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의 부족함을 많이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네요 이곳은...
글을 쓰시는 모든 분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열정이란 정말이지 저를 다시한번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통해 만나게 되는 사람들 보다 이렇게 글을 통해서 만나뵙게 되는 분들은 어쩌면 더욱 소중할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글은 어떻게 쓰는건지, 형식은 뭔지, 구조가 뭔지도 잘 모르는 사람이에요.
하루 종일 새로운 사람들을 마주하며, 차라리 이 사람들 모두가 단숨에 읽히는 재미난 '소설 책' 이길 바라는 사람이기도 하죠.
오늘은 기분이 몹시도 좋지 않은 날이라 부득이하게도 이렇게 푸념먼저 늘어 놓게 되네요..
기분 좋은 날에는 개인 미니 홈피에 소설을 한줄이라도 써 넣었을텐데 오늘은 푸념 하는 것으로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푸념시작-
오늘은 다행스럽게도 한국 '스텐바이'가 있는 날이여서 기분 늘어지도록 잠과의 한판승부에 나섰습니다.
불길한 전화가 오기 전 까지는요...
스케줄부 부팀장의 전화였어요.
스케줄이 펑크가 나게 생겼다면서 저에게 sos를 치더라구요.
그래서 '잠'과 아직 승부가 나지 않은 저에게 2시간 이내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인천 공항으로 가라는... 그런 모진 말씀을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아득했습니다. 평소라면 상관 없겠지만 고향집에 내려와 있는 저로서는 정말 난감하더군요.
씻고 화장하고 옷갈아입고... 도무지 무슨 수로 대전에서 인천공항까지 2시간 이내에 간답니까?
평소에 친분이 있던 부팀장이라 대충 얼버무리며 '난 못가!' 라고 못박았죠.
똑같이 '스텐바이' 하는 후배도 있는데 왜! 왜! 왜! 4년차인 내가 가야 하냔 말입니다. (우리 업계에서는 일명'굴욕'이라고도 하죠.)
거의 울상이 되어있는 부팀장의 전화를 마음대로 끊어버렸습니다. '후배라는 인간도 오늘 스텐바이거든?'이라는 참신한 정보와 함께...
문자 메세지가 오더군요. 일단 자기가 과장에게 이리저리 둘러 댔다고요, 그리고 거짓말한거 들통나면 안되니까..
이 부분까지 문자 메세지를 이해하고 있는데 한개의 메세지가 더 들어오더니 곧 회사 대표 전화로 마구 전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받아 들자마자 과장인지 뭔지 하는 인간은 뭔가의 불만에 사로잡혀 미리 장전한 총알을 한꺼번에 저에게 퍼부었습니다.
"왜 못오시겠다는 겁니까?"
그게.. 내가 지금 고향 집에 와 있거든? 자꾸 나 귀찮게 하지 말아줄래? 라는 말이 이미 혀 끝에서 맴돌았지만 가련한 이 월급쟁이는 생각해낸 말 중에 단 한마디도 할수 없었습니다. (스텐바이때 현재 거주지에서 이탈하는것은 규정에 어긋난 행위라 차마 대전집에 와 있다고할수가 없었습니다.)
"과장님, 어떻게 2시간 이내에 공항에 도착합니까? 지금 씻고 화장하고 옷입어도 1시간은 족히 걸릴껄요? 그리고 제가 아무리 거주지가 인천이라지만 선학동에서 거기까지 리무진타고 1시간 반도 더 넘게 걸리거든요? 그리고 저는 내일도 스케줄 변경으로 단거리 비행 가야 하는걸로 알고 있는데, 대개 다음날 변경 스케줄 받으면 그 전날은 휴식 아닙니까? 다른이유 다 없다 치더라도 리무진 버스 시간 때문에 저는 그 시간 내에는 절대 공항에 도착 하지 못합니다."
"그럼 택시타면 되겠네요!"
허.. 이 잔인한 인간을 좀 보십시오. 기본급을 제외한 오늘 비행의 수당은 모조리 합쳐도 4만원이 안되는 단거리 플라잇 이였습니다. 그런데 택시를 타라는 이 무자비한 인간이 우리 과장입니다. (인천-인천공항 초고속 택시 비용 = 4~5만원)
할말을 잃고 한참이나 멍하게 있자, 우리 과장님의 100번째쯤 되는 탄알은 정말이지 박수를 짝짝 쳐주며 '너의 노고에 내가 항상 감동 하노라' 하는 심정이였다고 하겠습니다.
