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문 다는 날, 손님맞이
2025년 11월 10일 월요일
내일 고령집에 새대문을 제작해올 ‘준 하우징’ 대문 제작 업체 박종칠 사장이 오시기로 했다.
2014년 7월에 샀을 때, 우리 집 대문은 하얀 대문이었다. 32그루의 소나무 울타리를 둘러싼 하얀 대문이 그렇게 귀티가 날 수 없었다. 하얀 대문을 인계 받은 열쇠로 열고 들어갔을 때, 눈앞에 펼쳐진 잔디밭의 푸른색이 하얀 대문색깔과 어울려 전원생활의 낭만이 절로 뿜어져 나오는 듯 했다. 우리가 제일 먼저 반한 것은 하얀 대문이었다. 하얀 대문 다음으로는 푸른 잔디밭- 그 다음에 내가 반한 것은 넓은 거실, 남편이 반한 것은 정원에 심겨진, 계절 별로 열매 맺는 나무들과 텃밭이었다. 우리는 동화 속 나라로 초대되어 온 듯, 홀려 그 집을 샀다. 그 집을 사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우리 손주 윤서의 첫돌맞이 잔치로 동네에 떡을 돌렸고 한달 뒤 그 집 잔디밭에서 남편의 정년 퇴임식을 했다. 그 뒤로 출판기념회, 리마인드웨딩, 승진 축하식. 작가와의 만남으로 온 방문 등 십년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울타리를 둘러싼 하얀 대문의 칠이 벗겨지는 바람에 철대문에 페인트칠도 여러번 했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녹쓴 부분을 벗겨내며 가루를 마시는 것도 건강에 안 좋지만, 비염인 남편이 페인트칠을 하다보니 휘발성 냄새가 코로 들어가 건강을 해칠까봐 더 염려되었다. 그래서 3~4년간 보기 싫은 철대문으로 그냥 지냈다. 그러다가 집의 품위가 영 아니다.‘ 싶어 녹이 쓸지 않는 새대문을 알아보자했지만 남편은 끄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대로 어디를 가든 대문들을 눈여겨보며 우리집 새대문으로 적당한 대문을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올해 9월에 인터넷을 뒤졌고 10월 초에 아들한테 의견을 물었다. 아들이 알아낸 업체에 전화를 걸었더니 고령에 방문할 일거리가 있어 이쪽으로 오는 길에 방문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그날이 바로 우리 집 전기를 봐주러 오실 성당 대부님이 2시에 오겠다고 연락을 하신 날이기도 했다. 비만 오면 안전기 스위치가 내려가는 전기를 봐주러 오시겠다니 얼마나 고마운가? 그 분을 모셔 점심 대접을 하고 있는데 대문 업체 사장이 오셨다. 시골집이라 주소만 들고 찾아오다 보니 근처의 큰 건물도 없고, 어떻게 찾나 싶어 아들한테 전화해서 우리에게 연락이 닿았다. 마침 시골집에 와있다며 마담으로 뛰쳐나갔더니 트럭을 타고 오셨다. 대문 길이를 재고 알루미늄으로 제작해도 녹이 쓸지 않는단다. (녹이 안 쓸 수는 없겠지만) 가격이 철 대문보다 50만원 정도 사다며 170만원 견적을 말했다. 차라도 한잔 대접하고 싶지만, 집안에 손님이 계셔 그냥 보내며 보니 트턱 옆 편에 부인이 타고 있었다. 마음이 못내 미안했다.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셔요.‘ 했지만 그냥 갔다.
그 죄스러움에 딴 곳을 알아보지도 않고, 그 업체에 맡기기로 마음을 정했다. 대문에 달 열쇠며 우체통도 부탁했다. 그런데 우체통 바깥 입부분 사진만 보내며 그것만 구입하는데도 5만원이고 안쪽에 달 몸체는 달리 알아봐야 된다며 얼마간 소식이 없어서 내가 인터넷을 뒤지며 알아보았다. 남편이 우체국장에게 물어보란다. 그래서 곧장 우곡 우체국장님께 전화했더니 본인이 하나 구해주겠단다. 선물로.
