 1번 E 단조
쇼팽은 2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썼습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차원을 제시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은 낭만주의 협주곡 양식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작품으로 평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사이의 불균형이 단점으로 오랫동안 지
적 받아 왔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애호가들이 듣기에는 너무도 아름답기만 합니다.
오늘은 1번 협주곡중의 2악장 로망스를 듣습니다. 느린 악장의 2악장은 낭만적인 서정성의 효시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악장입니다. 약음기를 단 바이올린에 의해 짧은 서주가 나온 뒤 칸타빌레 주제의 피아노가 등장하며 아름답고 깊은 내면의 소리를 표현해냅니다. 특히 이 악장에는 쇼팽이 첫사랑 콘스타치아를 그리워하며 쓴 감미롭고도 서정적인 아름다운 선율이 가슴 아프게 흐릅니다. 마음 약한 쇼팽은 콘스타치아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고 폴란드를 떠났고 이국 땅에서 죽었습니다.
오늘 같은 세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로맨티스트이며 순진하기만 했던 청년 쇼팽의 애틋한 사랑을 생각하며 로망스 악장을 듣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가장 잘 연주했다는 Arthur Rubinstein의 독주 피아노와 Skrowaczewsky가 지휘하는 New Symphony Orchestra의 협연으로 듣습니다.
베토벤의 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한 로망스 2번 바장조, 작품번호 50
로망스(Romance)는 본래 15세기 스페인의 예술 가곡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18세기 말에는 기악 로망스가 유행이 되었습니다. 노래 대신 악기, 특히 바이올린과 어우러지는 로망스는 템포가 느리고 서정적이며 아름답습니다. 베토벤은 두 곡의 로망스를 작곡했는데 1번에 비해 이 2번의 선율이 훨씬 아름다워 사랑을 받습니다. 더욱이 전원풍을 연상시키는 F장조의 평화롭고 밝은 분위기가 곡 전체에 흐르기에 가을에 들으면 좋습니다. 베토벤도 이 곡을 아주 좋아해서 자주 연주했다고 전해집니다.
오늘 우리는 메뉴인(Yehudi Menuhin)의 바이올린으로 듣습니다.
베토벤의 현악4중주 15번 in A minor Op. 132, 신(神)에 대한 감사의 찬가
현악4중주는 4명의 현악 연주자로 이루어지는 곡으로 실내악의 가장 대표적인 장르입니다. 현악4중주를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정립한 사람은 요제프 하이든이며 그는 68편의 현악4중주를 작곡했습니다. 그러나 이 현악4중주를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린 사람은 베토벤이며 그는 단 악장의 대 푸가를 포함해 모두 17곡의 현악4중주를 작곡했습니다. 이 중에서 12번에서 16번의 다섯 곡과 대 푸가는 후기 현악4중주라 불리는데 이 곡들 속에는 베토벤의 내면의 사유의 정수가 들어있습니다.
말년에 베토벤은 병 때문에 자주 작곡이 중단되곤 했지만 더욱 현악4중주의 작곡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죽음을 앞둔 1822년에서 1826년에 쓰여진 후기 현악4중주의 모든 곡들에서는 베토벤의 완성된 음악관과 삶을 달관한 내면의 고백이 배어나옵니다.
이 곡들 중에서도 가장 사랑 받는 곡이 15번인데 모두 5악장으로 되어있으며 전체적으로 흐르는 서정적인 선율이 아름답습니다. 베토벤은 아플 때마다 곡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올까 봐 두려워하다 병을 떨치고 일어나면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현악 4중주 15번은 바로 이러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작품입니다. 그렇기에 3악장 몰토 아다지오의 악보에는 ‘회복기 환자의 신에 대한 감사의 찬가’라는 말이 적혀 있습니다. 2악장까지 작곡을 마쳤다가 아파서 병석에 누웠다가 다시 회복되어 3악장을 작곡하게 된 베토벤의 기쁘고 감사하는 마음이 잘 표현된 악장입니다.
영화 ‘카핑 베토벤’에서는 병석에 누운 베토벤이 안나 홀츠를 시켜 이 곡을 악보에 적게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베토벤이 고백합니다.
“신에 대한 감사야. 일이 끝날 때까지 살려주신 것에 대한 감사지. 신을 갈구하면 신께서 대답하신다. 구름이 열리고 사랑의 손길이 내려와 하늘로 들어 올린다. 바로 그 순간 인간은 영원 속에 거하게 된다. 땅은 존재하지 않아. 시간도 사라지고. 인간을 들어 올린 손길은 얼굴을 어루만져 신의 형상으로 빚어낸다. 그럼 신과 하나가 되는 거야. 평화 속에 존재하게 돼. 그럼 마침내 자유가 된다’
다시 한 번 영화를 생각하면서 15번 현악4중주의 3악장을 들었습니다.
이 곡을 잘 연주한 명반들은 무척 많습니다. Smetana 4중주단, Busch 4중주단, Budapest 4중주단들의 연주가 모두 좋습니다마는 우리는 정확하고 아름다운 연주로 알려진 Quartetto Italiano의 연주로 들었습니다.
하나님 말씀
마태복음 7장 16~20절입니다
16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지니 가시나무에서 포도를, 또는 엉겅퀴에서 무화과를 따겠느냐
17 이와 같이 좋은 나무마다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못된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나니
18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못된 나무가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없느니라
19 아름다운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혀 불에 던져지느니라
20 이러므로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리라
가을은 열매맺는 계절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뒤돌아보며 어떤 열매를 맺었는지 살펴볼 때입니다. 좋은 열매를 맺었으면 다행입니다. 더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혹시라도 열매가 없거나 부실하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예수님께 돌아서 간구할 것입니다. 사랑과 긍휼이 많으신 주께서 도와 주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첫 ZOOM 음악회가 성공적이었으니 다음 번에는 더 잘할 것을 기대해봅니다. 모두 건강 조심하시고 주님 은혜 안에 평안하세요.
정이정 청지기 석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