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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계획을 세울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노루목 삿갓주점 → 김삿갓 묘 → 오른쪽 지능선 → 주 능선 → 정상 → 서북 주 능선 → 동남쪽 지능선 → 김삿갓 집터 → 삿갓주점'의 8.9km를 5시간 동안 환 종주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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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대산[馬垈山]
높이: 1,052m
위치: 강원도 영월군 하동면
일명 김삿갓으로 불리는 난고 김병연의 묘 집터 유적비 등이 산자락에 있는 산이다. 노루목 마을에는 마을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삿갓 주점이 있다. 여기서 김삿갓 묘를 지나 오른쪽 능선으로 정상에 올라 김삿갓 집터로 내려온다. - 한국의 산하
태백산맥에서 남서 방향으로 갈라진 소백산맥에 속한 산으로 북쪽에 응봉산(鷹峰山, 1,013m)·망경대산(望景臺山, 1,088m), 서쪽에 대화산(大華山, 1,027m), 남쪽에 형제봉(兄弟峰, 1,178m), 동쪽에 어래산(御來山, 1,064m) 등이 솟아 있다. 마대산의 산세는 그리 험한 편은 아니나 북쪽 사면이 남쪽 사면보다 약간 더 험하다. 남쪽 사면을 흐르는 수계(水系)는 노루메기와 말등바위 사이의 베틀재를 분수계로 하여 베틀재 동쪽의 수계는 남한강의 지류인 옥동천(玉洞川)으로 흘러든다. 그리고 베틀재 서쪽의 수계는 동대천(東大川)을 이루며 동대리 일대에 비교적 넓은 하곡을 형성한 후, 용진리에서 남한강으로 흘러든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마대산(馬垈山))]
천고지 산 중 하나인 마대산행을 더는 미룰 수 없어 9월 26일 월요일 평일임에도 다녀오기로 했다. 마대산은 까만 소 100+ 산 중 하나에 환 종주 코스가 10km에 미치지 못해 안내산악회가 많이 찾는 산이었다. 달도 차면 기운다고, 이미 갈만한 사람이 다녀오고 나면 안내산악회가 찾는 것도 뜸해지기 마련인데, 어느 순간부터 마대산이 그 상태에 돌입한 거처럼 보인다. 정확한 판단이라면, 아주 당연히, 더 지체하면, 산악회가 찾지 않는 산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해서 각 안내산악회의 마대산행 계획을 유심히 지켜봤으나, 오랫동안 계획이 없다가, 한 안내 산악회가 9월 26일 진행하는 걸 발견했다.
9월 22일 목요일 공작산행, 9월 24일 토요일 검봉산행 계획이 있음에도, 언제 또 마대산행 계획이 공지될지 예측할 수 없어, 월요일 마대산행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틀 간격으로 공작산, 검봉산, 마대산에 오르나 모두 참석해야 하는 산행이라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마대산행이 중요했던 이유 중 하나가 마포천을 경계로 천고지 산중 하나이나, 접근이 쉽지 않은 어래산과 마주 보고 있어, 여차하면 마대산행을 진행하는 안내산악회를 이용해 어래산을 다녀올 계획도 했기 때문이다. 고로 마대산은 어래산을 위한 사전 답사의 의미도 있다.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어래산행 계획을 발견하고 다녀온[산행기] 이후 마대산에 주어졌던 짐이 사라져,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야유회 산행으로 다녀오면 되는 산으로 바뀌었다.
