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리그에서 신안천일염은 이세돌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는 팀이다. 그 팀을 창단 무렵부터 지켜온 이상훈 '감독'은 09년 '이세돌 리그불참'의 소용돌이를 지나며 감독으로 임명됐다. 취임 이후의 성적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높은 성적에 비해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감독이기도 하다.
팬들에게는 '이상훈 감독이 이끄는 신안'이라는 이미지보다 '이세돌의 신안천일염'이라는 느낌이 언제나 더 강했다. 이세돌을 주장으로 영입한 지난 3년간, 팀은 우승1회와 준우승 1회의 성적을 거뒀다. 이 감독은 '명장' 칭호를 받을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그럼에도 그런 소리가 높지 않았던 건 역시 동생인 이세돌의 그림자가 너무 컸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리그 우승엔 감독의 역할이 상당히 필요하다. 우승을 하려면 이세돌 혼자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감독의 역량과 모든 선수들의 고른 활약이 필수다. 바둑리그는 5명의 선수가 팀경기에 나서 최소 3명이 승리를 거둬야 하는 단체전이기 때문이다. 감독은 이 단체전에서 주장과 팀원의 역량을 최대로 끌어내는 지휘자다. 이세돌 9단의 친형이기도 한 이상훈 감독(프로 8단)을 서울 홍은동 '이세돌 도장'에서 29일 만나, 새롭게 출범하는 신안천일염팀의 올 한해 계획을 들었다. .
2013년 이세돌은 보호선수 3년 기한이 만료되어 드래프트 시장에 나왔다가 선수선발식에 참여한 각팀 감독들의의 치열한 머리 싸움 덕택에 신안천일염이 다시 데려올 수 있었다.
○● 달콤 쌉쌀한 이세돌 찾아오기
- 다른 팀에서 가져갈 수 있었던 이세돌을 다시 찾아왔다. 느낌이 어떤가? "선수선발식에서 (이세돌 선수를 뽑을 수 있는 네팀중에서)대진 '선택 순번'이 4번이었다, 원래 1번을 못 뽑으면 못 찾아온다 생각했다. 신안이란 팀이 이세돌하고 있는 게 보기에 좋다. 다만 억지로 가져오는 것은 불가능이잖나, 그래서 번호표를 보고 데려올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데려올 수 있어 만족한다. 다만 다행이기도 한데 그것이 약간 좀 씁쓸하기도 했다. 3년전 처음 이세돌을 신안천일염에서 배정받을 당시는 그것이 특혜라 해서 순번이나 자율지명등에서 신안은 여러가지 양보를 해야했다. 지금 상황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이세돌은 여전히 랭킹 1위의 선수다. 그러나 막상 시장에 나왔지만 감독들 각자의 계산이 있었고, 스스로를 뒷 순번에 위치시켜 신안이 (운 좋게도) 이세돌을 뽑을 수 있었다. 제 입장에선 아주 약간 씁쓸하기도 했다. 하하"
- 리그에서 80~90% 가까운 승률을 올리는 이세돌 9단이다. 그러나 막상 정규리그 14판에서 4판 이상을 이세돌 9단이 참가하지 못 할 수도 있다. 박정환과 더불어 모든 세계대회의 시드다. 중국리그에도 참가한다. 게다가 10번기 같은 거대 이벤트 대국이 있을지 모른다. (경우에 따라선 토요일에 중국서 한 판, 일요일엔 한국서 한 판 하는 식의 살인적인 대국일정이 생길 수도 있다.) 다른 감독들이 이세돌을 주장으로 삼는 카드대신 뒷 순번을 택한건 그런 이유도 작용했을 듯 한데. 감독으로서 어떤 복안이 있나? "구리와의 10번기가 성사될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5할 밑이 아닐까? 주최측에서 선수선발식에서 미리 해줄 필요가 없었던 이야기 같다. 중국리그는 8번 정도 출전을 예상하고 있고, 광시 팀은 이세돌이 무조건 많이 출전하길 바라고 있다. 최대한 바둑리그와 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겹치는 부분이 있는지 그 상황은 중국리그 일정을 참조해봐야 할 거 같다. 선발식이 끝나고 이세돌 9단을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감독들도 그런 비슷한 부분이 있고, 어쩔 수없는 부분이 많다."
