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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 no.5 바이올리니스트 살인사건
지휘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바이올린 솔리스트 1위에 빛나는 오스트리아의 자랑,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사샤 클라인(Sascha Klein)의 내한 소식에 인천 공항은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게이트를 빠져나온 사샤는 사람들이 없는 비상 출구를 준비했으니 그곳으로 이동하자는 공항관계자의 말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는 없다며 일반 출구로 나가기로 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자신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 찬 공항을 본 사샤는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사샤는 사람들에게 눈인사를 하면서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비행기 안에서 계속 연습했지만 아직은 어설픈 한국어로 인사를 하자 사람들이 크게 환호했다. 간단한 인터뷰까지 마친 사샤는 공항 앞에 준비된 리무진에 올라탔다.
그 모습을 지켜본 KBI 특수수사과 소속 요원인 이소헌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침 7시에 도착하는 사샤를 위해 새벽 3시부터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던 소헌은 찌뿌둥한 몸을 풀기 위해 기지개를 펴며 공항 앞에 있는 수행용 차량에 탑승했다. 그녀가 조수석에 탑승하자 차는 리무진을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대체 왜 저 여자를 KBI에서 수행해야 하는건데?”
운전석에서 운전을 하고 있던 KBI 특수수사과 소속 최지욱의 말이었다. 지욱은 답답했는지 넥타이를 거칠게 잡아당기면서 미간에 주름을 만들었다. 소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정면만 주시하고 있었다.
사실 지욱의 말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 소헌과 지욱은 세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인 사샤 클라인과 그녀의 ‘연인’이라는 말이 무색한 40억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를 경호하기 위해 몇 주 전부터 계속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었고, 오늘은 새벽부터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 KBI 특수수사과 소속이었고 이련 경호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KBI는 (Korea 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의 약자로 지방의 모든 경찰청을 총괄하는 중앙 경찰청의 역할을 하고있는 기관이었다. KBI는 행정 업무를 맡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서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사건들이나 오래 전부터 묻혀있던 미해결 사건들을 해결하기도 했다. 그 중 특수수사과는 KBI의 엘리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매년 가장 많은 미해결 사건들을 해결하는 곳이었다.
이런 경찰업무를 담당하는 곳에서 사샤의 경호를 맡게 된 이유는 그녀가 콘서트를 할 세종예술회관의 요청 때문이었다. 12살의 어린 나이에 빈에서 데뷔한 사샤는 데뷔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타가 되었다. 그녀의 뛰어난 실력도 실력이지만, 짙고 풍성한 검은색 머리에, 흔하지 않은 보라색 눈은 그녀의 사랑스러움을 더욱 부가시켜 주었다.
재색을 두루 겸비한 이 어린 바이올리니스트는 데뷔 후 3년 정도 지났을 때, 납치를 당하고 말았다. 빈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기로 했던 날이었는데 다행히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극적으로 범인은 검거되었고 그녀는 무사히 콘서트장으로 돌아와서 공연을 할 수 있었다. 사샤를 납치한 범인은 다름 아닌 그녀를 수행하던 경호원이었다. 그는 콘서트 주최 측인 빈 뮤직페어라인에서 사샤를 위해 붙여준 사설 경호업체의 소속이었는데, 사실 그는 경호업체에서 경호 인력이 모자른 탓에 뽑은 아르바이트생이었다. 범인은 사샤를 납치해서 한몫 챙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경호업체에 일자리를 구했고 거사를 치르기 앞서 신임을 얻으려고 무려 3개월 동안이나 관심도 없는 경호일을 했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이 있은 후부터 사샤는 계속 신변이 확실하게 보장된 경호원들의 경호를 받았는데, 하필이면 그녀가 한국으로 출국하는 날 한 명은 병가를 내고 다른 한 명은 일을 관둬 버리는 바람에 경호할 인력이 줄어들어 버렸다. 하지만 이번 연주에서는 빈 국립박물관이 사샤의 부탁으로 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던 40억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임대해 준 터라 더욱 보안과 안전이 확보되어아 했다. 이런 사정으로 한국에서 그녀와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수행할 경호원을 추가로 붙여야 했고 세종예술회관에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변이 확실한 KBI의 요원들을 선택했다. 그리고 수많은 KBI의 요원들 중에서 소헌과 지욱이 경호원 감투를 쓰게 된 이유는 단 하나였다. ㅡ그나마 한가해서.
“야, 이소헌. 거기 앞에 있는 음료수 좀 줘봐.”
“네, 선배.”
소헌은 지욱의 요청에 봉투에서 음료수 캔을 따서 지욱의 앞에 내밀었다. 눈앞에 나타난 음료수 캔에 지욱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이 답답한 녀석아. 지금 운전하고 있는데 캔을 들고 어떻게 마셔? 빨대를 꽂아야지!”
“네……. 여기요.”
“그대로 들고 있어.”
“알겠어요.”
소헌은 음료수 캔을 공손히 받쳐들었다. 한참 빨대를 쪽쪽 빨던 지욱이 음료수 먹기를 멈추었다. 소헌은 기다렸다는 듯이 음료수 캔을 받아들고 흔들어보았지만 이내 빈 깡통이라는 사실을 알고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아쉬워하는 소헌의 모습을 흘낏 본 지욱이 말했다.