일기예보에 따르며 산행 당일은 흐리고, 기온은 26도 내외라, 산행에 좋은 날씨다. 다만, 평일이라, 식당이 영업하는지 알 수 없어 일단, 김밥 한 줄에 불과하지만, 점심은 사 간다. 다만, 들머리와 날머리가 같은 환 종주라 산행 전 식당 영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만큼, 그에 따라 페이스를 바꿀 예정이다. 영업한다면 하산주를 위해 평소 페이스로, 아니면 최대한 시간을 끄는 산행을. 격일로 산행을 진행하는 만큼 배낭은 최대한 가볍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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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름없이 미리 준비해둔 배낭을 둘러메고 5시 45분경 불광역행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5시 51분경 정류장에 도착한 버스를 타고 보니,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승객이 많아, 고개를 갸우뚱하기는 했으나,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그런데, 열차를 타기 위해 승차장으로 내려가자, 거기는 더 심해, 그 이유가 궁금해 잠깐 생각해보니, 직장인에게는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 아침이다. 나를 포함 배낭을 멘 몇 사람만 휴일일 뿐. 어쨌든 5시 57분 지하철을 타고 6시 40분경 양재역에 도착해 김밥 한 줄 사서 12번 출구로 나가자, 생각보다 추운 게 가을 등산복을 꺼낼 시점이다. 추위에 떨며, 서초구청 주차장 석축에 자리를 잡고 앉아 속속 도착하는 등산객과 출근하는 직장인을 관찰했다.
생각보다 월요일을 휴일로 즐기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버스에 들고 탈 걸 배낭에서 꺼낸 후 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평소라면 도착했을 시간이 지났음에도,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가장 바쁜 월요일 아침이라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모악산행 버스가 7시 1분에 도착했는데, 다른 버스는 감감무소식이다가, 모악산 버스가 출발하고 5분가량 지나, 나머지 버스가 도착했다. 사실 월요일 출발하는 버스는 4대에 불과해 다른 요일보다는 적었다. 물론 다른 안내산악회에서는 감히 출발시킬 엄두도 못 내지만. 도착한 버스 짐칸에 배낭을 넣고, 버스에서 사용할 게 든 파우치를 들고 버스에 타 내 자리로 가서 앉았다.
아주 당연히 뻥 뚫렸을 거로 생각했던 고속도로는 버스 전용차선으로 달림에도 불구하고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게 월요병은 고속도로에도 해당하는 거 같다. 시원하게 달리는 것도 아니라, 책을 읽다가 잠을 청했는데, 버스의 실내등이 들어오고,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는다. 휴게소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다. 치악 휴게소에 도착해 신선한 공기가 필요해 버스에서 내렸는데, 추워서 밖에 오래 있을 수가 없어 볼일만 보고 바로 차로 돌아왔다. 추위는 나만 느끼는 게 아닌지, 모두 일찍 버스로 돌아오는 덕에 주어진 시각보다 5분 이른 9시 15분경 버스는 휴게소를 떠나 영월 김삿갓문학관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가 출발하자,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비록 급경사이나, 등산로 상태가 좋아, 별문제는 없을 거라는 말로 시작해, 들머리의 고도가 궁금했다. 지난 어래산행[산행기] 때 확인했는데, 그때 생각보다 낮아 놀랐던 기억이 있다. 다만, 정확한 높이는 기억이 없으나, 그래도 최소 300m는 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럼 마대산 높이가 1,100m대였는지 1,200m대였는지 가물가물한데, 어쨌든 표고차가 최소 800m 이상이란 얘기다. 한국의 산 중에는 꽤 큰 표고차다. 그리고 대장이 주의사항으로 이번 산행 구간 유일의 전망대는 철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므로, 절대 놓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조망이 없다고? 새로운 사실이다. 10km도 안 되는 코스나, 조망은 좋을 거라 믿고 있었는데, 아니라니, 그런데 그 믿음은 어디서 나온 거지?
