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첫날 아침에
초저녁 일찍 잠드니 한밤중 자시에 잠을 깼다. 사월 첫날인 주중 목요일이다. 와실 실내등을 켜고 밥상을 겸하는 서안 위에 둔 노트북을 열었다. 뉴스 검색을 몇 줄 하다가 지인 블로그를 순례했다. 인터넷으로 날씨를 검색하니 주말은 비가 그려져 있었다. 농장을 돌볼 일 없고 골프장 예약과도 무관하다마는 주말이 다가오면 날씨가 궁금해서다. 비가 오면 바깥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
우리 지역에선 앞서 삼월 두 번 주말은 연속해 비가 왔더랬다. 봄철에 비가 오면 내가 즐겨 가는 야생화 탐방이나 산나물 채집에 지장을 받는다. 그래도 빗속에 우산을 받쳐 쓰고 바깥나들이를 감행했다. 북면 지인 농장을 찾아가면서 묵정밭에서 부지깽이나물을 뜯은 뒤 지인과 안부를 나누고 나왔다. 귀로와 내가 사는 아파트단지 맞은편 상가에서 초등 친구를 만나 잔을 나누었다.
바로 앞 주 토요일은 오후부터 강수가 예보되어 이른 아침 산행을 나섰다. 창원 근교 산자락을 누비다 비가 오기 전 서둘러 하산하기 위해서였다. 달천계곡 입구에서 양미재로 올라 머위순을 채집하고 바디나물과 홀잎나물과 산부추를 뜯어 작대산 산등선으로 향했다. 북사면 흐드러진 진달래꽃 열병을 받으며 지났더니 숲 바닥엔 노랑제비꽃이 밤 하늘 별처럼 지천으로 피어 수를 놓았다
그날 조롱산 기슭에 올라서도 홀잎과 두릅을 더 보태 감나무골로 나가니 참아주던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 차창은 빗방울이 부딪혀 맺혔다. 집 근처에서 같은 아파트단지 친구와 퇴직 선배를 만났다. 셋이 가끔 들렸던 주점을 찾아 주인 아낙에게 배낭의 산나물을 한 봉지 안겨주었다. 주인 아낙은 그 산나물로 봄 향기 가득한 전을 부쳐내어 곡차 안주로 잘 먹었다.
주중 머무는 연초 근무지에서는 수업이 빈 시간 동료와 같은 공간에서 나누는 말 수는 적다. 연령대가 다르기도 하지만 화제의 공통분모가 그리 많지 않았다. 한 분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재활에 여념 없고 여교사는 업무와 함께 유아원에 맡겨둔 아기에도 신경 써야 했다. 일과를 마쳐도 말벗이 될 만한 동년배가 없어 와실로 곧장 들어 저녁 끼니를 해결하면 일찍 잠들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국면에서 내가 수업에 드는 고2는 격주로 등교와 원격수업이 실시되고 있다. 이번 주는 원격수업 주간이라 학생들을 대면하지 못해 사람 얼굴이 그리울 정도다. 그나마 주말에 창원으로 복귀하면 친구나 지기를 만나 세상 사는 얘기를 나누면서 사람 냄새를 맡게 된다. 근교 산자락 인적 드문 숲에 들면 제철 피어나는 야생화를 완상하고 산나물로 찬거리까지 확보하는 일석이조다.
이렇게 기다려지는 주말인데 비가 온다면 면 공치는 날이다. 날품을 팔아 사는 건설 현장 인부만큼 주말 날씨에 민감하다. 어제는 청첩을 받아둔 주말에 있을 대학 동기 자제 결혼식 축의는 간접으로 전했다. 식장에 나가면 한나절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예전 근무지 동료가 주말에 얼굴을 한 번 뵙자는 전화가 와 고맙기는 했으나 토요일보다 금요일 저녁에 당겨 만났으면 싶다고 했다.
며칠 전 근년에 드문 짙은 황사가 덮쳐왔다. 예보는 이번 황사가 한반도 상공에 이삼일 머물 거라고 해 마음이 쓰였다. 코로나 감염자 동선을 알려주던 재난 문자는 황사경보까지 발령해 노약자는 실외 활동을 자제하라 했다. 그런데 이튿날 날이 밝아 바깥으로 나가니 황사는 씻은 듯 사라져 다행이었다. 밤새 기류의 변화가 생겼던지라 우리 지역 황사는 어디론가 흩어져 대기가 맑았다.
내일이 금요일이고 모레가 토요일이다. 새벽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본 날씨 정보는 지난 주말처럼 이번 토요일도 오후에 비가 그려져 있었다. 그새 대기 흐름 따라 비구름 방향이나 이동 속도가 달라지겠지만 예보만큼 강수가 아침나절만이라도 참아주었으면 좋겠다. 진북 산간으로 가는 녹색버스를 타고 서북동에서 서북산 감재를 넘거나 둔덕에서 여항산 미산령을 넘어볼 기회가 있으려나. 21.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