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기사 - "올해 경상수지흑자 선진국 8위"
연합뉴스가 IMF 최신보고서를 인용하여 자랑스럽게 기사 하나를 내었다.
한국의 올해 경상수지흑자가 선진국 중 8위를 차지할 것이며,
또한 한국은 선진국 중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유일한 나라이고,
경상수지 순위가 작년 21위에서 올해 8위로 무려 13계단이나 뛰어오르는 기염을 토한다는 것이다.
얼핏 보아서는 한국경제가 의외로 잘돌아가고 있고
정부도 경제를 잘 이끌어가는 것처럼 생각된다.
물론 이 기사에는 현 정권이 잘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내용은 전혀 없다.
또한 기사는 IMF가 한국의 이러한 실적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도 솔직하게 얘기한다.
한국의 실적전망에 대한 길고 긴 보고 끝에 짤막한 단 한 문장이지만 다음과 같이 알려준다.
IMF는 보고서에서 "일본과 마찬가지로 아시아 신흥공업국이 글로벌 불황으로 극심한 경기 침체에 빠져 있는 가운데
유독 한국은 환율 영향 등으로 수출이 수혜를 보면서 2010년이나 그 이전에 강하게 경제가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바로 이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이 짤막한 한문장이야 말로 기사가 떠벌리는 경상수지흑자 얘기에 현혹되어
정부가 잘하고 있다는 헛된 착각을 하지 않기 위한 관건이다.
위 IMF의 평가에 나온 한 단어 ""환율 영향"이야말로,
바로 한국 경상수지흑자의 놀라운 성과를 설명하는 중요한 팩트이기 때문이다.
신기루같은 환율 효과
환율은 경상수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을 때, 혜택을 보는 것은 수출업체이며, 손해를 보는 것은 수입업체이다.
수출업체는 물건을 싼 달러가격에 팔 수 있기에 경제불황이어도 피해가 덜하고, 호황기에는 물건을 더욱 많이 파는 반면,
수입업체는 그전보다 많은 돈을 들려 수입을 해야하기에 이만저만 큰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수출액과 수입액을 상계한 무역수지에 다른 수치 몇가지를 덧붙인 경상수지는
환율이 높을수록 더욱 좋아질 수 있다.
다음 표를 보자.
94년부터 07년까지,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가장 높았던 때는
놀랍게도 98년, IMF가 터진 바로 다음 해였다.
대체 이 98년에 무슨 좋은 일이 있어 이렇게 경상수지가 높았던 것일까?
정답은 바로 환율에 있다.
IMF에 손벌릴만큼 달러가 바닥나, 원-달러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덕에,
앞서 언급했듯 수입이 대폭 감소하고 수출은 최소한의 규모로 감소하여,
결과적으로 경상수지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IMF 권고에 따른 국내기업지분의 해외매각도 들 수 있다.)
이랬던 과거의 데자뷰가 바로 올해 일어난다.
경상수지 마이너스였던 08년를 지나,
09년 올해에는 경상수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고환율 정책의 효과
이미 현정부 수장의 방패막이 노릇을 충실히하고 사라진 강만수 장관을 새삼 기억해 본다.
그가 비판받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고환율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기 때문이었다.
원자재와 식품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서민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환율을 끌어올렸던 현 정부 1기 경제수장이 바로 그이다.
덕분에 환율에 대한 조정력을 잃어버려 해외투기세력이 한국에서 단물을 뽑아먹고
환율은 미친듯이 요동치며 수출,수입업체 똑같이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했었다.
환율이 급히 오를 때는 나라가 보유한 달러를 털어 막느라
외환보유고 2천만불 선이 위태로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비판과 부작용에도 불구, 꿋꿋이 버티며 고환율 정책을 유지했던 데에는 그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지금 드러나고 있다.
수출에 기형적으로 혜택을 몰아줌으로써 '경상수지가 잘나와서 마치 경제가 좋고 정부가 잘하는 듯이 보이는' 착시효과.
고환율 정책이 시작되던 당시, 많은 재야 경제전문가들이 이런 착시효과를 예견했다.
그리고 이런 착시효과가 일어날 때 어떤 식의 여론몰이가 따라올지조차도 이미 예견했다.
연합뉴스의 떠벌이 식 기사가 인터넷포탈에 뜨고
보수신문도 동참하고
인터넷 알바들이 "잘하는 건 칭찬해야 한다"며 정부의 공적인 양 돌리는 그 군상 말이다.
원칙을 지키자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열심히 하고 잘하는 사람들이 인정받고 보답받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이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하나의 원칙을 줄기차게 지켜야 한다.
정말로 열심히 하되 룰을 지키면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인정받고 보답받게 되어야 한다.
정말로 룰 안에서 잘하면서도 홍보수단이 없어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반면 '잘하는 척'만 열심히 하고 잘하고 있다고 나팔불며 남을 속이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하는 말을 잘 살피고, 그들의 실체를 밝히고
또한 비판과 견제를 통해 그들이 룰을 지키도록 이끌어야 한다.
가만히 냅둬도 좋을 환율을 억지로 끌어올려
현재 자본주의 국가들이 기피하는 환율개입을 감행하고,
이로 인해 수많은 수입업체를 부도에 빠뜨리고 환율상승으로 인한 물가 폭등을 모르는 척하면서까지,
경상수지흑자의 증가를 유도해내고, 이를 정권의 실적으로 여론몰이하는 정부가 있다면,
위 두 가지 타입의 사람들 중 과연 어디에 해당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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