잠이 들어 정확히는 모르나, 고속도로 초입에서 수원까지 정체로 계획보다 20분 늦은 10시 20분에 버스는 마대산 들머리인 김삿갓문학관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번 산행에 5시간이 주어졌으니, 마감은 3시 20분이다. 목표는 30분 전에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주차장에 도착하는 거로 했다. 며칠 술에 절어 살아, 하산주 생각이 없어, 그저 땀 씻을 시간만 필요했다. 버스가 마포천을 따라 주차장으로 향하는 순간 등산 준비를 마친 상태라,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둘러메고 마포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는 거로 이번 마대산행을 시작했다. 그 시각이 10시 26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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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대산으로 출발하기 전 등산 앱으로 확인한 주차장의 해발은 288m다. 어래산행 때 고도를 확인하고 놀란 이유를 알았다. 당시 들머리였던 생달리보다 낮아, 놀랐던 기억은 있으나, 정확한 높이는 생각나지 않았는데, 다시 확인해보니, 300m도 안 된다. 마대산 정상이 1,200m대라면, 표고차가 1,000m에 육박하는 산행이라는 얘기다. 쉽지 않은 산행이 될 거 같다고 생각하며, 노루목교를 건너, 단양 영춘면에서 영월 김삿갓면으로 들어가 국도를 따라, 김삿갓 유적지로 향했다.
주차장을 나와 300m가량 가자, 김삿갓 묘역이다. 주변은 김삿갓의 시를 새긴 바위와 그를 주제로 한 조형물이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다. 물론 이해가 잘 안되는 것도 있고. 김삿갓의 묘는 직진 방향으로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있는데, 하산 시 들려보기로 하고, 좌회전해 등산로를 따라, 그의 주거지로 향했다. 인솔 대장이 무조건 주거지 방향으로 가면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고 강조해서다. 주거지 이후는 알바할 염려가 전혀 없는 길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자 김삿갓이 계곡주를 권한다. 물론 사양할 내가 아니라, 계곡주 한잔하며, 앞을 보니,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마대산 풍력발전을 철회하라!"라는 플래카드를 달고 있다. 그걸 보자, 거대한 바람개비를 설치하면 자연이 망가질 건 뻔하고, 지구 온난화로 세계적인 재난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정답은 빤하지만 감히 강요할 수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 밑을 지나, 거주지로 향했다.
예상했던 바지만, 포장도로의 경사가 만만치 않아, 오르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이 도로 구간에서 가능하면, 정상과의 표고차를 줄일 수 있기를 바랐다. 아무리 등산로 상태가 좋다고 해도, 포장도로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인간 아닌 나의 간사함이지만, 도로를 따라 정상을 향해 갈 때는 자연을 망쳤다고 투덜거리지만, 길이 좋아 쉽게 올라갈 수 있음에 만족할 때도 있다. 체력에 따라 둘의 무게 중심이 오락가락한다. 도로를 따라 올라가자 '선락골'과 ‘어둔골’의 합류점에 갈림길이 있다. 거대한 바위 왼쪽에서는 어둔골이, 오른쪽에서는 선락골이 내려와 바위 앞에서 합류한다. 그 바위를 사진으로 남기고, 주거지 방향으로 계속 올라갔다.
10시 53분 갈림길에서 주거지 방향으로 우회전해 어둔골을 건너 위로 가자, 저 위로 초가가 보인다. 주거지다! 처음 초가를 보고, 해마다 이엉을 교체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기술자는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초가의 이엉을 교체하는 걸 자주 본 경험에서 나온 거다. 해미 읍성 등 초가가 즐비한 곳이야,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이 오지에 달랑 한 채의 초가니,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영월군에서 알아서 할 문제를 오지랖 넓게 참견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위로 올라가, 전경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아 한 모금하고 생가를 떠나 본격적인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유감이지만, 여기까지 오는 동안 표고차가 많이 줄기를 바랐는데, 생각보다, 높이 오르지 않아, 남은 표고차가 500m 이상이라, 앞에 힘든 산행이 기다리고 있다.
