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235. 탄자 오아시스
심심한데 나가서 점심이나 함께 하자는 옆집 교수님의 느닷없는 제안에 우리는 너무 좋아서 냉큼 대답을 했다.
사실 이 곳에서는 골프를 쉬는 날엔 딱히 시간을 보낼 만한 소일거리가 없다. 그저 빈둥거리며 책 몇 페이지를 읽거나 TV를 보고 있는 게 고작이다.
그 분은 우리를 차에 함께 태우고 일부러 한적한 시골 길을 골라서 달린다.
수 년 전 이곳 카비테 주립대학에서 교환교수를 지냈던 경험이 있어서 이 곳의 지리를 상세히 알고 있는 듯하다.
이제 마악 모를 심기 위해 써레질을 한 논이 들판에 보이는가 하면 어느 새 새파랗게 모가 자란 논도 보이고, 심지어 누렇게 낱알이 익어 있는 논도 지난다.
내 눈엔 계절이 섞여 있는 기분이다. 상하의 나라이니 그런가 보다.
카비테 도청소재지가 있는 트레세 시티도 지나고 또 어디론가 달린다. 아마 한 시간쯤 달렸나 보다.
조그마한 도시 탄자에서 <오아시스>라고 하는 호텔이 나타난다.
관광경영학과 교수인 그 분은 곳곳에 아는 곳도 많다. 이 호텔에도 역시 멤버쉽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큰 수영장이 있는데 한국 아이들이 바글거린다. 어느 어학원에서 연수를 온 한국 아이들을 단체로 데리고 온 모양이다.
호텔 식당 이름은 향원이다. 중국 음식점이다. 대만 음식이라고 한다. 몇 가지를 주문 했는데 음식이 격조있고 맛도 완전 일품이다.
천천히 음미하며 점심을 먹고 나서 주변을 둘러본다.
수영장을 지나 밖으로 나가니 바다가 있다. 해변에 쿠보들이 여러 채 들어서 있고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시설도 되어 있다.
해변은 해수욕 하기엔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해변에 필리핀 학생들이 모여 있는데 자세히 보니 드론을 날리며 환호를 지른다.
바다 안쪽엔 두어 명이 고기를 잡는다. 물 속에서 치켜 올린 족대가 갑자기 엄청 커서 우리는 웃음이 터진다.
아주 조그만 아이들이 멸치처럼 생긴 납작한 마른 생선을 비닐 봉지에 넣어 팔러다닌다. 100페소에 한 개 사 주었다.
바다 바람도 쐬고, 맛있는 호텔 음식도 먹고, 뜻밖에 너무 근사한 곳을 알게 되어 우리는 마냥 좋아하고 고마워 한다.
다음엔 우리도 이 곳에서 누군가에게 멋진 대접을 해야겠다.
고기잡는 족대를 끌어 올린 모습
마른 생선을 팔러 온 소녀
드론 때문에 모여 있는 대학생들
하늘에 떠 있는 드론의 모습
첫댓글 좋은구경 하시고
좋은 음식 드시고
좋은 하루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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