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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ETF 10조달러 시대를 맞아 공모펀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ETF는 최근 테마형 ETF를 필두로 시장의 외연 확대와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2021년에 국내 신규 상장된 주가지수 ETF 중 테마형 상품은 77%라는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주식형 ETF 내 운용자산 및 거래대금 비중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테마형 ETF는 상품 차별화 경쟁 속에서 등장한 틈새 상품으로 투자자의 수요를 적시에 소화하고 투자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당대 유행하는 테마를 좇아 상품을 출시할 경우, 상장 당시 ETF에 편입된 종목은 시장의 관심을 과도하게 받아 결과적으로 고평가될 위험이 존재한다. 실제 국내 테마형 ETF의 상장 이후 수익률은 벤치마크 대비 저조한 반면, 상장 전 테마형 ETF가 추종하는 기초지수의 수익률은 벤치마크 대비 높게 나타나 예상과 부합하는 결과로 판단된다. ETF 투자자는 이러한 테마형 ETF의 위험요소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향후 ETF 상품 공급자는 간접투자상품으로서 ETF의 장기적인 성과와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성공적인 금융혁신 중 하나로 회자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2000년대 공모펀드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흔들리는 와중에도 ETF의 성장세는 지속되었고 전 세계 ETF 운용자산규모는 2021년 중 10조달러 고지를 돌파했다.1) 복잡하지 않은 전략 구조, 저비용 분산투자, 높은 환금성 등 여러 장점을 보유한 ETF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환영 받았고 국내에서도 선호되는 투자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ETF 순자산 총액은 약 74조원으로 작년 한 해 동안 42%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국내 공모펀드 시장의 외형 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2)
최근 ETF 시장의 화두는 테마형(thematic) ETF로 글로벌 ETF 시장의 외연 확대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테마형 ETF는 섹터(또는 업종) ETF와 유사한 특화(specialized) ETF의 한 종류로, 특정 주제(theme)나 트렌드(trend)와 연관된 자산으로 지수를 구성하여 추종하는 ETF를 통칭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차, 메타버스, 기후변화, ESG 등 장기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영역의 테마형 ETF가 출시되고 있으며, 해외의 경우 무역전쟁, 대마초(cannabis), 채식주의자(vegan), 코로나19 백신 등 더욱 세분화된 테마형 ETF도 등장하고 있다.
이에 본 고에서는 국내 테마형 ETF의 성장과 더불어 테마형 ETF의 수익률 특성에 내포된 위험요인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자료의 특성상 본 고에서 다루는 테마형 ETF는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한정한다.3)
국내 테마형 ETF의 성장
<그림 1>은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신규상장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시장대표 ETF는 코스피200, S&P500, 코스닥150과 같이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주식시장 내 시가총액이 큰 종목에 대한 투자비중이 높다. 한편 스타일, 스마트베타 ETF는 가치, 성장, 대형주식 등 종목의 특성을 바탕으로 지수를 구성하여 운용하는 전략형 상품이며, 업종(또는 섹터) ETF는 미리 정의된 산업 기준에 따라 분류된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테마형 ETF는 섹터 ETF와의 경계가 모호하지만, 2차전지, 전기차, 5G, 메타버스 등 상품명 속 키워드(keyword)4)에서 알 수 있듯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분야 또는 상품명에 ‘테마’가 포함된 상품으로 정의한다.
<그림 1>에서 보여주듯 비교적 최근에 상장된 주가지수 ETF 중 대부분은 테마형 ETF임을 알 수 있다. 연도별 신규 출시된 주가지수 ETF 중 테마형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 2021년 각각 56%(18개), 77%(41개)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국내지수, 해외지수를 막론하고 최근 신규상장 상품 중 테마형 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테마형 ETF의 운용자산(AUM) 및 거래대금 규모가 주식형 ETF 내 2%에 불과했으나 2021년 말 그 비중이 약 25%로 급성장했다.