계곡으로 난 급경사의 길을 따라 거주지에서 100여 미터를 올라가자, 왼쪽으로 경사가 심한 철제 계단이다. 그리고 10분가량 더 가자, 등산 안내도가 서 있다. 갈림길 안내다. 그런데, 지도에 표기된 직진하는 길은 계단으로 잘 정비된 등산로인 데 반해, 왼쪽으로 표시된 길은 등산객이 다니지 않아서인지 흔적조차 찾기가 쉽지 않았다. 지도에 의하면 직진하는 길은 능선으로 바로 치고 올라가는데, 왼쪽은 계곡을 따라가다가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로 힘든 것만 놓고 보면 두 길이 대동소이해 보인다. 해서 무리해서 길을 찾아야 하는 왼쪽을 버리고 잘 정비된 직진하는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갈림길에서 200여 미터를 올라가자 다시 철제 계단이 나타났다. 결과적인 얘기나, 이번 산행의 많은 구간이 사다리 또는 계단이다!
딱히 보이는 건 없이, 급경사의 흙길이거나, 계단 또는 사다리로 그저 앞만 보고 가는 등산로다. 지나온 길을 뒤 돌아보면 거의 낭떠러지에 가까운 급경사다. 11시 41분에 다시 철제 계단으로, 드디어 능선에 올라섰다. 한국의 산답게 날카로운 바위와 흙길이 혼재한 능선을 따라 계속 가, 11시 50분에 아래 안내도에서 본 갈림길과 만나는 합류점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래와는 달리 위는 양쪽 다 길 상태가 좋다. 마대산까지 남은 거리는 440m. 계곡에서 올라온 길이 200m 더 긴 걸 보면 계곡 쪽이 약간 더 쉬운 길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왜? 아래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을까?
밧줄이 설치된 바위를 넘을 때는 왜? 밧줄을 설치했는지, 궁금해하기도 하며, 길을 가, 11시 57분에 마대산 갈림길에 도착했다. 지도에 의하면 이 갈림길에서 200m 거리에 정상이 있고, 정상을 찍고 돌아와, 전망대와 처녀봉을 거쳐 하산하면 된다. 왕복해야 한다면, 당연히 배낭을 짊어지고 갈 이유가 없다. 해서 카메라와 핸드폰만 들고 배낭은 갈림길 나무 아래에 두고 잘 정비된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향해 12시 2분에 도착했다. 그런데, 정상석 기록에 의하면 마대산의 해발은 1,052m에 불과해, 어래산보다 낮아, 내가 뭔가를 크게 착각하고 있었다. 어쨌든 정상에는 3명의 등산객이 인증을 찍고 있었고, 나에 이어 등산객이 속속 도착했다. 해서 막 도착한 등산객과 상부상조로 인증을 남긴 후 정상석 옆 뾰족한 바위로 올라가 주변 경치를 감상하고 사진도 남긴 후 바로 정상을 떠났다.
12시 11분에 배낭이 기다리는 갈림길로 돌아와서 보니, 다른 누군가도 배낭을 벗어 두고 갔다. 역시, 먼저 하는 게 어렵지, 따라 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시간이고, 배도 고파 양재역에서 산 김밥을 꺼낸 다음 배낭을 둘러메고, 다음 목표인 전망대로 향했다. 아주 당연히 정상에서 출발했으니, 하산길을 따라가며 김밥을 먹었다. 그걸 다 먹고 배낭 옆 주머니에서 물통을 꺼내 물을 마시기도 하며 전진하며 보니, 저 앞에 철제 계단이 보인다. 인솔 대장이 절대 놓치지 말라고 했던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이다. 그런데, 계단이 보이기 전 바위 능선이 가로막고 있고, 길은 암릉을 우회하는데, 그걸 보는 순간 바위 능선으로 올라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길을 따라 우회했는데, 예상대로 전망대는 그 암릉의 일부분이다. 그러면 굳이 계단으로 올라갈 이유가 없어 그 전에 암릉으로 올라가기 쉬운 코스를 찾아 올라갔다.
