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는 이전의 여러 가사해석에서 언급되었듯이, '서태지 자신이 방송
을 복귀하게 된 사연'에 대하여 말하는 노래이다. 여기서 탱크란 TV
를 말한다. 자세하게 말하자면, '대중가수의 활동무대'로써의 TV를 의
미한다. TV를 말한다는 점에서 이 노래는 서태지 1집 'Take 2'와 연결
되어 있다. 하지만, Take 2는 자아가 분열되어 있는 상황에서 자아가
또다른 객관화된 자아에게 말하는 반면 탱크에서의 자아는 하나로 바
로 서 있다. 'Take2'의 '너'가 서태지의 또다른 자아라면 '탱
크'의 '너'는 탱크이다. 그만큼 TV를 나무라는 강도가 틀리고, 그만
큼 노래가 결의에 넘친다.
필자는 항상 '서태지'를 말했을 뿐인데, 혹시나 '자신의 주장에 서태
지를 같다붙인다'라고 할까봐 소심한 마음에 이 글쓰기를 좀 자제했었
다. 서태지씨가 "탱크는 TV다"라고 밝힌 지금, 한결 홀가분하게 이 글
을 쓴다.
'탱크'가 TV임을 알고 보면 사실 '탱크'가사의 많은 부분이 평이해지
고, 필자 또한 기존에 나와있는 '탱크 가사 해석'과 크게 다르지 않으
므로 구구절절이 짚어보는 건 생략한다. 대신, 기존 해석들에서 크게
조명되지 않았던, 그가 '가만히 참기엔 가슴시린 오기'가 생기게 했
던 두가지. 즉, '알수 없는 혐의'와 '괴기한 춤'그리고 그가 결행
한 '작은 충격(균열)'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어 적고자 한다. 자, 그
의 가장 솔직한 얘기. 그의 가사를 해부해보자.
*** 알수 없는 혐의와 괴기한 춤 ***
탱크가 서태지에게 남긴 '알 수 없는 혐의'. 이것은 이른바 '서태지
책임론'이다. "지금 대중가요계가 이모양 이꼴이 된 것도 다 따지고보
면 서태지 때문이다."라고 해석하는 '서태지 책임론'. 댄스가수 일
색, 아이돌 스타의 난립, 립싱크 천국... 이 유래를 거슬러가 보면 서
태지와 아이들 때 부터란 얘기다. 이에 대해 그는 예전엔 "그래, 내
가 망쳤어. 내가 미쳤지. 이젠 다 끝난 얘기야."라고 자학했었다. 하
지만, 이번엔 자신이 '칼(위험)과 바다(목표)'를 착각했음을 시인하
며, '서태지와 아이들'시절 활동의 부작용은 '탱크'가 제공한 것임을
분명히 한다.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 자신은 억울하게 '혐의'를 뒤집
어썼을 뿐이라는 것이다.
서태지가 탱크에 남긴 '괴기한 춤'. 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필자에
게 단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필승'이 아닐까 싶다. 그는 분명 춤을 추
었다. 필자는 단 한번도 '필승'을 라이브로 들어본 적이 없다. '필
승'활동 당시 그는 아예 마이크를 달고 나오지 않은 적도 많았다. 기
타에 앰프도 연결하지 않고, 마이크도 없이 그저 춤만 추었다. 그것
은 Rock 매니아의 입장에서 보기엔 분명 '괴기한 춤'이다. 아니, 사전
녹화를 여러 번 보아온 '서태지매니아'의 입장에서 지금 그시절을 보
아도 그것은 분명 '괴기한 춤'이다. 이 부분은 정말 이른바 '안티서태
지'라 불리우는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씹힌다. 서태지를 힐난하기로 유
명하고, 안티쪽에서는 '진정한 안티'라 불리우는, 신대철의 [Rock
Trip]55회를 들어보라. 그는 서태지의 '필승'활동시절을, Rock Player
도 아닌 정체불명의 두 사람과 서태지가, 왠 노래는 부르지 않고 괴기
하게 춤만 추었던 때로 회상한다. 그가 왜 노래를 부르고 싶지 않았겠
는가. 그는 노래를 부를 수가 없었다. 왜? 마이크에 누가 껌을 붙여
놓았으니까. 누가? 탱크가. '괴기한 춤'. 그것또한 탱크가 '강요'한
것이다. 그는 피해자다.
*** 위선 가득한 탱크에 작은 균열을!! ***
예전에, 서태지는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여러가지 다른 자아의 목소리
가 서로 떠든다. 마치 왼쪽에는 악마가 오른쪽에는 천사가 나와서 주
저리주저리 떠들듯이 말이다.
"니가 거기 더 있었다면 아마 죽어버렸을걸? 이제 그만 잊어버려. 사
실을..."