테마형 ETF가 급성장한 데에는 운용사 간 경쟁과 상품 특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본래 ETF는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방식의 패시브(passive) 펀드라는 점에서 태생적으로 펀드 매니저의 재량과 역량이 발휘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시장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경우 미리 시장을 선점한 상품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펀드 보수를 낮추는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으나 ETF 비용 수준이 전반적으로 저렴한 점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따라서 ETF 공급 시장에 진입한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수익을 유지하면서 남들과 차별화된 요소를 갖추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상품을 개발하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차별화 과정 속에서 투자자의 수요에 적시에 부응할 수 있는 상품은 바로 테마형 ETF인 것이다.
테마형 ETF는 분명 상품의 공급자 측면에서 ETF 시장의 외연을 확장하고, 상품 다양성 측면에서 투자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림 2>는 전술한 유형별 주가지수 ETF가 출시된 시점을 기준으로 신규 상장된 상품의 기존 ETF 시장과의 유사한 정도를 정량적으로 산출하여 비교한 것이다. 계산을 위해 새로 상장된 개별 ETF 포트폴리오 구성과 상장 전 ETF 전체 시장의 포트폴리오 구성과의 코사인(cosine) 유사도를 산출한다.5) 산출된 값이 1에 가까울수록새로 상장된 ETF와 기존 ETF 시장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산출 결과 출시 시점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전반적으로 테마형 ETF는 기존 ETF 시장과의 유사도가 시장대표 또는 전략형(스타일 ∙ 스마트베타) ETF에 비해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섹터 ETF는 유사도의 평균이 0.2로 가장 낮은데 이는 상대적으로 출시된 시점이 ETF 시장이 비교적 덜 성장한 과거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사료된다. 요약하면 최근 성장하고 있는 테마형 ETF는 펀드 투자자의 투자기회집합(investment opportunity set) 확대에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내 테마형 ETF의 수익률 특성
테마형 ETF는 분명 투자자의 수요에 적시에 부응하고 상품군을 다양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볼 수 있으나, 테마형 ETF는 상장 이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시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림 3>은 비교 가능한 국내 주식형 테마 ETF의 상장 이후 평균 누적초과수익률을 보여준다.6) 수익률 자료 확보를 위해 상장 이후 최소 1년 이상 지난 상품을 대상으로 하며, 벤치마크 수익률은 국내 주식시장 수익률(코스피 ∙ 코스닥 합산)을 사용한다. 산출 결과에 따르면 테마형 ETF는 상장 이후 250거래일(약 1년) 동안 평균 누적초과수익률이 -5.7%로 동기간의 주식시장을 하회했다. 상위 25%의 누적초과수익률은 0.4%이며 하위 25%의 경우 -18.3%로 성과가 저조하다. 다른 유형의 주가지수 ETF의 경우 편차가 존재하나 평균적으로 누적초과수익률이 거의 0%에 근접해 벤치마크와의 차이가 크게 발생하지 않았으나, 유독 테마형 ETF의 상장 이후 수익률이 낮음을 알 수 있다(<그림 4> 참고).