암벽을 기어올라서 보니,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전망대로 선택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혼자 서 있기도 쉽지 않은 날카로운 바위에 간신히 자리를 잡고 서서 전후좌우를 둘러보고 사진도 찍었다. 서 있기에 불편한 바위 정상이라, 정신을 집중하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발아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내려다보니, 팔뚝 반만 한 굵기의 뱀이 바위틈으로 들어가고 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아, 한동안 꼼짝하지 않고, 뱀이 들어간 바위만 쳐다보고 있었다. 길을 만들며, 올라올 때 뱀 나오기 딱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했는데, 정확했다. 그것도 최근에 본 뱀 중 가장 굵은 놈이다. 발견한 순간에 반 이상 바위틈으로 사라진 상태라 크기는 잘 모르겠지만, 굵기로 봐서는 가장 크지 않을까? 뱀을 보고 난 이후 다시 수풀을 헤치고 내려갈 일이 걱정이었으나, 몇 주 전에 다녀온 건너편 어래산도 사진으로 남긴 후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 주변을 두들기며 바위에서 내려왔다. 처음에는 전망대까지 암릉을 따라갈 생각이었으나, 뱀을 본 이후 생각이 달라져 다시 등산로로 내려갔다.
등산로를 따라 10여 미터를 가자, 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그런데 막상 전망대에 올라서고 보니, 이게 가관인 게, 아까 올라갔던 바위와 대동소이하다. 간신히 혼자 올라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에 울창한 숲에 가려, 뒤쪽은 아예 보이지도 않고, 전면의 어래산과 백두대간, 오른쪽의 마대산 정상 정도만 보인다. 그나마 내가 올랐던 바위와 여기 외에는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없으니, 전망대라 부르겠지만, 어이가 없다. 하긴 처음 내가 올랐던 바위에 비하면, 그나마 전망대라 불러 줄만한 건 사실이다. 어쨌든 숲에 가린 방향은 어쩔 수 없으나, 그렇지 않은 방향은 주변을 감상 후 사진으로 찍고 전망대에서 내려와 500m 거리의 처녀봉으로 향했다. 등산로는 좋았으나, 당연히 처녀봉도 봉우리라 이번 산행 마지막 깔딱을 헉헉대고 올라 12시 50분에 도착했다.
처녀봉 정상의 한쪽에는 등산객이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을 먹고 있고, 철봉에 명패를 설치한 표지가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 표지와 등산 안내도를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던 중 오락가락하던 카메라가 완전히 맛이 가는 바람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비는 핸드폰이 유일해 정상의 표지를 배경을 셀카로 인증을 남기고 정상을 떠났다. 정상에 있던 이정표에 의하면 김삿갓묘역까지 60분이 걸린다고 했다. 현재 시각 12시 56분 표준적인 하산 속도면 1시 56분에 날머리에 도착한다는 얘기다. 서울 출발은 3시 20분. 1시간 20분 동안 뭘 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생겼다. 그렇다고 볼 것도 즐길 것도 없는 산에서 시간을 보낼 수도 없다. 산행을 시작할 때는 하산주 생각이 없었으나, 상황이 하산주를 강요하고 있다.
처녀봉에서 김삿갓묘역으로 가는 하산길이 심상치 않다. 하긴 주거지에서 마대산 삼거리로 가는 등산로가 급경사였으니, 반대의 하산로 역시 급경사라는 건 예상할 수 있었지만, 예상보다 더하다. 급경사답게 산림청인지, 지자체인지 모를 관리 주체가 안전시설로 등산로를 따라 목봉에 밧줄을 설치해, 잡고 갈 수 있도록 했다. 급경사가 나도 모르게 뛰어내려갈 것을 강요하고 있고, 버티면 등산 시간보다 하산 시간이 더 걸리는 아주 묘한 길이라, 중력에 몸을 맡기고 시키는 대로 가다 보니, 앞선 등산객 대부분을 추월했다. 그나마 평평한 데크 계단에 도착하자, 내 몸의 통제권이 중력에서 내 게로 돌아왔다. 그 계단을 내려가 계곡 길을 따라 100여 미터를 가자 저 앞에 포장도로가 보인다. 사실상 등산이 끝났다. 그 시각이 1시 23분이다.
