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수도권(?)으로 진입하여 친구들 모임에 나갈 수 있게 되어, 손수 담근 술을 종종 갖고 나갔다.
때마다 자주 듣는 질문은 ‘네가 담근 술이 막걸리냐? ’쉽고 평범한 질문인데, Yes/No 로 대답을 원하는 것 같고, 대답하려하니 Yes도 되고 No도 되고, 그렇게 대답하면 50년 전 우정을 복원하러 나와서 초치는 것 같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했었다.
그래서 친구들을 여주 나의 작업장 ‘돌이끼(石苔)선공방(膳工房)’으로 모셨다. 이에 앞서 옛 우리 전통 주방문(酒方文)의 한 방식대로 술을 담고, 또 옛 방식대로 용수를 밖아 놓았다. 이제 위 물음의 답을 술~~ 술~~ 늘어놓으려 한다.
첫째 – 대표적인 우리 술은 쌀, 누룩, 물 이 주 원료이다. 이 셋을 어떻게 가공하고, 섞고, 관리하느냐는 주방문(酒方文)에 따라 차이는 있는데 어떻던 이 셋을 빗어서 발효조(보통 전통적으로 항아리)에 넣고 보쌈을 하면 빠르면 1주일 넉넉하게 한 달 지나면 발효조 밑 부분에 맑은 술이 고이고 위로는 조박(糟粕)[재강, (술)지게미]이라는 건더기가 뜨게 된다. 이 맑은 술을 마시기 위해 용수라는 대나무로 만든 긴 바구니 모양의 필터를 박는다. 그러면 용수 안에 맑은 술이 고이게 되는데, 용수의 구조가 치밀하지 않아 더러는 쌀알이 동동 뜨기도 한다. 황진이와 벽계수가 이런 술을 마셨겠지요 . . .
내가 담근 술은 막걸리가 아닙니다. 청주(淸酒)이고 쌀알이 뜨면 동동주입니다.
淸酒라며 맑지가 않다고요? 술잔에 담으면 맑고 연한 노란색입니다. 흔히 이색갈의 술을 藥酒라 했습니다. 옛날에 흉년이 들면 술을 금지시켰습니다. 그러나 약으로 쓸려고 담그는 것은 허용이 되었는데 혹 들키더라도 약이라고 우긴 술이 藥酒입니다. 이제 술은 조금만 드십시다. 술을 약으로 처방한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둘째 – 맑은 술을 다 뜨고 나면 재강만 남는데 이를 고운 체에 거르던지 천으로 만든 자루에 넣어 짜면 뿌연 탁한 술을 얻게 되는데 탁주라 해야 옳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아는 막걸리 모습이니 이 상태로도 막걸리라 해도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아래 사람들이 마셨다고 합니다만 청주가 바닥났을 때에는 이 술 한 방울도 피 한 방울만큼이나 귀중했겠죠. 글쎄요 술이 거나하면 위아래가 있었겠습니까? 이 술은 점도가 높고 맛과 향이 매우 짙어 아래 것 들에게 양보하기에는 아까웠지 않았을까요.
하여튼 내가 담근 술 막걸리 맞습니다.
셋째 – 거르거나 짜는 것을 수월하게 하기 위하여 예전에는 가수(加水)를 하여 재강을 짰는데 그러면 알코홀 도수가 떨어지게 되어 보존성이 떨어지므로 냉장고가 없었던 옛날에는 마시고 싶을 때 조금씩 바로바로 짜서 마셨습니다. 막 걸러서 마셨기 때문에 막걸리입니다. 이때도 탁한 술이라서 탁주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요. 물을 어느 정도 첨가하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게 되겠지요. 물을 많이 섞어 알코홀 도수 3도 내외로 한 것은 농주(農酒)이고 잔칫집이나 제사용 술은 12도 내외였던 것 같습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막걸리는 6-8도 인데 주막집 술이 이정도 아니었겠나 추측합니다. 옛날에 알코홀 도수 따지며 가수했을 리 만무고 술 거르는 사람이 맛을 봐 가면서 적당히 했기 때문에 술도 잘 담아야 했겠지만 술 거르는 분의 맛 조절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기술이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겠지요.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이란 말 시조 중에 이런 구절 ‘ 아희야 박주 산채일망정 없다말고 내와라’는 막걸리의 가수하는데서 비롯한 것이겠지요.
실제 임계 발효 알코홀 도수가 16-18도 이므로 6-8도 정도로 낮추려면 물 반 술 반이 되겠죠. 술에 물 탄 것인지 물에 술 탄 것인지 그런 술입니다. 그러면 맛이 맹맹해질 것이 뻔합니다. 그래서 시중 막걸리는 맛을 조정하기 위해 아스파탐, 유산 등을 첨가합니다. 단 맛과 신 맛은 식재료 고유의 맛을 왜곡시키는 강력한 힘이 있는 거 잘 아시죠. 아무튼 요 첨가제를 넣는 사람이 양조장에서는 최고의 기술자입니다. 시중 소주요 . . . ? 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담근 술 막걸리입니다. 첨가제 없는 . . . 가수 안한 . . .
넷째 - 담근 술의 맛이 마음에 들면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청주, 동동주, 탁주, 막걸리가 됩니다. 술맛이 기대에 못 미치면 소줏고리에 넣어 불을 집히고 소주를 내립니다. 알코홀 도수가 40도를 넘는 . . .
그래서 소주도 제가 담근 술입니다.
1월 19일 7인의 동기들이 찾아왔었습니다. 돌이끼선공방 2층 대연회실(?)
첫댓글 덕분에 막걸리와 우리술에 대해서 많이 알게되었습니다.
직접 담가서 만들어 내놓은 술맛도 기막히게 좋았어요.
나도 한번 담가보구싶은 생각도 들더라구요.
성교수 덕분으로 우리술 좋은맛에 곁들여 분수지부 동기들의 입담까지 즐길 수있는 기회가 되었어서 하루가 보람이 있었습니다.
성교수 주방문 처방 藥酒로 매일 한두잔씩 마시고 있습니다. 목디스크에도 효험(?)있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