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동안 암흑바둑을 두다 보니 반상이 점점 더 환해졌다. "이 세상에서 대체 누가 나처럼 눈을 가리고 바둑 한판을 끝까지 둘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 “날이 갈수록 그의 마음 속에는 이런 의문이 짙게 피어올랐다."
며칠 전 중국의 보우윈 아마 6단은 시나닷컴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렸다. "맹기(盲棋: 눈을 가리고 두는 바둑)는 모노드라마가 아니다. 내가 전력을 다할 수 있는 상대를 찾는다. '내가 왔는데 너는 어디 있느냐?'라는 유행어처럼 나를 알아줄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다. 나는 100만 위안(한화 약 1억 8천만 원)을 지급할 수 있다."
현상금이 걸린 이 블로그는 사실 맹기(盲棋)의 현재 상황을 반영한다. 또 보우윈 아마 6단을 제외하면 이런 시도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계 맹기(盲棋)의 일인자, 저명한 아마 강호' 이것은 중국시나(Sina) 블로그에서 자신을 소개한 문구다.
보우윈은 누구인가? 바둑을 모르면 할 수 없지만, 중국바둑계에서 이 이름은 이미 유명하다. 그는 6살에 바둑을 배워 17세에 아마 6단에 올랐다. 전국 아마선수권에서 우승했고, 2003년은 완바오배 단체전에서 우승한 베이징팀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아마 최고수였던 그는 18세에는 칭화대 컴퓨터학과에 입학했다. 물론 수많은 바둑인이 가지고 있는 이력이지만, 그를 특별하게 하는 것은 바로 '암흑바둑'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내가 일인자라는 것은 실력이나 정상권의 유지라는 측면이 아니다. 단지 가장 먼저 홀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다.'라고 강조했다.
2012년 11월 보우윈은 국제 바둑 문화절에 초대받아 1대2의 암흑바둑을 선보였다. 기자에게 말하기를 자신의 암흑바둑 다면기기록은 1대4였다면서 "사람이 많다고 해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두고 싶다면 동시에 더 많은 사람과 두어도 전혀 바쁘지 않다."라고 말한다.
바둑 한 판을 눈가리고 두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모두가 알다시피 장기계의 대사형이라 불리는 류다화도 눈 가리고 두는데 일가견이 있다. 그의 기록은 1대19였다. 또 부샹즈는 암흑체스 세계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바둑계에서는 고인이 된 천주더가 11줄 바둑에서 시도만을 했다.
보우윈은 "내가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것이 내가 공개적으로 상대를 구하는 원인의 하나다."라고 말한다.
2001년 이전에는 보우윈도 암흑바둑을 알지 못했다. 우연히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그는 한국의 바둑TV에서 눈을 가리고 대국하는 방송이 있었다고 들었다. 당시 목진석 9단이 121수까지 뒀고 한국에서의 최고기록이라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보우윈은 목진석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프로기사지만, 자신은 적어도 121수보다는 더 많이 둘 것으로 생각했다.
그날 저녁 그는 친구와 인생에 처음으로 암흑 바둑을 둬 171수 만에 승리를 했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처음 완성된 암흑 대국이었다.
처음으로 암흑바둑을 둔 보우윈은 자신에게 천부적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까지는 프로나 혹은 강자들 아무도 암흑대국을 제대로 완성한 적이 없었다. 이후로 수많은 맹기(盲棋)를 두면서 자신감은 더해졌다.
그 후에도 연습을 계속했고, 자신을 드러낼 기회도 많아졌다. 대국을 마치면 "내가 마지막 끝내기를 하고, 대국이 끝났다고 말하면 관중을은 아주 놀라워했다. "는 감상을 드러냈다. 대국이 끝날 때까지 흑백돌의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람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ㅣ
눈을 가리고 대국하는 것은 머릿속에 사진기가 있는 것 같다. 12년 동안의 맹기(盲棋)로 보우윈은 적지 않은 암흑 바둑 애호가를 만났다. 물론 프로기사도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보통 190수에서 200수 정도로 가면 거의 수읽기에 장애가 생겼다.
맹기(盲棋)는 타고난 재능일까 아니면 특수한 기억방법일까? 이에 대해 보우윈은 "기억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보통사람들도 평소 복기를 하면 머리 속에 기보를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타고난 재능인지는 내가 감히 논할수 없다."며 "만약 어떤 연구소에서 관심이 있다면 전파로 내 뇌를 검사해도 좋다. "라고 농담을 했다.
