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온 꽃다운 나이에 너는 목을 매달고 하늘나라로 갔다, 처음엔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렇게 밝고 까불거리기 좋아하고 활발하고 누구에게나 사랑받기 좋아하던 네가 그런 선택을 했다니. 그런데 널 보내며 동기들과 모여서 울면서, 그냥 계속 울면서 생각을 해보니 너무나 이해가 갔다.
먼저, 간호사 한 명당 23명씩 책임을 지고 돌봐야 하는 병원. 간호사 한 명당 44명씩 ‘액팅’을 뛰어야 하는 병원. 간호사 1명당 23명씩 보며 인력이 없어 원 액팅을 뛰는 날이면 혼자서 44명의 액팅을 뛰어야 했다. 그렇게 일하고나면 몸이 부러진 것처럼 힘들다고 했다. 너무나 힘들고 살인적인 업무 강도에 경력이 있는 선배 간호사, 신규 간호사 너 나 할 것 없이 퇴사를 하고 다른 부서로 로테이션을 갔다.
인력이 없어서 더 이상 병실 문을 열 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선 환자를 받으라며 꾸역 꾸역 병실 문을 열었다. 그렇게 일하다 실신한 동료 간호사도 있었고, 나 또한 너무 벅차서, 해도 해도 일이 줄지 않고 밀려들어와서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면서 엉엉 울면서 일을 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넌 끝까지 버텨보겠다며 내가 가면 남아있는 동기들한테 피해를 끼친다며 끝까지 그렇게 남 생각만 했다.
두 번째, 인격적으로 널 죽이려고 했던 두 명의 선배 간호사. 인계 중에 "너 인계는 듣기도 싫어 안 들을 거니까 가. 더 이상 열받게 하지 말고 하던 일 다 하지 말고 나가”라고 소리 지르며 차트를 던지고, 다른 간호사와 환자 앞에서 모욕을 주고 태우던 그 사람. 친구는 이 사람에게 인계를 줘야 하는 날이면 몇 일 전부터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며 가만히 있질 못했다.
세 번째, 2-3달 전부터 힘들다고 끊임없이 호소했으나 전혀 들어주질 않았던 파트장. 다른 부서로 보내달라고 상담을 요청하고 싶다고 하면 카톡은 하루가 지나도록 읽히지 않았다. “그럼 퇴사는 가능할까요” “ 사직은 60일 전에 이야기해야 한다”라는 답변 밖에 받지 못했다. 내 친구는 사직도 하지 못하고 부서 이동을 하지도 못했고, 그 와중에 친구를 태우는 선배 간호사는 점점 숨을 옥죄어 왔다.
나는 친구에게 응사(응급 사직)을 하고 나오지 말라고 수도 없이 이야기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그렇게 가면 남아있는 동기들한테 미안해서 어떻게 해..” 끝까지 넌 우리 생각만 하다 세상을 떠났다.
파트장은 다음 달엔 다른 부서로 갈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하며, “12월 까지만 하자”라고 내 친구를 붙잡았다. 그리고 11월 16일 나이트가 끝난 뒤 파트장과의 면담 후 너는 그날 목숨을 끊었다. 이번 달까지만 하면 다음 달은 내가 살 수 있겠지. 조금만 더 참으면 다음 달엔 이러지 않겠지. 조금만 더 조금만. 끝까지 다른 부서로 갈 수 있다는 희망 하에 살인적인 업무 강도, 선배 간호사의 태움을 참아오던 너는 파트장과의 마지막 면담 후로 세상을 떠났다.