"지금 인천 아니시죠? 밖에 있죠? 그래서 지금 버티고 있는거 아닙니까!"
예! 그렇습니다. 제가 지금 인천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자꾸 '되지도 않을 소리' 마시고 전화좀 살포시 끊어 주시겠습니까?
하지만 이 가련한 월급쟁이, 이번에도 입을 굳게 닫고 '배째'라는 식의 침묵을 흘렸습니다.
"왜 스텐바이가 집에 없는 겁니까? 그거 규정 위반인거 모르세요?"
난 그런거 모릅니다.
"벌써 4년이나 비행 하신 분이 그런거 하나도 숙지 못하고 있으면 어쩌자는 겁니까?"
숙지 했습니다만 설마 비행 4년차인 나에게 대타 비행을 뛰게 할지 몰랐습니다.
"후배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과장 니가 자꾸 이런 식이라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니가 존경을 받지 못하는 겁니다.
"대체 일을 하겠다는 겁니까? 말겠다는 겁니까?"
하긴 하겠지만 후배도 있는 '스텐바이' 날에 선배 승무원이 비행가는건 좀 아닙니다.
"정신 안차리실래요?"
머리에 피 마른지는 오래지만 니가 자꾸 그러면 마른 피가 다시 솓아 오릅니다.
"왜 말이 없어요?"
이미 수많은 말들을 토했지만 니가 안들린것 뿐입니다.
하지만... 내 영혼의 외침과는 상관없이 입술 두쪽은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더군요.
"죄송합니다. 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지금 급한일로 집에 내려와 있거든요. 정말 죄송합니다."
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고,
강한자여. 그대 이름도 여자로구나...
"이번일은 인사부에 넘길테니 경위서 작성 하셔서 제출 하시고, 인사 점수는 -5점에 해당되니까 그렇게 알고 계세요"
장전한 총알을 모두 사용했는지 과장은 그렇게 통화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부팀장이 보내온 문자를 끝까지 읽었더랬죠. 그리고 저는 새로 가입한 낯선 이곳에 푸념을 할정도로 열이 오른 나머지 화장대를 향해 힘껏 전화기를 집어 던졌지요.
첫번째 온 메세지 : [내가 둘러대서 후배가 비행 가기로 했어. 거짓말했으니까 들키지 마라]
급하게 바로 온 두번째 메세지 : [야! 과장이 너 간본대. 전화 할꺼니까 받지마]
결국, 친분있는 부팀장 역시 거짓말이 들통나 너덜 거렸고, 저 역시 오늘 하루종일 너덜거리고 있습니다.
마치 닳고 닳은 나머지 이제 제 기능을 잃어버린 헌 신짝 처럼요...
첫댓글 좋은 일이 생기려고 액땜하셨나봐요, 얼마나 좋은 일이 생기려고 액땜 대단하게 하셨네요!! 힘내세요!! 등어리 팡팡!!
좋은 일이 생기려고 그런거겠죠? 그러길 바랄 뿐입니다. 등어리 팡팡 해주셔서 부장 이라는 토사물이 눈앞에 보이는 듯 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저도 가입한지 몇일 안된 새내기 입니다 @--@ 멜로디님!! 힘내세요~!!!
힘!! 힘을 주쏘써!!!
착하신가 봅니다. 정말 모질게 마음 먹었다면 회사에서 오는 전화 받지도 않았을 텐데. 지나간 일 훌훌 털어버리세요. 그리고 반갑습니다!
그만 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딱 좋은 이유 하나 생겼다 샘 치고 있죠. 반갑습니다!!
ㅎㅎㅎ,,,, 아..... 무지 웃음서 읽었네요. 이거 누구 열받은 일에 이리 웃음이 나와서야 원... ^^;;;;; 승무원이시네요 ㅎㅎㅎ 무슨 글을 이리 재밋게 쓰는거에요?! ㅎㅎㅎ
설마 나 이리 웃었다고 강퇴요구는 안할거지요....? (겁나서 쫄며...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