등산 시 지났던 선낙골이다. 김삿갓묘역까지는 1.3km. 계곡을 따라 주민을 위해 난 포장도로를 따라 작은 계곡에서 볼 수 있는 폭포도 동영상으로 남기기도 하며 내려가, 오전에 지나쳤던 선낙골 갈림길에 도착했다. 그 시각이 1시 34분으로 갈림길 기준 마대산 환 종주에 2시간 58분이 걸렸다. 넉넉잡아도 4시간이면 정상을 갔다 올 수 있으니, 남은 시간에 다른 산을 다녀올 수 있다는 얘기다. 가성비를 따지는 인증꾼이 1일 2산에 목숨을 걸 수 있는 이유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올라왔던 길로 내려가는 거라 새로운 것도 없어 그저 앞만 보고 가면 된다. 1시 40분에 김삿갓묘역에 도착해 한 번 더 김삿갓에게 계곡주를 얻어 마시고, 올라갈 때와는 달리 여유 있게 주변 조형물을 감상하고, 글을 읽으며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영월 김삿갓면과 단양 영춘면을 잇는 국도를 따라, 주차장으로 향하며, 마포천에 내려가 씻을 만한 곳을 찾고 있는데, 저 위 개천 상류에 굴삭기가 들어가 작업하고 있는 게 보인다. 언제 물이 더러워질지 모른다는 얘기라, 개천에서 씻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어차피 하산주를 피할 수 없으니, 어느 식당으로 갈까 고민하며, 노루목교를 건넜다. 바로 앞에 보이는 '노루목상회식당'으로 가, 상황을 살펴보니, 손님은 보이지 않으나, 영업 중이라는 건 알 수 있어, 메뉴를 살펴봤으나, 지난 어래산 때 '해산식당'과 다를 바 없다[산행기]. 해서 일단 버스로 가 배낭을 햇볕 잘 드는 곳에 두고, 버스에 타서 등산 앱의 가동을 중단하는 거로 이번 산행 기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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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핸드폰과 수건을 들고, 노루목 식당으로 가자, 외부 식탁에는 한 쌍의 연인이 음식을 기다리고 있고, 나보다 빠른 등산객의 배낭이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는 게 보인다. 분명 아까는 없었으니, 내가 버스에서 노닥거리는 사이에 도착한 등산객이다. 어쨌든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 주인장은, 여든이 넘어 보이는 노부부다. 그리고 벽에 붙어 있는 전시물에는, 식객의 허영만과 찍은 사진과 허영만의 사인도 보인다. 물론 몇 명의 연예인 사진과 사인도. 그런데 문제는 오늘이 평일이고, 주방장인 할머니가 최근에 다리 골절로 행동이 자유롭지 못해 음식 재료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거! 그나마 조금 있던 재료는 나보다 조금 앞선, 등산객이 주문해 끝났고.
유일하게 가능한 메뉴가 창고에 잔뜩 있는 즉석에서 갈아서 만드는 감자전이다. 해서 감자전을 달라고 하자, 앞선 등산객도 혼자 와서 감자전 먹는데, 같이 먹으면 되지, 뭐 하러 따로 주문하냐고 뭐라고 한다. 해서 밥 대신 먹는 거라, 그렇다고 하자, 이해하는 분위기다. 사실 감자전을 주문하기 전에 백반이 가능한가 물었는데, 반찬이 없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도 장사 40년에 각자 따로 주문하는 건 처음이라고 계속 뭐라 한다. 하긴 단체로 예약 후 방문하는 관광객이나, 폐쇄 산악회가 대부분이고, 그나마 안내 산악회는 서넛이 같이 식당을 찾지, 혼술을 즐기는 사람은 보기 힘들기 때문일 거다. 어쨌든 감자전을 주문하고, 수돗가로 가 웃통을 벗고 세수하고, 땀을 씻은 후 난간에 앉아 발을 씻었다.
