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과거엔 ‘아형‘이나 ’불후’를 즐겨보았는데 요샌 ‘라스‘나 ’돌싱 포 맨‘를 보고 있어요. ’라스‘는 안영미(41)가 출산을 위해 하차하고 도연이 고정으로 영전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장도연(39)이 더 좋아요. 제가 오늘 ’라스‘를 꺼낸 이유는 구준엽의 러브스토리 때문입니다. 글쎄 구 씨가 "20년 전 사랑했던 여인과 재회해서 결혼에 골인했다는 것 아닙니까? 상대는 대만판 ’꽃보다 여자‘의 여주인공으로 나온 여배우’쉬시위안(서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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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준엽(55) 클론 시절 대만 공영방송 MC였던 서희원이 공개적으로 대시해 둘의 만남이 이루어졌고 사랑했는데 슬픈 이별을 했고 각자 다른 상대를 만나 결혼을 했다고 해요. 23년의 세월이 흘러 흘러 남자가 먼저 여자의 이혼 소식을 듣고 20년 전 그 번호를 찾아 연락해 봤다며 "다행히 그 번호 그대로여서 우린 다시 연결될 수 있었다고“ 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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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많이 지나간 시간을 더는 허비할 수 없어 제가 결혼을 제안했고, 그녀도 받아들여 혼인신고 하고 속전속결로 지금 같이 살고 있다네요. 23년 만에 만나 대만에서 재회하는 장면을 보았는데 감동의 도가니탕이었어요. 김구라가 "형 오래 살라"고 덕담하는데 살짝 부럽기도 했습니다. 제게도 똑같은 경험이 있습니다. 20대에 만나 군 생활 내내 편지를 주고받던 떡집 딸은 제게 문학을 가르쳐준 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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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먼저 시집을 가버렸고 홧김에 저도 결혼을 했어요. 쉐링(주) 시절 그녀를 찾는 MAIL을 보냈고 늦지 않게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어요. 처음 그녀를 만난 날 뛰었던 심장박동이 재방 되었고 구준엽의 눈물의 의미를 십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제 인생 감격스러운 순간 중 한 장면 입니다. ”리얼을 이기는 연기는 없어요“(국진). 에휴. 2023.8.12.sat. 악동
2.
"아직 오전 6시가 넘지 않았는데도 서울이 다 그렇지만 동대문 프레아 뒷길은 김빠진 열기로 형편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S는 맘먹고 벤치 프레스에 바벨을 끝까지 올려 놓고야 말았다. 60.70.90,100. 거울에 비친 젖 봉우리가 말죽거리 권 우와 오버랩 되는 순간 오만상을 다 써 보았다. 짜~아식, 살아있네. 강남 터미널은 한산하다. 오늘이 연휴 마지막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며 터미널 꽃시장 쪽문에 빨려서 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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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상인들의 북적거림이 지나고 꽃시장은 다시 평온을 찾고 있는 듯했다. 내가 좋아하는 후레지아, 부활절의 릴리, 그리고 정물화용 소국, 단박에 그라시아(장미) 100송이를 주문했고 제법 묵직한 게 맘에 들어서 꽃집 여자와 돈 바꿨다. 연신, 히죽거리다가 모바일을 연다. "나도 오빠 죽을 만큼 보고 싶다(최 지우)." 수학 공식인지 조건반사인지 심장이 마구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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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다다를 즈음 차 속에서 생각해 놓은 특별 이벤트는 마음속에 남겨두고 내릴 수밖에. Send를 길게 눌러 봤는데 대답이 없다. 희끗거리는 계집애들. 오십은 족히 돼 보이는 아저씨가 물어보는 길 물음에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S가 다시 Send를 길게 눌렀다. 역시 대답이 없다. 혹시 무슨 일이. 만약, 내게 말 못 할 일이라도 생겼으면 어떡하나. 조급한 마음이 들었지만 애써 여유를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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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다. 나의 그녀다. 모래시계의 현정이처럼 코트 깃을 세우고 나를 향해 거만하게 걸어왔다. 큰 키에 힐을 신은 모양이다. 접어 두었던 이벤트를 또 생략해야 했어도, 기쁘다는 말에 내가 더 기뻤다. 까치 버전이다. 네가 기뻐하는 일 해 준다고 했잖아…….아까운 꼬리곰탕을 몇 덩어리나 남겨놓고, 우리는 44번 국도를 선택하였다. 시간 반이 되는 설교가 다 끝날 때까지 그녀는 진지하게 그리고 감격해하며 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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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는 기뻤다. 가슴속 깊이 가라앉아 있던 A형 남자의 한들이 주체할 수 없는 기세로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도로 확장 공사로 국도는 많이 바뀌었지만 문 막, 치악산, 신남, 철정 ck, 휴게소, 86팀 스피릿, 선착장, 우체국, 교회, 그리고 방앗간 그때 그 창문도 그대로 S를 기다리며 반겨주었다. 관객 천만 돌파를 눈앞에 둔 장동건의 '태극기 휘날리며'를 호평하며 두 사람은 열심히 고증 찾기에 바쁜데 소양강의 해는 야속하게도 서둘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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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쇼팽, 모차르트까지. 몇 번이나 목적지를 비켜갈 만큼 두 사람은 할 말이 끊이질 않는다.
‘여울‘이라......,맘먹고 언덕 위의 하얀 종이비행기를 타기로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다. S를 쳐다보며 재잘대는 그녀는 영락없는 그녀다. 하나도 변한 게 없다. 반소매에 굵은 팔뚝조차 옛날의 그녀다. 아니 더 거칠어 보였다. 분신 셋을 똑 부러지게 키운 상흔 일 거라고 생각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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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처럼 그녀는 여전히 나보다 더 나 같은 모습을 하고는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다. "오빠 꼭 닮은 아들을 낳고 싶었다고". 미친 거 아니야? 가슴이 또 뛴다. 눈물이 나오려고 지랄이다. 나는 18년 동안 고부라진 여인을 고쳐주신 하나님께서 우리들의 고부라진 18년을 한 가닥 주름도 없이 펴시고 이전보다 더 단단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가실 것을 믿는다. 막바지 행락객들을 태운 입석 기차가 S의 서울 입성을 재촉하였다. 오늘 밤도 쉬 잠이 올 것 같지 않다(since 2004.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