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는 인지도가 높은 해외 브랜드를 인수한 다음, 현지 공장을 통해 산토리 위스키와 음료를 생산·공급하면서 해외 시장을 우회 공략한다. 세계 120여곳에 진출해있는 짐 빔 판매망을 활용, 미국·유럽 시장에서 산토리 위스키 인지도를 높여가는 전략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 빔산토리는 올 3월 미국 뉴욕에서 합작 버번 위스키 '레전드'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선언했다.
산토리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9445억엔으로 전체 매출의 42%를 차지했다. 10년 전인 2008년 1821억엔(12%)과 비교하면 5배 이상 증가한 규모. 경쟁 주류 업체 기린 28.4%, 아사히 13.5%를 감안하면 그 성장세는 위력적이다.
♧ 핵심 제품은 자매 상품 크게 늘려
올 초 일본음료총연이 발표한 일본 음료 판매량 순위에선 이변이 탄생했다. 1990년부터 28년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던 일본 코카콜라 '조지아 캔커피'를 제치고 산토리 생수 브랜드 '천연수'가 1억1730만 상자를 팔아치워 1위에 오른 것. 그 저변엔 핵심 제품을 내놓을 때 다채로운 자매 상품을 전방위로 동시에 밀고 나가 매장 진열대에서 판매 면적을 늘리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결과적으로 상품 구매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다는 전술이 깔려 있다. 천연수 생수도 자매 상품이 과즙 맛 워터, 요구르트 맛, 녹차 워터 등 10여 종에 달한다. 다른 음료도 마찬가지다. 녹차 음료 이에몬(伊右衛門)과 스포츠 음료 다카라(DAKARA)도 자매 상품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히트 상품으로 입지를 굳혔다. 사탕수수, 토마토 등 11종류 건강 소재를 섞어 만든 그린 다카라, '도쿠호(특정보건용식품 약자)' 인증을 받은 이에몬 특차 모두 인기를 끌고 있는 자매 상품이다. 캔 음료 자매 상품 캔보리차는 농축 보리차 제품으로 물로 희석해서 마시도록 하면서 새로운 수요를 발굴했다는 평가다.
♧ 직접 가정 방문 조사 통해 트렌드 분석
기존에 없던 고부가가치 제품을 쉴새 없이 발굴하는 것도 산토리가 가진 저력이다. 일본 캔커피 대명사인 보스(BOSS)를 페트병으로 재단장해 내놓은 '크래프트보스'는 편의점과 커피 전문점 커피에 대항하기 위한 야심작. 가정에서 우유를 섞어 카페라테로 만들어 먹을 수 있게 2L 농축 페트병 커피도 선보였고, 대용량 무설탕 홍차도 출시했다. 소비 저변을 넓히기 위해 2017년엔 시리얼 브랜드인 후루그라와 아이스크림 업체 하겐다즈와 손잡고 시리얼과 아이스크림에 곁들여 먹는 커피를 세트 상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올 4월엔 건강생활 지원 서비스 '특차스마트앱'도 공개했다. 체중과 걸음 수를 기록하는 기능을 지녀 1000보를 달성할 때마다 10점씩 주고 적립한 점수를 경품 응모와 상품 구매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앱이다.
산토리는 이런 기발하고 창의적인 신제품 연구·개발을 위해 브랜드 개발사업부 직원들이 수시로 수십 가구를 직접 찾아 부엌과 냉장고를 살펴보고 대화를 나누면서 소비자들 일상생활의 작은 변화를 제품에 반영하고 있다. 대개 이런 소비자 분석을 외주 업체에 맡긴 뒤 결과만 받아보는 관행을 벗어나 직접 피부로 느껴야 더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는 해법이 나온다는 믿음에서 시작한 접근법이다. 오키나카 나오토 산토리 식품사업본부장은 "상품 기획과 개발 담당자가 소비자의 생생한 생활을 맞닥뜨리면서 얻는 단서와 영감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