“선물은 필요 없고요. 저희는 어디서 살 수 있는지, 그런 것들 살 곳을 몰라 전화했어요. 우리 집 우체통은 책이 많이 오니까, 책이 한 권씩 들어갈 크기의 우체통이 필요해요.”
그랬더니 이틀만에 우체통을 구했다고 사진을 보내셨다. 우리는 그 사진을 대문 제작 업체에 보냈더니 자기도 구해놓았단다. 그러면 진작에 문자를 주든지. 사진도 안 보내줘놓고 구해놓았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우리는 그 소식을 못 들어서 선물 받은 우체통을 하겠다고 말했다. 어쨌든 진행 상태를 알려고 평소 전화를 해도 잘 받지 않았다. 금요일에 전화하겠다고 하더니 전화가 없자, 12시 전에 내가 전화를 했다. ‘전화 하셨어요?’ 넘겨짚었는데 전화를 한 적이 없단다. “금요일에 전화 준다고 하셔서 기디리고 있었어요.” 그랬더니 그제서야 ‘오후에 전화하려고 했지.’ 하면서 11일 화요일에 오겠다고 했다. “몇시쯤에요?” “아침에.” “시간 약속을 할 수 있을까요?” “10시쯤에.” “그러면 그날 사모님도 모시고 오세요. 그전에 오셨을 때 차 대접도 못하고 보내서 이번에 꼭 좀 모시고 오세요. 점심 대접하고 싶어요.”
“둘이 갈게요. 그런데 점심은 됐고, 차만 한잔 할게요. 딴 데 또 갈곳이 있어서”
“점심 한술 뜨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린다고. 점심 들고 가세요.”
우리 집에는 손님으로 오시든, 일로 오시든 점심 대접을 하는 집이다. 이때껏 우리 집을 다녀간 분들은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갔는데, 십년 동안 1320명이 다녀갔다.
그래서 하루 전 오늘 메뉴판을 짰다.
밥은 잡곡밥(연잎에 사서 접시에 담기)
국은 복어국(콩나물 첨가)
주 메뉴는 쇠불고기( 처음 후라이펜에 생마늘과 흥당무우. 버섯, 양파 익혀 30분전에 양념장과 마늘, 생강, 참기름 넣고 양념장에 버무려 구워 끝에 대파 썰어 넣어 볶기)
전- 동태전, 부추전(해물 넣어), 고구마전
반찬- 김치, 물김치, 우엉, 명이나물, 오이피클, 깻잎김치, 고추조림. 텃밭 채소 재래기.
상에 곁들여 놓을 것- 단호박, 흥당무, 토마토, 브로콜리
다과상에 놓을 것-상화차. 감홍시. 황남빵, 마카다미아. 아몬드. 커피
과일- 키위, 사과, 배, 토마토. 밤, 땅콩
2025년 11월 11일 화요일
아침에 고령집에 들면서 우체국에 들러 한석동 국장님께 우체통 선물을 받아오며 오후에 점심 식사하러 오시라고 초대하고 왔다.9시 12시까지 혼자서 상 차림을 준비하는데 부침개 부칠 시간이 부족했다. 겨우 부추생선 부침개 하나를 구워 상에 올리며 손님들을 맞았다. 박종칠 사장님과 부인, 한석동 우체국장과 우리 부부가 거실자리에 방석을 깔고 앉았다.
밥은 연밥으로, 복어국과 물김치, 쇠불고기는 각자 그릇에 담아 식지 않도록 뚜껑을 담아 내었다. 물김치를 투명한 유리그릇에 담아 뚜껑을 덮다보니 뚜껑 위 자리가 심심해서 각자 후식으로 감홍시를 하나씩 올려내었다. 차로 마실 후식 상도 밥상 옆에 이어 차렸다. 각자 차 접시에 경주 황남빵 한 개씩, 키위, 사과 한 접시, 가운데는 아몬드와 마카다미아 견과류를 놓았다. 차는 상화차를 끓여 놓았다. 내 정성 들인 식사 메뉴들이 보기 좋아 사진에 먼저 담았다.