또한 파트장이라면, 간호사들을 관리하는 관리직이라면 후배 간호사를 그렇게 태우는 선배 간호사와 근무가 겹치지 않도록 떨어트려 놨어야 하는 거 아닌가. 최소한 그렇게라도 조치를 취해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다 알고 있으면서, 태움을 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파트장은 방관만 했다. 널 태우는 선배 간호사와 파트장이 친해 보여서 넌 당연히 파트장에게 태움 당한다는 사실을 말하지도 못했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파트장에게 힘들다고 토로하면 그 다음날엔 널 태우는 선배 간호사가 “네가 힘든 거 파트장님한테 말 좀 하지 마”라고 했다. 널 지켜주는 울타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너를 죽인 건 최소한의 간호사 인력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내려고 했던 병원, 널 인격적으로 모독하고 괴롭히고 태웠던 선배 간호사. 끝까지 가지고 있었던 희망을 놓게 만든 파트장 그 모두 다. 고작 24 살, 간호사가 된지는 이제 막 8개월 네가 뭘 그렇게 잘 못했을까.
나는 생각해. 우리가 간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부터가 너무나 잘 못 되었던 거라고, 업무 강도, 태움으로 이미 많은 간호사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간호사의 처우는 절대 변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게 잘못된 거라고.
너는 이렇게 갔지만 널 태웠던 그 선배 간호사들은 아직도 출근을 한다. 아무런 징계도 없이, 그리고 병원에선 너의 죽음을 말도 안 되는 가정사 탓을 들먹인다. 너의 가족 분들이 그러셨어. 병원측과 면담 당시 “ 간호사 1명당 몇 명의 환자를 보는지 알고 계세요?” 그랬더니 하는 말 “ 우리 병원은 무조건 간호등급 1등급입니다 1등급. 인력을 빡빡하게 배치해두지 않아요.” 간호사 1등급? 그게 뭘까? 오버타임은 기본 2-4시간씩 하고, 밥 먹을 시간은커녕 생리대 갈 시간 소변을 볼 시간조차 없고, 간호사 1명당 23명씩 보며 44명의 액팅을 혼자 뛰어야 하는 우리가 간호등급 1등급 병원이었던 걸까?
모르겠어 이미 너는 갔는데 남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사실 아직도 안 믿겨 네가 저기서 달려올 것 같은데. 그래도 확신할 수 있는 건 절대 이렇게 묻히게 두지 않을 거라는 거야. 그 사람들은 벌받고, 그 병원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처우개선을 할 때까지 계속 이야기할 거야. 꼭 지켜봐줘.
묻히지마ㅠㅠㅠㅠㅠㅠㅠ
핫
@따개비?애비를 왕따시키겠단거냐? 플
@따개비?애비를 왕따시키겠단거냐? 소
@따개비?애비를 왕따시키겠단거냐? 취
나도 최근에 환자 50명대인데 혼자 액팅뜀..주말이라 그나마 했지만..남일같지않네ㅠㅠ
엥 시발 44명씩 액팅 뛰락ㅎ? 액팅 뛰고 나면 몇시간 그냥 지나있겠는데 개오바다
내과병동인데 47명 액팅 혼자 뛰는거..진짜 액팅 돌고나몀 2시간은 그냥 지나있어ㅎ.. 윗선은 당연한건줄알고 나도 사직 면담할때 부장이 이바닥 좁은데 괜찮겠나? 이지랄했는데 걍 무시하고 내 살길 찾아나와야해
병원측에서 수사의뢰했대네
에휴 나도 겪어봐서 너무불쌍하다
살아보고느낀거 세상은 넓고 내가할일은 많아
저정도로 아닌거같으면 그냥.. 나오자.. 사직처리고뭐고 그냥 도망쳐야해 그래야살어
아 진짜 눈물나ㅠㅠ 우리 아빠도 대학병원 타부서에서 일하는데 간호사 태움 심하다고 나 절대 안 보냄 .. 빅5 중 하나인데도 .. 제발 좀 고쳐라 ... 병원 실습 나갔을 때도 선배가 후배 존나 잡는 거 다 보여서 존나 살벌했음 ;;
@촉이황 헉 마저 ...
진짜 선배가 그런말할때 예 그럼 수고하세요 라고하고 나갔어야했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