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를 통해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를 공개했다. iOS6는 애플이 자체 개발한 3D지도에 시리의 한국어 지원 등 근사한 모습으로 나타나 아이폰5의 빈자리를 채웠다.
200가지가 넘는 새로운 기능 만큼이나 놀라운 것은 iOS6의 지원 모델에 아이폰3GS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지원 사양의 문제로 1세대 아이패드와 3세대 아이팟 터치는 제외됐지만, 아이폰3GS는 살아 남았다.
이로써 애플은 현재 판매되는 자사의 모든 스마트폰 라인업에 최신 운영체제를 적용했다. 삼성전자가 구글의 최신 운영체제인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업그레이드에서 갤럭시S를 제외한 것과는 상반되는 대응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아이폰과 갤럭시S시리즈가 이처럼 다른 결과를 내놓은 가운데, 서로 다른 꿈을 꾸는 두 제조사의 속마음을 들여다 봤다.
애플 “우리가 이 정도야!”
아이폰3GS는 출시된 지 3년이 다 돼었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의 추세로 보면 ‘할아버지’ 뻘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많은 사용자 수를 자랑하며, 활발한 ‘현역’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결정에서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와 하드웨어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애플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최적화를 꾀할 수 있는 조건인 만큼, 최대한의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구형모델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에 '역시 애플'이라며 사용자 충성도가 올라감은 당연지사다.
아이폰3GS는 600MHz 코텍스 A8 프로세서, 256MB RAM을 탑재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다른 제조사들이라면 이 정도 사양에 최신 운영체제를 입힌다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다.
그러나 애플의 통큰 지원 정책에 감탄하다가도, 기업 이미지를 위한 상징적 액션은 아닌지 의문이 생긴다.
아이폰3GS를 이용중인 전영미(28, 강동구)씨는 “iOS5를 사용 중인데 너무 무겁고 버벅거린다고 느낀다”며 “iOS6가 출시돼도 업그레이드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전 운영체제도 버거운 3GS에 최신 OS를 입히면 너무 무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iOS6의 몇몇 핵심적인 기능들은 3GS모델에서 사용할 수 없다. 특히 가장 화제가 됐던 3D지도 서비스와 한국어 시리는 아이폰3GS는 물론 아이폰4에서도 사용할 수 없다. 3D 항공사진이나 내비게이션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아이폰4S에 탑재된 A5칩 이상의 AP가 필요하다.
또, 무료 화상통화 ‘페이스타임’을 와이파이가 아닌 3G망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됐지만 3GS모델은 이 기능 역시 이용할 수 없다.
출시 후 1년도 되지 않아 운영체제 업그레이드에서 제외되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수많은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애플의 소프트웨어 최적화 기술과 서비스는 감탄할 만 하다. 그러나 아이폰3GS의 하드웨어적 한계로 iOS6의 주요 기능들, 특히 가장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의 지원이 어렵다면 굳이 무리한 판올림이 필요한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 “성능을 다운시킬 수는 없다”
지난해 12월, 삼성전자는 자사 주요 스마트폰의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업그레이드 일정을 발표하며, 지원 단말기에서 갤럭시S를 제외시켰다. 삼성전자는 가용 메모리가 부족해 기술적으로 업그레이드가 부족하다고 설명했지만, 당시 사용자들의 반발은 엄청났다.
갤럭시S는 국내에서만 300만대 이상이 판매된 베스트셀러 폰이다.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스마트폰을 구매한지 1년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신형 운영체제 지원에서 제외됐으니 소외감이 들 수밖에 없다.
결국 삼성전자는 다른 길을 택했다.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의 일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별도의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갤럭시S에는 동영상 촬영 중 스냅샷 찍기, 포토 에디터, 앱 폰트 크기 변경 기능과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의 트레이드 마크인 페이스 언락도 추가 됐다.
이로써 갤럭시S 사용자들의 불만은 일단락 됐지만, 운영체제 지원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 제조사들에게 숙제로 떠올랐다. 출시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모델에 대해 원활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태생적 한계를 고민하게 됐다. 자체 운영체제가 없다보니 사후관리가 어려운데, 이에 대한 돌파구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은 소프트웨어까지 공급하는 회사지만, 우리는 구글의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다”며 “(운영체제 지원에 있어서)애플과 삼성전자를 일대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업그레이드 방침에 대해 “제품 사양이 허락하고 기존 성능보다 향상된 최적의 사용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경우에만 업그레이드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됐던 갤럭시S의 업그레이드와 관련해서는 “무리하게 (운영체제를)올리려고 하면 할 수 있지만, 판올림 후 성능이 오히려 저하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는 양날의 검
애플과 삼성전자가 운영체제 관련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사용자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아이디 Narciman은 트위터를 통해 “아이폰3GS는 iOS를 통해 불로초를 먹은 것처럼 무병장수하고 있다. 삼성과 애플의 대고객 마인드 차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제대로 지원되는 것이 없는데 아이폰5를 팔기 위한 떡밥 아니냐”며 "아이폰3GS 모델의 iOS6 지원이 형식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는 새로운 단말기를 사는 것 만큼이나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반면 무리한 판올림은 오히려 기기의 성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각자의 기준으로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떤 가치에 손을 들어 줄 것인지는, 직접 사용해본 소비자가 결정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