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나고 가을이 왔다. 여름내 푸른 신록이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다. 가을은 묘한 계절이다. 잊힌 이름이 불쑥 기억나거나 접어둔 책갈피 속에서 오래전 내 흔적을 발견하거나, 더 낯설어지거나, 낯선 이름을 부르거나, 그 모든 행위가 계절이 주는 서늘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시인의 말처럼 액자 속에 담긴 표정은 당신, 나, 우리 모두일지도 모른다.
산다는 것은 낯선 사람으로 만나 익숙한 사람으로 살다 다시 낯선 사람이 되어가는 일이다. 내가 내게서 낯선 사람이 된다는 것, 내가 내 주변을 서성거리는 일이다. 그렇게 서로 완벽한 타인이 되기전에 사랑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나를, 당신을, 그래서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