- 선수 선발식에서 '대진 순번'을 보통의 통념과는 다르게 잡았다. 5번을 택할 기회가 있었는데 1번으로 갔다. (물론 참가가능선수로 구성된 랭킹시드 32위 안에서 지명하는 것이라 뽑고 나서 보면 팀 간 전력은 대체로 비슷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세돌을 데리고 있으면 강력한 조커 한장이 생기는 것과 같다. 이는 팀경기에서 2승 2패만 하면 유리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보유하고 있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상위권을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는 전력이 된다. 2장, 3장급 선수들은 그 누구이건 뽑기도 어렵고 올해 어떤 성적을 올릴지 예상하기 힘들다. 실력도 막상막하다. 그보단 4장, 5장을 타 팀보다 먼저 뽑고 싶었다. 5지명 순번이 늦었지만 락스타 순번이 빨라서 또한 대단히 좋았다. 이호범을 뽑았으니까 만족이다. "
○● 어린 신예들 기용, 득과 실
- 바둑리그에서 어린 선수들을 먼저 뽑으려하는 게 트렌드다. "그냥 잘 두거나 그냥 어려서라기보단, 아직은 여물지 않았지만 같이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친구들이 있다. 한가지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어린 친구들이 과대평가 된 부분이 있다. 언론에서는 많은 관심을 가져주는 게 좋지만 또 이와달리 부족한 점이 있기 때문에 엄하게 이야기해 줄 필요도 있다. 띄워주기만 해선 문제가 있다. 아이들도 그러면 그냥 그렇게 알아버린다. 부족한 점을 고쳐야 할 필요도 있다."
"감독들이 어린 친구들을 뽑은 거는 당장 실력이 있다기보다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실력은 2-3지명급이 안된다. 모험이라고 해야 할까? 아직 그들의 전력이 파악이 안 되어 있다."
이상훈 감독은 전력이 완전히 파악된 어린 신예들이 올해는 더 긴장해야 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작년에 한게임이 이동훈을 뽑아서 재미를 봤고 신안은 락스타였던 변상일이 잘 했다. 기존 프로들에게도 모두 파악이 됐다. 아직 신민준, 신진서는 파악이 덜 되어 있지만 변상일, 이동훈은 전력(스타일, 기풍, 장단점 등) 파악이 많이 된 상태다. 올해는 어떻게 될 지 모른다. 현재의 지명에 따른 성적 내줄 지는 반반인 상태다. 감독들도 모험을 택한 거다. 중국의 어린 친구들이 엄청나게 성장하지 않나. 한국의 어린 친구들이 성적을 내주면. 이건 우리도 바라는 바다. "
- 팀을 떠나 올 한해 성장이 기대되는 선수는 누구일까? 90후 세대 기사중에서 말이다. "나이어린 친구들 그러니까 신민준, 신진서, 이동훈,변상일, 이 넷이 가장 가능성이 많은 친구들인데 어느 선까지 갈지 예상을 하긴 어렵다. 빨리 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아직은 이 어린 친구들이 극복해야할 부분이나 고쳐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는 걸 본인들이 자각하는게 도움이 될 것이다. 주변에서 띄워주는 것에 끌려가지 말고, 단점이 있는 걸 본인들이 자각을 해야 성장하는데 도움이 된다."
- 이상훈 감독은 과거 자율지명(랭킹시드 밖의 선수를 감독 자율로 뽑는 제도)제 가 있을 때 5,6지명으로 무명의 어린 신예를 과감히 뽑곤 했다. 작년 락스타에서도 변상일을 뽑아 성적을 냈고 이전엔 김동호, 안국현 등을 발굴해 그들이 신안팀에서 성장했다. 어린 선수 트렌드를 만드는데 기여한 셈인데 이런 거는 일종의 안목, 혹은 감이라고 봐야하는가? "하하 나도 모르고 뽑는 거다. 안국현,김동호를 뽑을 때 이들을 완전히 파악하고 뽑은 거는 아니다. 성적을 그들이 낸 것 뿐이지, 제가 알아서 파악을 한 건 아니다. 다만 변상일은 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의 실력이 세서 뽑았던 것은 아니다. 지금은 락스타로 뽑았을 때보단 기량이 확실히 출중해졌다. 1년이 지나면 바로 달라지는데, 이런 부분을 평가하기가 너무 어렵다."
