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덜 해 원시적인 생김새… 수컷 앞발서 암컷 유혹하는 물질 분비된대요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플로우’가 우리나라 극장에 개봉했어요. 유럽 동쪽에 있는 나라인 라트비아 작품으로 홍수를 피해 배에서 만난 다섯 동물이 떠나는 모험을 그렸어요. 그중엔 너구리 같기도 하고, 여우 같기도 한 생김새에 기다란 얼룩무늬 꼬리를 가진 동물이 있는데요. 바로 오늘 소개할 알락꼬리여우원숭이랍니다.
기다란 얼룩무늬 꼬리를 가진 알락꼬리여우원숭이는 마다가스카르에 살아요. 나무 위와 땅을 오가며 생활한답니다. /브리태니커
알락꼬리여우원숭이는 아프리카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 살고 있는 여우원숭이 중 한 종류예요. 이미 여러 차례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등장한 적이 있어 우리에게도 제법 친숙한 친구죠. 여우원숭이는 이름 그대로 원숭이인데 얼굴만 보면 오똑한 주둥이가 여우를 연상케 한답니다.
원숭이의 무리인 영장류는 아주 먼 옛날의 다람쥐나 두더지와도 비슷하게 생겼어요. 네 발로 나무 위를 다니던 무리들이 점차 진화해서 지금에 이른 것으로 추정돼요.
진화를 한 무리일수록 얼굴 형태나 이동하는 모습이 사람에 가까운 반면, 진화를 덜 겪었을수록 쥐나 다람쥐, 너구리와 비슷한 생김새를 하고 있어요. 이런 종류를 원시적인 원숭이라는 뜻에서 원원류(原猿類)라고 부른답니다. 여우원숭이가 대표적인 원원류죠. 대개 진화에서 뒤처진 동물들은 생존 경쟁에서 밀려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마다가스카르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고 침팬지 같은 진화한 영장류나 표범 같은 맹수들이 침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여우원숭이들은 이곳에서 오랫동안 번성할 수 있었죠.
여우원숭이는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100여 종인데 대부분 울창한 나무 위를 터전으로 삼아요. 그런데 알락꼬리여우원숭이는 드물게 땅에서도 생활한답니다. 땅바닥에서 이동할 때는 얼룩무늬 꼬리를 하늘 위로 치켜들고 네 발로 걸어가죠. 트레이드마크인 얼룩무늬 꼬리는 수컷에게 특히 요긴하답니다.
번식철이 되면 수컷의 앞발 쪽에서는 암컷을 유혹하는 냄새를 풍기는 물질이 분비되는데요. 수컷은 앞발을 꼬리에 슥슥 문지른 뒤 꼬리를 바짝 쳐들고 다니면서 자신의 존재를 암컷에게 알리죠. 이런 독특한 모습이 자연 다큐멘터리에 자주 소개되면서 여우원숭이를 대표하는 종류로도 여겨졌어요. 알락꼬리여우원숭이는 사회성이 아주 강해요. 대개 25마리 안팎으로 구성된 무리 단위로 생활하는데, 무리와 무리 사이의 영역은 엄격하게 구분돼요.
알락꼬리여우원숭이를 포함한 여우원숭이는 다른 원숭이와 달리 암컷의 지위가 우월해요. 먹을거리를 찾거나 번식철에 짝짓기 상대를 정할 때에도 암컷의 선택이 우선되죠. 그렇다고 해서 무리 내의 권력이 엄마에게서 딸에게 자동적으로 승계되는 것은 아니에요. 세대가 바뀔 때마다 치열하게 벌어지는 권력 싸움을 통해 서열이 정해진대요.
알락꼬리여우원숭이는 나무 열매·잎·씨앗·곤충 등을 먹고 사는데요. 최근엔 이런 먹잇감을 공급해주는 숲이 가축 사육과 농지 개간 등으로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어 보호 대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