"이제 니맘대로 살어. 상관없어. 그대로 썩어가도 널 누가 이제 신경
이나 쓰겠냐?"
이러는 반면, 한편에선
"깡통같은 자식들 내가 아무래도 그렇게 멍청할것 같냐 ?"
"왜 너는 그냥 맞기만 해? 다들 왜 그냥 멋대로 해?"
이러다 결국 (해답을, 해야할 바를)"못찾겠다."고 고개를 내젓고 만
다.
하지만, 이번엔 틀리다. 작은 충격을, 작은 균열을 내기로 결심한다.
그는 결국 이것이 해답이라고 결정한 것이다. 그의 음악의 키워드인
하드코어(혹은 핌프락)와 그의 활동의 키워드인 사전녹화. 이것이 그
충격과 균열의 실체이다. TV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겼던 비주류의 음악
을 들고, TV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면을 제시함으로써 탱크의 위선과
자신의 결백을 알리고, 나아가 그 탱크에 충격과 균열을 주는 것이
다.
필자는 아직도, 첫 외부사전녹화였던 '메사공연'의 충격을 잊지 못한
다. 입을 헤 벌리고 있던 나머지, 뒤이어 이어지는 선전까지 비디오
가 계속 녹화하고 있는 줄 모르고 10여분을 더 녹화했던 기억이 난
다. 필자가 그러하였다면, 방송밥을 먹는 분들은 오죽했을까? 가히 짐
작하고 남음이 있다.
*** 그의 오기는 좀 풀렸을까? ***
탱크와 탱크의 수호세력들은 재빠르다. 소위 이러한 사전녹화를 두
고 '특혜'라는 멍울을 씌운다. '특혜'는 의미가 두가지다. 문제제기
는 전자의 것으로 했지만 파생되는 후자의 것이 있다. 뒤에것이 더 무
섭다.
"시청률에 눈이 어두워 서태지의 무리한 요구를 방송국이 수락한 MBC
의 서태지에 대한 특혜이다."와,"기존 기획사나 인디밴드들은 엄두도
내지못할 거금을 들여 매번 사전녹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서태지뿐이
다. 이는 이땅에서는 그만이 누릴수 있는 또다른 특혜이다. 누군들 자
신의 멋진 무대를 보여주고 싶지 않겠는가." 저번 문화일보 인터뷰.
이번 인터넷생중계에서의 질문. '특혜'에 관한 질문은 분명 이 두가지
를 다 염두해두고 한 질문이다.
하지만, 서태지 그는 여기에 대해 직설적으로 말하지 못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에겐 '현 가요계를 바꿔주기를 바라는 기대'만 많
지, '현 가요계를 바꿀 자격'은 없기 때문이다. 그럼 서태지가 직접적
으로 탱크와 팔붙이고 대결이라도 하란 말인가? "니네 말도 안돼는 무
대 다 저리 치워. 그럼 내가 노래 불러주지."이러기라도 할까? "안나
오면 될거아냐?"라고 하면 뭐라고 할껀가. '특혜'에 대한 그의 대답
은, 다른 대답들과 마찬가지로, 항상 교과서적이다. "그냥, 내가 하
고 싶어서. 외국에서도 많이들 하니까." 맞는 얘기다. 하지만, 그건
일종의 수위조절이다. 분명 그게 다는 아니다. "보이는 길 밖에도 세
상은 있죠. 충격 좀 먹으라고 그랬어요. 균열이 가길 바래요."이 말
도 집어넣으면? 글쎄, 그 다음날 언론에선, '광신도를 부추기는 교
주'쯤으로 서태지를 그려놓지 않을까?
그의 오기는 좀 풀렸을까? 필자는 부정적이다. 그놈의 특혜 때문
에. '특혜'라는 것은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에, 서태지를 부정하는 사람
이나 서태지를 지지하는 사람 모두에게 알게모르게 약간약간씩 모습
을 변형해가며 스며든다. 이데올로기가 무서운 이유가 바로 이런데 있
다. "서태지의 활동으로 현 가요계에 변화가 오고 있다고 생각하는
가?" 혹은 "주류가 바뀔 것으로 생각하는가?"등의 질문에, "서태지는
특별한 케이스죠. 결국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라고 자연스럽
게 서태지를 괄호밖으로 뺀다. '스페셜'이란 딱지를 붙여버린다. 하늘
아래 만인이 평등하고, 법앞에 만인이 평등한데, 서태지는 그 예외
다?? "이제야 우리가 뭘 해야 되는지 알았습니다."이런 대답이 나와
야 정상 아닐까? 그럼 서태지 혼자 알아서 다하고 자신은 굿이나 보
고 떡이나 먹겠다. 이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