이상훈 감독의 선수 선발 지론은 4~5지명과 락스타 선수 지명이 성적에 영향을 크게 끼친다는 것이다. 감독의 기량이 비슷하다면 2~3지명에서 고르게 전력이 분배되고 그렇다면 4~5지명과 락스타 선수들이 얼만큼 잘해주는가가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2-3지명이 잘하면 물론 막강팀이다, 그렇지만 각 팀이 고른 전력으로 간다고 봐야 한다. 여기서 락스타와 4~5지명 이 잘해줘야한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항상 나오기에, 그 어떤 누구도 파악이 불가하다. 운도 따라줘야 한다, 작년 이태현 선수가 막바지까지 성적을 유지했다. 그런 기세는 아무도 모른다. 의외성이 많이 나온다. 5지명들도 사실 무시할 선수가 없다. 작년 신안의 박승현은 성적을 잘 내줘서 출전도 많이 했다. "
○● 이상훈 스타일
감독의 스타일은 팀 구성부터 매 경기 선수기용, 그리고 상금 배분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영향을 끼친다. 이상훈 감독의 스타일을 아니 훑을 수 없다. 이 감독은 선수들 의견을 중시하되 기본적인 원칙을 따르려는 스타일이다.
- 이번 리그부터 최소출전기용 규정을 없애 감독의 선수기용권한을 높혔다. 선수로 뽑히고도 본 리그에 거의 한 번도 나오기 어려운 선수가 있을 것이라는 냉혹한 전망도 바둑계에 있다. 또 팀내에서 락스타 선수와 본리그 4,5지명 선수들이 함께 선발전을 펼치는 팀도 있다. 어떤 식의 선수 선발을 할 것인지? "신안은 본 선수들에게 우선권을 준다. 작년에 한 2~3팀 정도가 거의 첫게임부터 락스타리거를 썼다. 선발전을 치러서 내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만 저는 우선 본 선수들에게 기회를 먼저 주는 게 맞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한다. 본 선수가 부진하다라면 락스타에게 기회를 준다. 예선전을 치러서 선수를 뽑았기 때문에 또 선발전을 한다면 좀 그렇다."
- 본 리그 선수를 최소 몇 회 이상 기용하겠다는 그런 생각인가? "최소 몇 번이냐 하는 그러한 것은 중요치 않다. 전 실력있는 락스타리거 못지않게 본 리그 선수를 쓸 것이다. 물론 계속해서 연패를 당한다 하면 선수를 바꾸겠지만 감독은 선수를 믿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팀 감독들 또한 감독들에게 주어진 권한이라 모두 자신의 의도와 스타일대로 갈 것이다. 14라운드밖에 없어 4강에 들어가려면 팀이 최소 8승정도는 해야 한다. 라운드가 작년에 비해 짧다. 그 영향도 상당히 클 것 같다. 선수들도 이를 알고 있으니 크게 서운해 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존재는 자신들이 입증할 수 밖에 없다. "

▲ 우리 도장이 최고에요! 지도사범 백대현 8단과 함께 도장의 어린 원생들이 화이팅을 외쳤다. - 도장에서 제자들 가르치는 것과 감독으로서 선수를 이끄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나? 스승일 때 제자들에게 강조하는 것과,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건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물론이다. 전혀 다르다. 프로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아이들과 선후배 프로들인 선수들은 전혀 다르다. 리그 선수들은 선후배 프로들이다. 선수들에게 어떤 '교육'을 할 부분은 없다. 누군가는 있어야 하는 자리가 감독이다. 선수들끼리 잘 지낼 수 있게하고 같은 팀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한 판의 승부는 매우 개인적인 것이다. 따라서 선수들에게 팀이라는 것을 각인해줘야한다. 단체전이기 때문에 서로 용기를 북돋아주고 하는 그런 부분이 있다. 이제 락스타까지생겨 인원이 많아졌고, 개인적인 성향이 큰 선수들의 화합과 협력을 이끌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팀도 목표는 모두 우승아닌가, 선수들이 융화가 되게 끔 만들어주는게 감독의 가장 큰 역할이다.
