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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의 수학적 원리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쓴 “비트코인: 개인간 전자 화폐 시스템(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논문에 잘 나와 있다. 여기에서는 비트코인을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We define an electronic coin as a chain of digital signatures. Each owner transfers the coin to the next by digitally signing a hash of the previous transaction and the public key of the next owner and adding these to the end of the coin. A payee can verify the signatures to verify the chain of ownership. (우리는 전자 화폐를 디지털 서명의 체인으로 정의합니다. 코인 소유자는 거래 내역에 디지털 서명을 한 후 다음 사람에게 전달하고, 이를 받은 사람은 자신의 공개 키를 코인 맨 뒤에 붙입니다. 돈을 받은 사람은 앞 사람이 유효한 소유자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도표에 그 과정이 설명되어 있다.
복잡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원리는 간단하다. ‘화폐’라는 것이 가져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 속성은 1) 액수가 표시되고 보존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2) 위조가 어려워서 주고 받았을 때 사기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 두 가지 문제를 푼 것이다. 위 도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개키와 개인키를 이용한 비대칭 암호화를 이해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자면 글이 너무 길어질 수 있으니 간략히만 이야기하면(또는 이 문서를 참고), 공개키와 개인키는 세트로 만들어지고, 공개키를 이용해서 암호화한 것은 거기에 해당하는 개인키를 이용해서만 풀 수 있고, 반대로 개인키를 이용해서 암호화한 것은 공개키를 이용해서만 풀 수 있다. 도표 중 가운데 그림을 보자. Owner 1이 Owner 2에게 비트코인을 전달하는 과정이다. Owner 1은, 비트코인 거래 내역과 Owner 2의 공개 키를 가져와서 해싱(hashing)을 한다. 여기서 ‘해싱’은 보안에서 등장하는 용어인데, 텍스트를 짧은 숫자와 문자열로 요약하는 것을 의미한다. 해싱은 비가역적이다. 즉, 문서 A를 해싱해서 문서 B를 만들 수 있지만, 문서 B를 이용해서 문서 A를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쨌든, Owner 2의 공개키를 가져와서 해싱한 후에 자신의 개인키를 사용해서 서명을 한다. 서명된 결과를 Owner 2에게 보낸다. Owner 2는, 자신의 공개키를 활용해 암호화된 문서가 도착했으므로, 자신의 개인키를 사용해서 암호를 풀 수 있다. 암호가 제대로 풀리면 비트코인의 거래가 완료된다.
위 알고리즘은 그렇다 치고, 아무리 생각해도 잘 이해되지 않는 의문이 있을 것이다. 실체도 없는 컴퓨터 코드가 어떻게 해서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주고 사고 싶어하는 ‘가치를 지닌 물건’이 되는가?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지난 10월, 리니지에서 ‘진명황의 집행검’이라는 아이템을 인첸트(inchant)하려다 실패해서 리니지를 상대로 아이템 복구 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사례가 있었다. 이 재판의 쟁점이 되었던 ‘진명황의 집행검’은 시가가 무려 3천만원이다. 게임 아이템이 뭐길래 시가 3천만원이 되는가? 그 이유는 ‘희소성’, 그리고 ‘시간과 노력’에 있다. 게임 내에서 이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시간을 써야 하고, 거기에 운도 따라야 한다. 사람의 시간이 들어가서 쓸모 있는 무언가가 만들어지면,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닌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차이는, 리니지에서는 사람이 노가다를 해서 아이템을 획득해야 하지만, 비트코인은 사람 대신 ‘기계가 노가다를 해서’ 코인을 획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계는 공짜가 아니다. 몇 천 달러를 주고 사야 하고, 전기도 많이 든다. 이렇게 ‘투자’를 해야만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 결과물은 일정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그 가치가 10달러가 맞는지 1000달러가 맞는지에 대한 논의는 별개로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비트코인을 얻기 힘들고, 더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가치가 상승할 내재적 가능성이 있다. 그 때문에 ‘마이너(miner)’들은 하루라도 빨리 비트코인을 얻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한때는 ‘아는 사람만 알던’ 비트코인이 갑자기 미국 전역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지난 11월 19일에 있었던 미국 상원 의원 공청회가 열리면서이다. 미국 상원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한 번 ‘들어보겠다’고 한 소식만으로 비트코인의 가격은 400달러로 솟았으며, 그 공청회를 통해 비트코인의 장단점을 상세히 알게 되자, 다시 한 번 가격이 뛰었고, 오늘날 1,000달러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 때 비트코인 관련 사업을 하던 사람들과 화폐 정책에 관여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여기에서 발표된 내용 전문을 읽을 수 있다. 그 중 BitPay의 CEO인 Anthony Gallippi가 발표한 내용이 비트코인의 장단점을 잘 요약하고 있어 트위터에 올렸었는데 142명이 Favorite으로 등록했었다. 그 중 흥미로운 문단 몇 가지를 간략히 번역한다.