보우윈은 "눈을 가리고 대국하면 머릿속에 쾌속 사진기가 있는 것 같다. 아주 빨리 대국 상황이 자세하게 떠오른다. 머릿속이 환히 열려있는 느낌이다."라고 한다.
그는 또 "당연한 말이지만 우선은 일정한 기력을 키워야 한다. 눈 뜨고도 잘 못 두는 바둑을 어떻게 눈을 감고 어떻게 두나? 그 다음은 상상력이다. 기억은 항상 생생해야 한다. 머릿속의 사진기가 가끔 한 곳에만 집중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한 곳에만 집착하면 대국관이 나빠지고, 실력이 좋은 기사라도 시야가 좁아지면 진다. 이것이 암흑 대국에서 넘어야 할 한계라고 할 수 있다."라고 요령을 설명한다.
현상금 100만 위안을 건 것에 보우윈은 '자신이 일인자 맞는지'를 확인하고 싶어서라고 한다. 보우윈의 바둑스승은 전 국가 소년 바둑팀 코치 우위린이다. 구리나 콩지에와 동문사형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 기사들은 보우윈을 어떻게 평가할까? 2008년 보우윈은 식당에서 구리 9단을 만나 아내에게 "이 분은 중국 최고 바둑 기사다."라고 소개를 했다. 유머 넘치는 구리는 "아니다. 보우윈이 최고 기사다. 만약 눈을 가리고 바둑을 둔다면 나는 두 눈(目)만 남기고 359집을 질 것이다."라고 농담했다.(바둑은 361目이 있다.)
암흑바둑은 맹인 기사들에게 있어 의미를 말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왜 굳이 눈을 가리고 둘까?
보우윈은 "눈을 가린 대국은 보통의 대국보다 더 흥미롭다. 어떤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많은 기사의 인정도 받는다. 현재 장기와 체스 모두 암흑 대국이 있는데 유일하게 바둑만 없다. 나는 고독한 탐구자다. 최대의 소원은 암흑대국을 할 수 있는 공식시합이다. 만약 주최사가 있다면 좋지만, 내가 돈을 내서라도 초심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면서 자신은 80세까지라도 기다릴 수 있고, 패하더라도 이런 외로운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면 좋다고 한다.
암흑바둑의 일인자, 바둑계의 기인은 상대가 없는 외로움에 지쳐 스스로 100만 위안(한화 약 1억 8천만 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현재 보우윈은 홍콩에 거주하고 있다. 칭화대에서 컴퓨터를 전공했지만, 지금은 바둑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수입이 나쁘지 않아서 현상금 100만 위안이 큰 부담은 아니다. 또 눈을 가린 대국에서 진 적이 없어 호적수를 찾고 싶은 마음이다. 또 세계바둑계가 암흑대국에 관심을 주었으면 하는 의도다."라고 인터뷰했다.
과연 그의 독고구패(獨孤求敗)는 성공할 수 있을까?
[ 중국 Sina바둑- 원문 URL http://sports.sina.com.cn/go/2013-03-18/11566473312]
한국에서는 최근 2013년 초 바둑TV에서 설특집으로‘新암흑대결'을 김지석과 강승민이 '신 암흑대결'을 펼친 바 있다. 두 대국자 모두 100수가 될 때까지는 안대를 하고 착점할 곳을 숫자(좌상귀 4, 5의 곳)로 불러 주면 다른 장소에서 보조 진행자가 대신 두었다. 생각시간은 40분. 만약 100수 이전에 기보보기를 요청하면 5집을 상대방에게 내고고, 또 착수금지인 곳에 두면 1집을 빼는 방식이었다. 다만 101수부터는 안대를 풀고 제한시간 30초 3회로 승패를 가렸다.
이전에도 1995년 암흑 대결에서 목진석 9단은 당시 아마추어와의 대결에서 121수까지 안대를 풀지 않고 대국하는 진기록을 세운 바 있다. - 편집자 주

▲ 올해 초 바둑TV 설특집으로 진행된 암흑대결. 김지석 8단과 강승민 2단이 도전했다.- 사진 : 바둑nTV

▲ 2010년 열린 세계 시각장애인 바둑챔피언 송중택 아마6단과 일본의 카키마사 아마 3단의 특별대국. 송중택씨는 어둠 속의 대국에서 한국 1인자라 불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