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치고 대화하며 힐링한다”…파크골프에 빠진 시니어들
강석봉 기자
관절 부담 덜고 활력 더하고…정형외과 전문의가 말하는 파크골프 제대로 즐기는 법
최근 중노년층 사이에서 ‘파크골프’에 대한 인기가 뜨겁다. 공원에 삼삼오오 모여 공을 치고 걸으며, 동료들과 웃고 대화하는 이 운동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신체 건강과 심리적 안정, 사회적 교류를 함께 충족시키는 새로운 여가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파크골프 회원 수는
2020년 4만5478명에서 2024년 18만3788명으로 크게 늘었다. 협회에 등록하지 않은 인원까지 고려하면 실제 파크골프 인구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계에서는 ‘무릎·허리에 부담이 적은 시니어 맞춤형 전신운동’으로 주목하고 있다.
파크골프는 관절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근력, 균형, 자율보행 능력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는 운동이다. 특히 노년층에서는 골프나 테니스처럼 장시간 고강도로 하는 운동보다, 가벼운 걷기·스윙으로 이루어진 파크골프가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한 건강관리법이 될 수 있다.
신체 건강은 물론, 스트레스 해소와 정서적 안정 효과
파크골프는 공원(Park)와 골프(Golf)의 합성어로, 1983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처음 시작돼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경기 방식은 일반 골프와 유사하지만 코스 길이는 3분의 1 수준으로 짧고, 스틱 형태의 클럽과 공 한 개만으로 즐길 수 있어 접근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파크골프가 균형감각·하지근력·심폐지구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복합운동이라고 설명한다. 한 경기에서 기본 9~18홀을 도는 동안, 평균 1시간 30분~2시간 정도 소요되며 1만 보 가까이 걷기 때문에 중등도 유산소운동 효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자연 속에서 이뤄지는 반복적 걷기와 집중은 혈압과 심박수를 안정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키며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긍정적이다. 햇빛은 비타민D 합성을 촉진해 골밀도를 유지에 좋다. 실제 한국장애인재활협회 부설 재활연구소 연구팀이 65세 이상 후천적 지체 장애 노인 24명에게 12주간 파크골프를 치게 한 결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 수치가 감소했고 긴장, 우울, 분노, 피로 등 정신건강의 부정적 요인이 비참여집단보다 매우 낮게 나타났다. 공을 치면서 타수를 세기 때문에 치매 예방에도 좋다
파크골프의 또 다른 매력은 사회적 관계 회복과 정서적 안정이다. 한국골프학회지(2020년)에 발표된 ‘파크골프 참여자의 헬스케어 여가인지가 정신건강 및 심리적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 한국체육학회지(2022년)의 ‘노인의 진지한 여가로서의 파크골프 참여의 의미’ 연구 등에 따르면, 파크골프가 삶의 만족과 활력, 심리적 행복감을 주며, 운동과정에서 대화와 경쟁하는 관계를 통해 노인 우울감과 고립감 완화에 직접 기여한다는 분석이다. 해당 연구진은 파크골프를 “약 2시간 동안 마음껏 걷고 쾌감을 얻을 수 있는 게임 특징에서 다양한 동기를 갖게 되며, 상대방과의 소통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 및 건강한 체력을 얻고 심리적 행복감을 유지하는 데 적절한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부상 없이 즐기려면 과도한 경쟁 금물, 준비운동 필수
안전한 운동이라도 준비 없이 하면 부상 위험이 있다. 스트레칭 없이 갑작스럽게 스윙을 하면 회전근개 손상, 허리디스크, 무릎연골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운동 전후에는 최소 10분 이상 어깨와 손목, 허벅지, 허리 주변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해줘야 한다. 스윙 동작은 손목과 팔로만 당기지 않고 하체 중심 회전 동작으로 해야 무릎과 허리에 가해지는 비틀림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무릎관절염, 고관절질환, 허리디스크 등 기존 정형외과 질환이 있다면 코스 난이도, 라운드 수, 스윙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평지 위주 코스를 선택하고 비탈길과 경사 코스, 장시간 플레이는 피하는 게 좋다. 80세 이상 고령은 동적 균형 능력이 떨어져 조심해야 한다. 운동 중 갑자기 통증·부종이 생기면 즉시 중단하고, 냉찜질 후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평소 당뇨병·골다공증·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는 고령자는 운동강도를 서서히 늘리고, 충분한 수분과 영양 섭취를 병행해야 한다. 겨울에는 근육 경직과 추위에 의해 부상 위험이 커 보온과 방한, 햇볕 차단 및 적절한 복장을 선택한다.
파크골프는 비교적 움직임이 여유롭고 난이도가 낮은 운동이지만 시니어층은 낙상과 관절 퇴행 위험이 있어 과도한 경쟁과 승부욕은 금물이다. 스윙 세기 조정과 신중한 코스 선택을 해야 취미를 넘어 건강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다.
■ 건강하게 즐기는 파크골프
① 운동 전후 10분 이상 하체·허리·어깨 스트레칭은 필수
② 처음엔 평지 코스에서 시작, 체력에 맞춰 서서히 증가
③ 스윙은 허리보다 하체 중심, 손목 무리 금지
④ 운동 중 충분한 수분 섭취
⑤ 통증·부종 생기면 즉시 휴식하고 전문의 상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