Credit cards are “pull” transactions. The shopper provides their account number, and secret credentials that the business can use to pull money from their account. The problem is that the same credentials to pull money one time can be used to pull money many more times – by that same business, or by anyone who has these credentials. This is the fundamental design problem with credit cards, and it is the root cause of the identity theft and fraud that we see today. (신용카드는 ‘당기기’ 방식입니다. 즉, 고객이 신용카드 번호를 제공하면 회사는 그 계좌에서 돈을 빼갑니다. 문제는, 그 신용카드 번호를 가진 누구든 돈을 빼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이 문제 때문에 ‘명의 차용’을 이용한 사기 죄가 생겨납니다.)
Because of this design flaw, security around credit cards is massively expensive. Apple has iTunes, with over 500 million credit card numbers stored on file. The cost and risk of securing this data is enormous. Visa alone spends $200 million a year on fraud prevention. They are throwing big money at the problem and it is not working, because every year fraud remains very high. (신용카드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쓰이는 돈은 엄청납니다. 비자(Visa) 혼자 사기 검출에 쓰는 돈이 무려 2천억원 이상입니다. 어차피 되지도 않는 일에 돈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지요. 항상 사기율은 매우 높으니까요.)
Bitcoin payments are “push” transactions, which are very different than credit cards. If I want to pay someone, I push them the exact amount I want to give them. The recipient does not get my account number, they do not get my secret credentials, and they do not get any permission to ever pull money from my account. Only I can push out a payment. Bitcoin works similar to email, and text messages. Text messages are a push transaction. You cannot pull an email from me or a text message from me, only I can push the message to you. Bitcoin works the same way, for payments. (반면 비트코인은 ‘밀기’ 방식입니다. 제가 누구에게 돈을 보내고 싶다면, 딱 그만큼의 돈만 보낼 수 있습니다. 받는 사람은 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제 계좌 정보도 모르므로, 저에게서 절대로 돈을 더 빼갈 수 없습니다. 오직 저만 돈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이메일이나 텍스트 메시지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여기까지 보면 장점이 참 많은 것 같지만, 분명한 한계도 많이 있다.
비트코인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고 비트코인을 사서 모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람들은 페이스북 아이디어를 처음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유명한 윙클보스 형제들이다. 비트코인이 15달러대일때부터 사기 시작했다는데, 지난 4월에 비트코인을 10만개 이상 소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으로 환산하면 $100 million, 즉 천억 원이 넘는 액수이다.
비트코인으로 결제 가능한 레스토랑과 카페도 늘어나고 있다. 그 중 팔로 알토의 유니버시티 거리에 위치한 쿠파 카페(Coupa Cafe)가 있다. 이 카페는 지난 7월부터 비트코인 결제를 받고 있다. 온라인에서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은 이미 많이 있다. 비트코인 위키에 그 리스트가 정리되어 있는데, 이미 비트코인 관련 웹사이트들의 수가 수천에 달해 깜짝 놀랐다.
비트코인 시장 규모가 아무리 커진다 해도, 수백년 이상 쌓아온 현재의 금융 제도를 바꾸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지금 하나에 1천 달러나 하는 비트코인의 가치가 과연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도 의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비트코인에 결정적 결함이 발견되어 그 체계가 무너지지 않는 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인다) 비트코인은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닐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사용하기 시작함에 따라 비트코인 경제 규모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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