그렇다면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을까? 여러 요인을 떠올릴 수 있겠으나 테마형 ETF가 상장할 당시 구성종목의 고평가(overvaluation)를 토대로 설명하고자 한다. 테마형 ETF는 말 그대로 당대 유행하는 ‘테마’와 연관된 종목을 편입하여 구성한 지수를 추종한다. 해당 지수에 편입된 종목은 당시 많은 투자자의 수요가 받쳐주는 종목일 가능성이 높고 그러한 종목은 이미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본 고에서 살펴본 테마형 ETF 중 기초지수 자료가 확보 가능한 상품을 대상으로 테마형 ETF가 상장하기 전 기초지수의 초과성과를 계산하면 <그림 5>와 같다. 앞선 <그림 3>과 동일한 방법으로 상장 전 250거래일간 벤치마크 대비 누적초과수익률 산출해보면 평균 16.2%로 같은 기간 주식시장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앞서 살펴본 상장 이후 음(-)의 초과성과를 고려하면 테마형 ETF가 출시 당시 시장 수요로 인해 고평가된 종목의 편입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테마형 ETF에 편입된 종목에 대한 투자자의 수요가 높은 것을 몇 가지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림 6>은 테마형 ETF를 구성하고 있는 종목의 월간 거래량과 검색빈도를 투자비중으로 가중 평균하여, 상장 직전 월별 거래량과 검색지수의 1년 전 동월 대비 변화율을 보여준다. 그 결과 상장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평균적으로 거래량은 약 80%, 검색빈도는 약 73% 증가하여 테마형 ETF의 편입종목은 상장 전에 이미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종목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분석 결과는 ETF에 포함된 비용(cost)에 따른 결과는 아닌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7>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에 상장된 주식형 ETF 중 테마형 ETF의 운용보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나, 수익률의 유의미한 차이를 야기할 만큼의 수준은 아니다. 다만 ETF 시장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는 경쟁으로 인해 차별화된 상품을 출시하다 보니 기존 상품에 비해 운용보수가 높게 설정된 것은 사실이다(<그림 8> 참고). 결과적으로 상장 초기 테마형 ETF에 투자한 사람들은 높은 비용을 지불함에도 불구하고 만족할만한 성과를 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시사점
최근 성장하고 있는 테마형 ETF는 운용사 간 차별화 경쟁 속에서 틈새 시장을 공략한 특화 ETF로 시장 전반의 다양성 확보와 외연 확장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시장의 투자 수요를 적시에 반영한 상품들이 많아 투자자의 운신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본 고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테마형 ETF에 편입된 종목의 고평가로 인해 상대적으로 상장 이후 수익률이 저조하게 나타난다. 이는 테마형 ETF가 당시 시장의 주된 관심을 받는 종목에 주로 투자하다 보니, 상장 전 이미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종목이 ETF에 많이 편입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사료된다. 뿐만 아니라 테마형 ETF에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낮아진 수익률 외에도 차별화된 상품에 부과되는 높은 운용보수를 감당해야 하며, 초과수익률(alpha)의 크기가 유의미한 것으로 보아 테마형 상품의 분산투자 효과 또한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으로 테마형 ETF의 운용 실적(track record)이 짧아 앞으로의 장기 수익률은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당대 유행하는 ‘테마’는 변화하고 차별화된 상품을 출시하려는 경쟁이 지속된다면 새로 상장될 테마형 ETF에서도 위와 같은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투자상품의 다양화와 혁신을 위한 경쟁은 때로는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며 그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투자자가 감수해야 하는 몫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투자자는 이러한 테마형 ETF의 위험요인에 대해 주의 깊게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ETF 상품 공급자는 간접투자상품으로서 ETF의 장기적인 성과와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1)www.etfgi.com
2) 자본시장연구원, 2022, 2022년 자산운용산업 전망 및 주요 이슈.
3) ETF의 분류체계(taxonomy)상 테마형 ETF의 정의 자체는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본 고에서 다루는 테마형 ETF는 특정 ‘테마’와 연관된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로 한정하나, 테마형 ETF는 탄소배출권, 가상자산과 같은 주식 외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도 포괄하는 개념으로 쓰이기도 하며 섹터(업종) ETF도 광의의 테마형 ETF로 볼 수 있다.
4) 이 외에도 태양광, 게임, ESG, 사회책임투자, 수소 경제, K-뉴딜, 신재생에너지, 웹툰, K-POP, 골프 등이 있다.
5) 코사인 유사도(cosine similarity)는 본래 두 벡터(vector) 간의 유사한 정도를 수학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으로, 본 고에서는 ETF를 구성하는 종목에 대한 투자비중 벡터와 ETF 전체 시장의 각 종목에 대한 투자비중 벡터간의 유사도를 계산한다. 계산을 위해 자료 확보가 가능한 국내 주식형 실물 ETF로 한정한다.
6) 벤치마크를 국내 주식시장으로 동일하게 설정하기 위한 것이며, 동 시점에 상장하고 동일한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중복)는 제거하고 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