“좀만 참아. 저 여자 지금 식당으로 이동할거래. 우리도 좀 이따 밥 먹자.”
“진짜요? 우리도 그럼 저 여자랑 같이 먹어요?”
“두당 10만원짜리 한식당에서 식사할 재력이 되나보지?”
“진짜 너무하다. 과장님이 예약해주셨으면 좋았을텐데.”
과장을 탓하며 계속 입을 소헌이 계속 입을 삐죽거렸지만 지욱은 그런 그녀를 한심스럽다는 듯이 힐끗 보더니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
* * *
매년 3월이면 학교가 신입생을 맞이하듯이 KBI도 3월이면 신입 요원을 맞이했다, 신입들은 전년도 11월 달에 뽑아서 3개월 동안 일반 경찰서에서 수습기간을 거친 후 2월 한 달 동안 KBI에서 최종 교육을 받고 3월 달에 정직원으로 채용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바로 신입 요원들이 처음으로 자신들이 배치 받은 부서로 올라가는 날이었다.
KBI의 신입 요원인 민하림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3번의 고배를 마신 끝에 합격한 KBI였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집 앞 파출소의 소장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배치 받은 부서로 가는 길에 자신과 함께 입사한 동기들을 떠올렸다. 30살 미만만 지원할 수 있는 KBI 시험에서 29살의 나이로 가까스로 합격한 사람부터 전경대 지휘관으로 복무하다 온 사람, 졸업하자마자 합격한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4수 이상이었는데 그래도 3번 만에 합격한 자신이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넥타이를 고쳐 매던 하림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경쾌한 발걸음으로 복도를 걸었다.
“흠… 특수수사과. 찾았다.”
하림은 드디어 자신이 배치받은 특수수사과 앞에 섰다. ‘이 문을 열면 이제 나도 KBI 요원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자 그 동안 노량진 쪽방에서 고생하던 3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하림은 떨리는 가슴을 안고 KBI의 문을 열었다.
… 내심 모두가 자신을 바라볼 것이라고 생각했던 하림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다들 자기 업무에 바빠 하림이 들어온 것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다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도 가만히 있는 사람은 없었다. 환영받지 못한 것에 살짝 실망했지만 그래도 활기찬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하림은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있던 한 남자에게 다가갔다.
“저기…….”
“뭐지?”
“아,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새로 특수수사과에 들어온 민하림입니다.”
“… 그래서?”
“네?”
시큰둥한 반응에 하림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남자는 다시 업무를 보기 위해 컴퓨터 모니터로 눈을 돌렸다. 그래도 하림은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 그의 옆에 서서 기다렸다. 왠지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은 반응을 얻게 될 것 같아 차라리 한 사람만 공략하자는 생각에서였다. 한참 무언가를 입력하던 남자는 하림이 아직도 가지 않고 자신의 옆에 서 있다는 것을 느꼈는지 다시 하림을 바라보았다. 하림은 사각 뿔테 안경 안에서 날카롭게 빛나는 그의 눈을 보고 살짝 흠칫 했지만 자신의 표정을 감추기 위해 노력했다.
“신입 요원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아직 네 책상은 준비되지도 않았고 넌 여기 있어봤자 짐만 될 거야. 기다려봐.”
말을 마친 남자는 자리에 있던 전화기를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어, 소헌이냐? 나 주윤인데 지금 신입이 하나 왔거든? 얘 거기로 보낼게.”
[아, 걔를 왜 여기로 보내는데!]
“야, 얘 방금 올라와서 자리도 없고 돌봐줄 사람도 없어. 그리고 이번에 새로 들어온 애는 네가 맡기로 했잖아?”
[때와 장소가 있지. 본부에서는 걔를 맡는다고 쳐도, 여긴 안 돼.]
“어차피 경호만 하는거잖아. 하는 일 없어서 거기 간거면서.”
[누굴 보낸다고?]
“… 아, 형!”
소헌의 전화기를 뺏은 지욱의 목소리에 갑자기 주윤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신입을 여기로 보내겠다고?]
“네, 형. 지금 다들 바쁘고 과장님은 오늘 오프예요. 그리고 신입은 소헌이가 맡기로 했다구요.”
[그럼 보내. 어차피 별로 할 일도 없으니까. 지금 세종문화회관에 있어.]
“알겠어요. 그럼 그리로 보낼게요.”
통화를 마친 주윤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피면서 하림을 물끄러미 보았다. 하림은 차마 선배 앞이라 말은 못하고 정말 궁금해서 못 참겠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감정을 전달했다. 그러자 주윤이 차키를 건네주며 말했다.
“면허는 있지?”
“네, 있습니다. 1종 면허요!”
“몇 종인지는 안 물어봤다. 지금 바로 세종문화회관으로 가. 거기 가면 너도 쓸모가 있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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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샤입니당.
예전에 연재했던 KBIㅋㅋㅋㅋㅋ 드디어 시즌 5를 올립니다 : )
나이를 좀 먹어서 그런가 오랜만에 예전거를 읽었더니 조악하기
그지없더군요 ㅠ_ㅠ 완전 오글오글 ㅋㅋㅋㅋ
앞으로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
첫댓글 재미있을것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몇년전에 봤던 기억이!!!!!!!!! 완전 좋아했었어요! 좋아요 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