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사람이 건강하다'는 속설과는 달리 근육량이 부족한 사람은 뼈가 잘 부러지고 심혈관질환 등의 유병률도 높다. 근육결핍증을 예방하려면 적정량의 단백질 섭취와 근육강화운동이 필요하다.
'건강 노후' 열려면 근육량부터 늘리세요
60대 중반의 박영주(가명·여) 씨는 기력이 떨어지고 쉽게 지치는 증세가 요즘 부쩍 심해졌다. 비만 때문에 5년 전부터 채식을 했는데 혈압이 높아 고기는 전혀 먹지 않았다. 우유도 몸에 맞지 않아 입에 대지 않는다. 현재 키는 162㎝, 체중은 45㎏. 겉보기에 팔다리가 매우 가늘고, 배만 튀어 나온 모습이다. 10분 거리의 시장에 가서 가벼운 물건을 들고 오는 것조차 힘이 든다. 손자를 한 번 돌보고 나면 며칠은 몸살까지 한다.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골밀도가 낮고 근육량도 기준치 5.14(㎏/㎡)보다 훨씬 낮은 4.14를 기록해 '근육결핍증' 진단을 받았다. 손으로 쥐는 악력은 비만도(BMI 기준) 20 이하인 여성에게 요구되는 기준치(17㎏)보다 훨씬 낮은 13㎏였다. 4.75m(15피트) 걷기 속도도 약 12초로 최하 기준치인 7초를 훨씬 상회했다.
쇠약화 촉진 삶의 질 떨어뜨려 역도·아령 근력강화운동 필요 체중 1㎏당 0.8g 고기 섭취를
○ 골다공증 환자에서 근육결핍증 많아
최근 세계 의학계가 삶의 질을 높이는 건강장수의 열쇠로 '근육'에 주목하고 있다.
'인간 노화의 핸드북'의 저자 피셔 박사는 "인과관계를 잘 알 수 없지만 근육량과 근력이 약한 사람에서 사망률이 높고, 뼈도 잘 부러지며, 일상생활의 독립성이 떨어져 주위 사람에게 의지하는 장애노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근육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양과 질이 떨어진다. 이를 '근육결핍증'(사코페니아)이라 한다.
노인층의 주요 사망 원인은 심혈관질환과 암이다. 그런데 이런 질환의 근저에는 골다공증뿐만 아니라 근육결핍을 일으키는 원인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주장이 최근 의학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근육결핍증은 골절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및 노인성 쇠약화를 촉진시킨다.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살아가는 능력을 빼앗아 가는 하나의 원인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 근육 떠난 자리에 지방… 심혈관질환 유발
근육결핍증은 골다공증 환자에서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고에 의하면 근육결핍증은 골결핍증 환자의 25%에서, 골다공증 환자의 약 50%에서 나타나고 있다. 골다공증과 근육결핍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비슷할 수 있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40세가 되면 골밀도가 매년 1%씩 감소하는데 이와 비슷하게 근육량도 매년 약 1%씩 감소된다. 여성은 폐경과 더불어, 남성은 60세가 되면 더욱 악화돼 매년 3~5%씩 근육량 감소가 일어난다. 80세가 되면 근육량은 약 50% 감소하고 지방은 약 100% 증가한다.
근육이 떠난 빈자리는 지방이 차지한다. 그런데 이 지방은 비곗덩어리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근육을 소모 위축시킨다. 심장혈관질환의 주범인 동맥경화증도 일으킨다. 특히 내장 복부지방이 이런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 야윈 사람이 오래 산다는 오해 버려야
연구 결과에 의하면 65~74세 노인의 45%, 75~84세 사이의 60%가 4.5㎏의 물건을 들어 올리지 못한다. 그만큼 근력이 떨어져 있다는 증거다. 이러한 근력 감소는 노인들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또 비만도가 최저치인 20 이하로 떨어지면 근육량은 현격히 감소하지만, 반대로 비만도가 30 이상인 경우에도 근육량 감소는 더욱 쉽게 일어난다. 이를 '근결핍성 비만'이라고 하며 심장병 발병률이 3배 이상 높아진다. 이는 지방에서 분비되는 '아디포카인'이라는 독성물질이 근육량과 근력을 갉아 먹기 때문이다.
좋은문화병원 여성생명과학연구소 박기현 소장(연세의대 명예교수)은 "이제 우리는 야윈 사람이 오래 산다는 오해를 버려야 한다. 가벼운 체중만이 건강의 목표가 아니라 정상범위 내에서 비만도를 유지하면서 정상적인 근육량과 근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복부비만 줄이며 근육량까지 줄여선 안 돼
가장 이상적인 체중 감량은 근육량은 증가 또는 유지하면서 복부지방만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복부지방을 줄이기 위해 역도, 아령 등 근력강화운동은 하지 않고 걷기, 수영 등 유산소운동만 고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또 밥과 채식 위주의 식사는 필수영양소인 단백질, 비타민D, 칼슘, 필수 미네랄의 부족을 유발시킨다.
좋은문화병원 여성생명과학연구소 박기현 소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복부비만을 줄이면서 근육량까지 줄이는 잘못된 운동과 식이요법을 선택하고 있다. 올바른 건강관리법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와 함께 시민들의 인식전환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제부터는 걷기, 뛰기 등 유산소운동뿐만 아니라 근력운동을 반반씩 나누어 시행해야 한다. 폐경 이후 여성과 60대 이후의 남성은 체내의 근육 생산량이 점차 감소해 하루 근육단백질 생산량이 30% 감소한다. 단백질 합성공장인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노화 때문이다. 이는 유산소운동과 근력강화운동으로 어느 정도 호전시킬수 있다.
또 근육단백질의 약 30%는 먹는 음식으로부터 공급된다. 그러므로 하루 최소한 체중 1㎏당 0.8g의 고기를 먹어야 한다. 그 양은 대략 계란반숙(약 50g) 크기보다 약간 적은 정도에 해당한다. 그 이하로 섭취하는 노인들은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국인의 70%는 혈중내 비타민D 농도가 20ng/㎖ 이하로 부족상태를 보인다. 비타민D 혈중농도가 낮으면 근육결핍증, 골다공증, 고혈압, 동맥경화증, 유방암, 대장암이 많아진다. 전문가들은 건강검진 때 혈중 비타민D의 측정이 필요하며 평소 비타민D 섭취와 칼슘 섭취를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