원생들에게 프로들은 우상이고, 우리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자유로운 사고 발상을 가지게 하고 공부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가르쳐야 한다."
- 보통의 말투에서 화나 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제자나 선수들이 무서워 하지 않나? "말이 많은 편이 아니고 무뚝뚝해서 학부모 분들이 저를 처음 뵈면 뭔가 어려워하신다. 저도 고치고 싶다. 그냥 오래 지내면서 그런 것을 허무는 편이다. 그래서 팀에서 오래 된 선수들을 내보내는 것이 서운하다. 프로들끼리는 그래도 그런 부분이 많지는 않다. 아무튼 농담도 많이 하고 노력도 많이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더라. 하하. 선수들과 잘 어울리고 긴장도 잘 풀어주고 그런 것을 잘하는 감독(김성룡,한종진)들도 있는데 전 그런 재주가 없다."
- 김성룡의 포스코, 차민수의 한게임, 한종진의 오로 등 작년 리그에서도 감독과 팀을 결부시키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지난 3년 큰 성적을 냈지만 어쩐지 감독의 명성은 작다. 이세돌의 후광효과 때문에 다른 선수의 선전이 가려지는 일도 많을 텐데. 감독으로서 이런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원래 저는 스포트라이트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저야 괜찮은데 다른 선수들의 입장으로선 좀 그런 거(괴리감)가 있을 거 같다. 프로들이 겉으로 이야기는 안 해도 자존심이 센 사람들이라, 랭킹 1위가 이세돌이지만 각자가 서로 부닥쳤을 때 지겠다는 생각은 아무도 안한다. 주관이 강하고 자존이 강한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이세돌, 이세돌' 이러면 다른 선수들 입장에선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겠다.
그렇지만 득도 있다. 같은 팀의 동료가 이세돌이라는 것은 강한 믿음을 준다. 이겨주고 올 것이라는 믿음은 굉장한 것이다. 게다가 이세돌과 같이 검토하며 공부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다.
이세돌의 입장에서 보자. 이세돌 본인도 굉장한 부담이 있을 것이다, 이세돌이 말은 안 하지만 얼마나 부담이 크겠는가. 무조건 이겨야 하니까. 다른 팀의 주장들도 그런 부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 다르다.(이세돌의 부담이 더 클 것이다.)

▲ 2013 KB바둑리그 8개팀 선수,감독

▲ "주장인 이세돌이 (자기 몫을 더 달라는 대신) 다같이 1/N로 나누자고 했다." ○● 이세돌 후광효과, 조절은 감독의 몫
- 김성룡 감독은 도장 사범을 하면서 감독을 하는게 '정답'이라고까지 이야기 한다. '감'이 살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이상훈 감독은 진작에 주목받아야할 감독이기도 했다. 도장을 이끌면서 감독을 맡는 게 도움이 되는 면이 있나? "글쎄 크게 상관은 없다. 그러나 입단자를 많이 배출한 큰 도장에서 지도했던 사범이라면 아무래도 유리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 만큼의 정보가 있으니까. 많은 제자들, 그리고 그곳에서 배출한 프로들에 대한 개인 기풍과 전력을 손바닥 보듯 아니까 그건 중요한 정보다. 단순히 도장사범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건 그냥 막연한 부러움이 아닐까. 하하"
- 각 팀 전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부분 선수가 출중하다고 봐야 하니까 어느 팀이 꼭 유리하지는 않다, 전력이 엇비슷한 상황에서 변수가 많다. 여기서 기세를 타는 팀이 치고 나갈 가능성이 많다. 예를 들어 작년 신안팀이 준우승했지만 지금 보면 멤버상으론 우승후보였다. 이세돌, 백홍석(백홍석은 우리가 먼저 뽑은 거가 아니고 가만히 있는데 다른 팀이 안 뽑아서 신안에게 넘겨 준 거다!)이 있었다. 백홍석은 기복이 있는 스타일이다. 기세를 중시한다. 속기는 안전성을 중시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에 백홍석은 속기의 안정감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세계대회에서 우승하고 크게 기세를 탔고 외부에선 신안이 주장을 둘 가진 팀이라 했다. 전 백홍석의 대국을 보며 항시 불안불안 했었다. 하하. 올해는 강유택이 그렇다. 뽑고 싶었지만 힘들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앞 순번에서 아무도 데려가지 않아 신안이 데려올 수 있었다. 앞 순번에서 먼저 기회가 왔어도 전 강유택을 택했을 거다. 이번 선수 지명을 보면서 감독의 스타일이 굉장히 크게 작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단체전에서 선수들의 보상체계(성적우선전략 or 평등분배전략)는 예민한 부분이다. 그리고 감독의 스타일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신안팀은 어떻게 이를 처리하고 있는지. "감독의 의지대로 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작년 리그가 끝날 때도 잡음이 없었다. 일단 선수들에게 의견을 물어본다. 주장의 의견이 중요하고, 다른 선수들하고도 이야기를 나눈다. 머리가 아플 건 없었다. 주장인 이세돌이 나서서 '같은 팀인데 누군 더 가지고 누군 덜 가지고 하면 좋지않다. 1/N로 하자.'고 했다. 그래서 정리가 잘 됐다.