땀을 씻고 돌아오니, 감자전이 식탁에 있다. 막걸리냐, 소주냐로 고민하다가 이슬이를 선택해서 마시고, 있는데, 밥 한 그릇을 가지고 온다. 주문할 때 백반에 관해 묻고, 밥 대신이라고 한 말 때문이다. 감자전도 남길 위 용량을 가졌는데, 거기다 밥까지는 말이 안 되지만, 사양할 분위기가 아니다. 우리 주인장 노부부의 성의를 봐서, 감자전과 밥을 깨끗이 비워야 한다. 그나마 막걸리를 선택하지 않은 선견지명을 자찬하며, 꾸역꾸역 위장에 밀어 넣어, 감자전과 밥은 물론이고, 모든 반찬도 빈 그릇만 남겼다. 물론 이슬이도. 한 병 더할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배가 불러 마실 수가 없어, 절간에서 발우공양 하듯 모든 그릇을 깨끗이 비운 후 좀 이른 시각인 2시 37분에, 밥은 이렇게 먹어야 한다는 노부부의 칭찬을 뒤로 하고 식당을 나섰다.
버스 출발까지 아직 43분이나 남았는데, 배가 터질 거 같아 더는 먹을 수가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기는 했는데, 할 일이 없어 일단 김삿갓문학관으로 갔다. 문학관 안으로 들어가려고 보니, 마스크 미착용자 출입 금지라는 문구가 전면에 있어 들어가는 걸 포기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한참 공사 중이다. 그 모습을 보니, 마포천에 있던 굴삭기가 생각나, 그곳으로 가보니, 징검다리 옆에 임시 다리를 만들고 있다. 잠깐 사용하고 말 다리를 만든다는 건 축제? 해서 이 글을 쓰며 구글링해보니, 역시다!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김삿갓문화제다! 그 모습을 구경한 후 버스로 돌아가 가장 편한 자세로 앉아 잠이 들었다.
언제 버스가 출발했는지도 모르는데, 볼일 급해 잠이 깨어 창밖을 보니, 여주를 지나, 용인이다. 서울이 멀지 않다. 현재 시각 5시 15분! 그럼 휴게소에 들렸는데, 내가 몰랐나? 아주 급해 죽겠는데, 인솔 대장에게 얘기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대장이 마이크를 잡더니, 휴게소에서 10분간 쉬겠단다. 살았다! 그리고 들어간 곳이 용인 휴게소인데, 초면인 거 같은데, 잘 모르겠다. 버스가 정차하자마자 내려, 화장실로 달려가 급한 볼일을 보고 주변을 둘러본 후 돌아왔다. 휴식이 끝난 버스가 다시 서울로 향해 죽전에서 승객을 내려주고 아침에 출발했던 국립외교원 앞에 도착한 시각이 직장인들의 퇴근 시각인 6시 정각이다. 양재에서 집에 가는 과정이 심히 험난할 거라는 얘기다. 만원 열차를 타고 7시 전에 집에 도착하는 거로 최종 천고지 마대산행을 마감했다.
안내산악회 계획대로 '김삿갓문학관 주차장 → 노루목교 → 김삿갓 유적지 → 마대산 → 전망대 → 처녀봉 → 합수점 → 노루목교 → 김삿갓문학관 주차장'의 9km(트랭글)를 3시간 25분 동안 탐방했다. 이동 3시간 24분, 휴식 1분!
전망대가 하나 있기는 하나, 전반적으로 조망이 좋지 않다. 그 아쉬움은 곳곳의 김삿갓 김병연의 유적을 둘러보는 것으로.
표고차 800m가 넘고, 경사가 심하기는 하지만, 코스가 짧고, 기복이 거의 없어. 한 번 정도 다녀올 만한 산이다.
이번 산행으로 아직 오르지 못한 천고지는 17 산으로 줄었다. 남은 대부분이 안내산악회를 이용하기 힘든 산이라, 이번 겨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중적으로 오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