사장님이 잠시 대분쪽으로 나와 보란다. 대문 자물쇠 사용법을 가르쳐 준다. 앞쪽 이기자 여사가 대문이 예쁘다며 얼마에 맞췄냐고 물었다. ‘170만원요.’ 했더니 사장님이 ‘175만원요.’ 한다. 대문이 생각보다 예쁘다고 손뼉치며 감사 인사를 드리며 식사하러 오시라고 하며 들어왔다. 식사를 하면서 우체국장이 이 업체를 어떻게 알고 주문했느냐고 물었다.
“우리 아들이 인터넷을 뒤져서 대문 디자인이 세련되고 사장님이 좋다고 추천해주었어요.‘
사장님이 들어도 기분 좋은 대답을 해준 뒤 사장님에 대해 몇 가지 물어보았다.
“사장님은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마흔 여덟 살인데 대문 제작 사업은 서른 여덟 살 때부터 했어요. 공부 하기 싫어서.”
“인생 살아보니 학교 공부는 공부랄 게 없어요. 생활에 필요한 기술 익히는 게 좋은 공부지요.. 저번에 견적 보러 오셨을 때 사모님과 같이 오셨는 걸 나중에 트럭을 들여다보다 알았는데, 집안에 손님이 계셔서 차 대접도 못하고 보내어서 내내 마음이 짠하고 미안했어요”
“뭘요. 다녀보면 이렇게 대접하는 데가 없어요.”
“우리 집은 남들과 밥 한끼 나누며 즐기며 사는 집이에요. 차린 것 많으니 많이 드세요. 호호.”
하면서 대금을 계좌번호로 이체하려고 175만원이지요? 되물으니 5만원은 빼고, 성금 보낸 50만원 제하고 120만원만 보내란다. ‘그럼 그렇지. 내가 정을 나누는데 터무니없이 5만원 부치면 나는 괜찮지만 자기는 계속 마음이 찜찜할 걸?’ 나는 속으로 웃으며 잔금 120만원을 그 자리에서 게좌 이체했다. 사장님 휴대폰에 돈이 입금되는 소리가 ‘띵똥’ 흘렀다. 서로가 기분 좋게 웃으며 식사를 했다. 차도 마시고 배가 부르다고 남긴 차반에 차려진 음식들, 감홍시랑 군고구마랑 황남빵은 각자 종이 가방에 들려 보냈다.
손님을 보내고 새 대문 앞에 남편을 세워놓고 사진을 찍었다. 나무색 대문 한 쪽에 달린 빨간 우체통이 포인트가 되어 집이 예뻐 보였다. 대문 앞에 선 남편의 흰 잠바 색깔도 고동색 대문 과 잘 어울려 깔끔하고 품위 있는 대문으로 보였다. 새 대문 사진들을 우리 셋 가족 방에 올렸다. 우리 집 대장 우림이가 문자를 보내왔다. ㄴ
‘우체통이 포인트를 줘서 대문 전체가 예쁘네요. 기존에 있던 대문은 고철장수한테 파는가요?’
‘그냥 가져가라했어.’.
친정 여형제들 카톡 방에도 대문 사진을 올렸다.
‘축 대문! 멋져요- 박순우
‘우와!’ 김수경 제부
‘잘하셨습니다 ㅎㅎ .양 가에 철망 펜스도 조금 손을 본 것 같네요.
집에 인물이 확 달라진 느낌 좋아요.‘ 김정수 제부
‘ 와 멋져부러~!’ 박경희
늘 우리 집 열쇠를 맡겨두고 신세를 지던 이장님께도 쇠고기 불고기 2근을 사서 감사 편지를 썼다.
늘 고마우신 이장님께
이장님!
이장님이 계셔서 저희는 복 누리며 삽니다.
소소한 일부터
힘든 일까지
늘 앞서 보살펴 주셔서
은혜 임고 감사하며 삽니다.
이번에 새 대문으로 바꾸었어요.
이장님 귀찮게 해 드리지 않도록
비밀번호 열쇠를 달았습니다.
그동안 소소하게 돌봐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2025.11. 13. 이재진, 박경선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