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영국 일간지 더선(The Sun)은 '떠오르는 산토리(Suntory)' 라는 특집 기사를 내고 "위스키의 정수를 제대로 재현했다"는 헌사를 보냈다. 일본에선 "'재패니스 위스키'가 위스키 종주국을 정복했다"면서 열광했다. 산토리는 일본 위스키 서양 침공을 진두지휘하는 첨병이다. 경매에서 3억원에 낙찰, 화제를 부른 야마자키 50년산 한정판이나 600만원이란 고가에도 없어서 못 판다는 히비키 30년산은 세계 위스키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산토리의 돌격대장이다. 하쿠슈 위스키는 지난해 영국에서 열린 국제증류주품평회 경연대회에서 세계 굴지 위스키 브랜드 500여개를 제치고 싱글 몰트 부문 최고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산토리 맥주 역시 뒤질세라 지난 5월 벨기에 주류식품품평회 몽드셀렉션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미국 뉴욕 유명 술집에선 산토리 야마자키 25년산 더블샷(60ml) 한 잔에 500달러를 받는다고 한다.
산토리는 1899년 창립한 식음료업체. 위스키 제조로 출발했지만 맥주, 건강 음료, 커피까지 영역을 넓혀가며 줄줄이 히트 상품을 출시한 관록이 남다르다. 경영학계에선 산토리 경영 전략을 '과대 확장(overextension)' 이란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타미 히로유키 히토쓰바시대 교수가 정리한 용어로 기업이 현재 능력 범위에서 벗어나는 활동을 추진하면서 내부 구성원들을 창조적 긴장 상태로 몰아넣어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한다는 내용이다.
산토리는 위스키에서 맥주, 차, 칵테일, 과즙 탄산까지 핵심 제품이 침체에 빠질 무렵, 과감하게 신개념 제품을 밀어붙여 내놓으면서 위기를 극복해왔다. 산토리는 위스키에 이어 1963년 맥주 시장에도 뛰어들었지만 아사히·기린에 밀려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그러나 2003년 출시한 프리미엄 몰츠 맥주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40년 만에 맥주 부문에서 첫 흑자를 기록하면서 회사 전체가 들떴다. 그런데 일본 내 인구 감소에 고령화 악재가 심화하면서 맥주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 산토리 맥주 전성기는 개막하자마자 종영하는 신세가 됐다. 그런데 산토리 지난해 매출은 2조2508억엔.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509억엔. 매출에선 아사히(2조1203억엔)와 기린(1조9305억엔)을 앞질렀다. 어떤 마법이 발휘된 것일까.
♧ 글로벌 M&A는 '신의 한 수'
최근 들어 돋보인 산토리 전법(戰法)의 핵심은 모험을 각오한 인수·합병(M&A)이다. 2014년 5월 미국 최대 위스키 회사 짐 빔(Jim Beam)을 160억달러에 사들인 게 절정이었다. 이전에도 1980년 미 펩시 계열 제조판매회사(bottler)를 시작으로 프랑스 와인 샤토 라그랑주, 영국 위스키 모리슨 보모어, 프랑스 청량음료 오랑지나 슈웹스, 뉴질랜드 청량음료 풀코어, 영국 루코제이드와 리베나 등이 차례로 산토리 품 안으로 들어왔지만, 그 정점을 찍은 거래는 짐 빔이었다.
당시 사지 노부타다 회장은 "위스키는 와인이나 맥주와 달리 제조와 브랜드 확립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번 거래로) 브랜드 가치와 이익률을 한꺼번에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짐 빔과 합쳐 탄생한 빔산토리는 단숨에 디아지오·페르노리카에 이은 세계 3위 위스키 업체로 도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