락스타리거는 본 순위 상금을 못 건드리게 한다. 타팀에서 10%를 나눠주는 경우도 있긴 하다. 물론 대국료는 완전하게 인정해준다. 대국료가 나오는 정규리그는 물론 대국료가 없는 포스트시즌에도 대국료 개념을 다 인정한다, 설령 오더만 받고 앞선 사람이 전부 져서 출전을 못 했다 하더라도 대국료 개념을 인정한다. 그건 락스타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 올 한해 까다로운 최강팀을 꼽는다면, "올해는 진짜 고르게 배분이 잘 되어 있다. 다른 팀이 우리 팀을 가장 까다롭게 생각할 것 같다. 작년엔 분명히 까다로운 팀이 있었다. 한게임이다. 과학적인 설명이 아니지만 뭔가 까다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어 이동훈이 최종대결서 결승타를 터뜨렸는데, 상대인 한상훈이 나쁘지 않았던 판이었다. 그런데 마치 뭐에 홀린 것처럼 큰 실수를 해서 평소답지 않게 순식간에 무너지더라. 작년의 한게임 같은 느낌을 주는 팀은 현재는 없다. - 반집 질때 보면 극적으로 진다. 실수도 그렇다. 왜 도발 했을까, 사람이 뭔가 씌운 것처럼 설명이 안되는 부분들이 모여 극적으로 진다. 그런 팀이 생기면 까다로워 진다.
"그 순간 가장 맘 고생 심한 사람은 한상훈이다. 그냥 고생했다 그러고 다 같이 소주 한잔하러 갔다. 이세돌과 백홍석도 함께 잔을 기울이며 위로했다. 전력이 아무리 세도 우승은 힘든 거다. 우승하는 사람은 역시 존중받아야 하고, 인정해줘야한다. 준우승도 물론 잘한 것이다. 올해도 신안은 그런 분위기를 바라고 있다. 올해는 4-1, 5-0 승부는 잘 안나올 것이다. 3-2의 진땀나는 승부가 대세를 이룰 것이다."
- 이세돌의 팀워크는 어떤가? 바둑팬들에게 이세돌은 튀는 이미지, 개인 플레이가 강한 성향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일반 바둑팬 분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실은 그 반대다. 이세돌이 팀 분위기를 잘 이끈다. 튀는 걸로만 알려져 있어서 그렇지 동료 기사들과 같이 있는 걸 좋아한다. 이세돌이 있어야 팀의 검토 분위기도 살아난다. 시합하는 선수들에게도 이세돌이 검토실에 있어주는 것은 도움이 된다. 감독인 제가 무조건 모든 선수들을 검토실에 나오라고는 안한다. 락스타이건 정규 바둑리거이건 강요없이 누구나 편하게 자기 시간에 맞춰 나오라고 한다."

▲ 도장 원생에게 1:1 강의를 하고 있는 이상훈 감독 - 올 한해의 도깨비 팀 후보는 어디일까?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그런 팀 말이다. "KIXX 팀이 도깨비팀처럼 보인다. 감독 스타일과 맞는 선수들이고, 감독 스타일대로 구성했다. 포스코는 꼴찌 아니면 우승도 가능한 팀이라고 스스롤 평했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절대 그럴 감독이 아니다. 물론 포스코는 모험적인 선택을 하긴 했다. 리그 시작 전에 이렇게 평가를 내린다는 게 어렵다. 직접 겪어봐야 드러나기 때문이다. 아직은 각팀 모두 자신이 우승팀이라고 생각할 거다."
