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백나무 아래서 잠을 자다가 왔다
마지막 여정의 끝은 항상 측백나무다. 오늘은 측백나무 아래 정자에 누워서 잠을 잤다. 별로 피곤하지도 않았는데 깊히 잠이 들었다.
발한동 주민센터에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일본놈들에게도 역시 그렇게 말하고 싶다.
물론 그놈들이야 강원도 석탄을 도둑질 하여 가져 가기 위하여 산으로 뒤덮힌 명주군 묵호리에 항구를 만들어 그것이 묵호항이 되고 묵호읍이 되고 묵호읍 사무소를 만들어 측백나무를 심었을 테지만 오늘 만큼은 용서해준다.
자다가 일어나니 별이 총총이다. 가끔 별똥별이 날카로운 선을 그으며 날아가다가 없어진다. 별똥별은 소리를 질렀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질러도 그만 안질러도 그만이다. 이론 머스크에게 물어보면 알까.
그 놈은 우주로 떠나고 싶어 안달이니까.
우주 어딘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은가 보다.
그러나 그놈은 모른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별빛은 2000 년 광년 전에 반짝이었던 별이 마지막 순간에 잠시 터뜨렸던 발악이라서, 그것이 오늘 내가 볼 수 있었던 우주의 빛이라는 것을. 신라 시대의 빛이라는 것을.
아무리 애를 써도 지구의 작은 문제 하나도 해결 못하는 인간이 우주를 어떻게 정복한다고 경쟁하는지.
이론 머스크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누가 될지 모르지만, 하여간 웃기는 놈들이다.
이상하게 측백나무 밑에만 오면 마음이 편하다. 혹시 나는 측백나무 밑에서 신선이 되는 것은 아닌지.
검색을 해보니 다음과 같다.
“측백나무 열매는 예로부터 신선이 되는 나무로 귀하게 대접받아 왔습니다. 흔히 송백은 소나무를 백수의 으뜸으로 삼아 공이라하고 측백나무는 백이라고 해서소나무 다음 가는 작위로 비유되곤 했는데요. 특히 측백나무 씨앗은 백자인이라 불리며 한방과 민간에서는 자양강장제로 몸이 허해졌을 때 섭취하여 몸을 좋게하는 약재로 쓰이고 있는데요. 그리고 예로부터 측백나무를 장기간 섭취하게 되면 정기에 좋고 무병장수할 수 있다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또한 측백나무를 섭취하면 얼굴에서 광채가 나고 몸과 더불어 마음까지 따뜻해진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주나라 시대에는 군주의 무덤에는 소나무를 심고 그 다음에 해당되는 왕족의 묘지에는 측백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나의 짐작이 맞았다. 드디어 나는 신선이 되는가 보다.
그런데 道를 닦지도 않고 신선이 되다니.
그런데 도를 닦는 도사들은 따로 있었다.
진정한 도사들은 자신의 육체와 정신이 분리되는 것을 확인해야지만 산에서 내려왔다. 그것을 시험하기 위해 자신의 팔을 칼로 베었다고 한다.
만약 아프면 道를 실패한 것이라고.
노자에 보변 "道可道, 非常道"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道가 무엇이라고 이미 말해버린다면, 그것은 이미 常道가 아니다 라는 뜻이다.
道와 常道의 차이점은 道는 철학적 인문학적 의미의 道이고, 常道는 현실의 삶에서의 道, 즉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식자들의, 혹은 철학자들의 道에 대한 이론과 의미는 이미 道의 옳바른 인식에서 벗어낫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삶이란 묵묵히 고통을 받아 들이며 살아가는 민초들의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道는 못나고 힘들고 약하고 불쌍한 곳에 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이미 도를 이야기 했으니, 도사가 되기에는 글렀다.
그래도 상관없다. 측백나무 아래서 잠을 실컷 잤으니까.
아쩌면 나는 벌써 도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론 머스크는 우주로 날아가지만, 나는 지구에서 우주를 바라보는 도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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