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반짝반짝 이룰 수 있는 꿈
초록달팽이 동시집 시리즈 열한 번째 권입니다. 시와 동시, 동화와 그림책, 청소년시 등 다방면으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경구 작가의 아홉 번째 동시집입니다.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벽을 오르는 담쟁이덩굴처럼 그동안 아이들을 위해 한 편 한 편 정성껏 쓴 51편의 동시가 실려 있습니다.
글 김경구
1998년 [충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2009년 [사이버중랑]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라디오 구성 작가, 동요 작사가로 활동하면서 신문에 글도 연재한다. 지은 책으로는 동화집 『방과후학교 구미호부』, 『와글와글 사과나무 이야기길』, 동시집 『꿀꺽! 바람 삼키기』, 『수염 숭숭, 공주병 우리 쌤』, 『앞니 인사』, 『사과껍질처럼 길게 길게』, 청소년 시집 『옆에 있어 줘서 고마워』, 『풋풋한 우리들의 시간들』, 시집 『우리 서로 헤어진 지금이 오히려 사랑일 거야』, 『눈 크게 뜨고 나를 봐 내 안의 네가 보이나』, 『가슴으로 부르는 이름 하나』,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바람으로 불어온 그대 향기 그리움에 날리고』 등이 있다.
그림 박인
〈화울〉 회원으로 그동안 수채화 전시회와 동시집 삽화에 참여했습니다. 따듯한 그림을 호호 할머니가 되어서도 그리고 싶습니다. 그린 책으로 동시집 『뿌지직! 똥 탐험대』가 있습니다.
출판사 리뷰
김경구 시인의 작품에는 익살과 재미가 듬뿍 담겨 있습니다.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이들의 삶에 관심이 많은 시인답게 천진난만한 동심의 세계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또한, 발상과 표현이 실제 아이들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았습니다. 이와 같은 김경구의 시적 특징은 이번 동시집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엄마가 읽으라고 준
두꺼운 책 속엔
개미가 살아
탈탈 털면
까만 글자들은
개미가 되어 와르르 떨어질 거야
꼬물꼬물
내 발가락 사이로 올라와
종아리를 지나
배가 고팠던 개미들은
말랑말랑 엉덩이를 꽉 깨물고
호기심 많은 개미들은
콧구멍 터널 들어갔다 나왔다
모험심 많은 개미들은
귀 동굴로 들어갈게 뻔해
으! 엄마~
그냥 만화책 주면 안 돼
걔네는 말풍선에 갇혀
못 나오거든
- 「엄마, 듣고 있는 거야?」 전문
이 작품은 그 대표적인 예로 “엄마가 읽으라고 준/두꺼운 책 속엔/개미가 살아”에서처럼,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가 엄마에게 핑계를 대는 상황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까만 글자”를 “개미”에 비유하여 시상을 전개하는 것도 무척 재미가 있지만, 마지막 연의 “그냥 만화책 주면 안 돼/걔네는 말풍선에 갇혀/못 나오거든”에서처럼 줄글보다 만화로 된 책을 더 좋아하는 요즘 아이들의 세태를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나만 보면
자꾸 던지고 싶은가 봐
올라갔다 내려갔다 어지러워
그럴 때면
점을 몽땅 빼서
무당벌레에게 주고 싶어
그럼 난
하얗게 빛나는
달콤달콤
각설탕이 될 거야
- 「주사위의 달콤한 소망」 전문
표제작인 이 작품은 의인법을 활용해 주사위의 아픔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나만 보면/자꾸 던지고 싶은” 사람들 때문에 힘든 주사위는 “점을 몽땅 빼서/무당벌레에게 주고 싶어” 하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주사위의 진술은 사실 오늘날 우리 아이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은유적 표현입니다. 즉, 어른들의 강요에 떠밀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삶을 강요받고 있는 아이들의 아픔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그럼 난/하얗게 빛나는/달콤달콤/각설탕이 될 거야”라는 화자의 진술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시인의 말〉에서 김경구 시인은 자신의 동시 창작과정을 담쟁이덩굴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동시가 안 써질 때마다 처음엔 벽을 타고 오르기조차 힘들어했던 담쟁이덩굴이 각고의 노력 끝에 풍성하게 변해가던 모습을 떠올리며 힘을 내다보니 어느덧 한 권의 동시집을 펴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는 그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동시 창작에 임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 황수대(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 시인의 말
담쟁이덩굴은 심은 지 한 7~8년 정도 있다가 쭉쭉 컸는데요.
그 모습을 보면서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반짝반짝 꿈을 이룰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 안에 있는 동시들도 그동안 한 편 한 편 썼던 거예요.
담쟁이덩굴이 처음 벽을 타고 오르기 힘든 것처럼 동시를 쓰면서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한 편 한 편 힘을 냈더니 한 권의 동시집을 만들 수 있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힘들면 나만 힘든 것 같았지만 이젠 그 힘듦 속에는 작은 좋음의 씨앗이 숨겨 있음을 알았습니다.
혹시 우리 어린이 친구들도 힘든 일이 있으면 곧 좋은 일이 있을 신호로 생각을 바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럼 힘든 일도 척척 잘 이겨 낼 수 있고요. 그 이후에 오는 기쁨은 주사위의 달콤한 소망처럼 달콤달콤할 겁니다.
엄마, 듣고 있는 거야?
김경구
엄마가 읽으라고 준
두꺼운 책속엔
개미가 살아
탈탈 털면
까만 글자들은
깨미가 되어 와르르 떨어질 거야
꼬물꼬물
내 발가락 사이로 올라와
종아리를 지나
배가 고팠던 개미들은
말랑말랑 엉덩이를 꽉 깨물고
호기심 많은 개미들은
콧구멍 터널 들어갔다 나왔다
모험심 많은 개미들은
귀 동굴로 들어갈게 뻔해
으! 엄마~
그냥 만화책 주면 안 돼
걔네는 말풍선에 갇혀
못 나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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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한 날
김경구
엄마 아빠 칫솔
서로 마주 보게
엄마 아빠 신발
서로 마주 보게
쪽!
뽀뽀하게 만든다
빨랫줄에 엄마 아빠 옷도
서로 마주 보게
꽉!
끌어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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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가 된 엄마
김경구
예쁘고 작은
비싼 원피스
벽에 딱 걸어 놓고
다이어트 시작한 우리 엄마
밥 더 먹으려다
옷 한 번 올려다보며
물만 먹고
빵 먹으려다
옷 한 번 올려다보며
물만 먹고
배달 온 치킨 잡았다가
옷 한 번 또 올려다보며
물만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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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눈 오는 저녁
김경구
신발에 눈 들어가면
발 시리다고
제일 먼저 꾹꾹꾹
눈 길을 걷는 아빠
아빠 따라 엄마도
꼭꼭꼭
나는 엄마 따라
쿡쿡쿡
동생은 나 따라
콕콕콕
뒤돌아보니
아빠 발자국 속에
우리 가족 발자국이 쏙 들어갔다
아빠 발자국이
우리 발자국을 꼭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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