○● 소주 한 잔의 의미 아는 감독, 바둑은 풀기어려운 숙제, 그래서 재밌는 것
- 이세돌을 주장으로 뽑았지만 이세돌을 주장으로 못 뽑았을 경우에 대한 예상답안도 있었을 거 같다. "그런 생각, 8번에가서 이창호를 주장으로 하고 2장에 이영구를 뽑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올해 보호지명이 없었던 주장급 선수들 중에서 강동윤은 속기에 가장 적합한 기풍을 가지고 있고, 박영훈은 (이세돌 박정환급과 큰 차이 없는) 상위 레벨의 선수다."
- 리그 선수들에게도 바둑리그는 완전한 1년 농사다. 감독으로서 이 농부들을 데리고 올 1년의 농사를 어떻게 끌어갈 생각이신지, 신안천일염 선수들에게 격려의 한마디를 보낸다면? "아마 각 팀의 선수들 전부 다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는 있을 것이다. 선수 개개인들 모두 자신감이 꽉 차 있다. 우승할 수 있는 선수들이고 그런 자질이 있다. 일부러 우승하고 싶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다, 한해동안 팀의 화합이 중요한 거 같다.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게 우승이지, 억지로는 안되는 게 우승이다, 결과를 알 수 없다 하더라도 우리 선수들끼리 잘 화합하고 마찰 안생기고 같이 노력하는게 좋은 거다. 격려의 말보다 이런 게 필요할 듯 하다."
- 뜨겁게 응원을 보내고 있는 신안군민들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린다. "재작년에 신안이 7위를 한 적이 있다. 박우량 군수님이 워낙 편하게 대해주시니까 견딜 수 있었다. 마지막 라운드를 남겨놓고, '꼴찌만 하지마라' 했는데 간신히 면해 정말 다행이었다."
"군수님을 포함해 군민들의 관심이 많으시다. 제 고향(신안)에서 우리팀 시합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향우회 같은 곳에서는 시합이 있으면 한꺼번에 메시지를 보낸다. '응원을 바란다거나 시청해달라'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아끼고 좋아하시는 분이 많다보니까 힘이 된다. 어찌됐건 우리가 좋은 성적을 내면 그분들에게도 큰 자랑이 될 것이다. 전체 바둑팬 분들에게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한다.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고마울 뿐이다. 유일한 지자체 팀이다. 보답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최선을 다하는 것 밖에는 말이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이상훈 감독과 한 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누며 왜 신안천일염이 항시 강팀이었는지를 깨닫는다. 올 한해를 예상하긴 어려운 것이지만 신안천일염은 벌써부터 강팀의 아우라를 짙게 풍기고 있다.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바둑인들이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다.
- 이상훈 감독에게 '바둑' 이란 무엇인가? "어릴 때부터 바둑을 접하고 지금까지 바둑이 좋았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상태다. 느끼는 것도 많다. 바둑이란게 너무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이건 정말 풀기 힘든 숙제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프로기사가 된 것에 후회는 없지만, 바둑은 진정 풀기어려운 숙제다. 하지만 그래서 재밌다. 뭔가 연구를 해야하고 하나하나 알아나가는데 큰 즐거움이 있다."
[취재 | 최병준, 박주성]


▲ 서울 홍은동 명지전문대학 바로 옆에 이세돌 도장이 자리하고 있다.

▲ 도장 풍경, 지도사범을 맡고 있는 홍태선 전 한국기원 사무총장이 보이고 아마강자인 송홍석 7단이 뒤에 보인다. 송 7단은 이세돌 도장서 둥지를 틀었다.

▲ 도장풍경, 원생들간의 연습바둑 2013리그는 8개팀이 참여한다. 14라운드의 정규리그를 통해 4위팀까지 포스트시즌에 참가한다. 1위 상금은 3억원, 2위 상금은 2억원, 3위 1억, 4위 5천만원으로 2012년과 상금규모는 같다. 개막식은 4월 9일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며 개막전은 4월 11일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바둑리그는 매주 목금토일에 예정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