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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판결 뒤엎은 스모킹건 ‘노태우 비자금’
노 “SK그룹에 300억 주고 약속어음 받아”
“비자금이 최 회장 재산형성에 결정적 기여”
윤, 부산 시장 방문 때 재벌 총수 병풍 세워
전경련도 부활…길고 긴 정경유착의 그림자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판결이 한국의 정경유착 흑역사를 소환했다.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줬던 1심과 전혀 다른 판결이 나온 스모킹건 역할을 한 핵심 증거가 노 관장의 부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었기 때문이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4.16 연합뉴스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20억 원의 위자료와 함께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금으로 약 1조 380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2022년 12월 1심을 맡은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부장판사 김현정)가 인정한 위자료 1억 원, 재산분할금 665억 원보다 20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이혼 소송 재산분할금 중 최대 규모다.
판결이 뒤바뀐 핵심 증거는 노 관장이 2심 재판부에 처음으로 제출한 약속어음 6장이다. 이와 관련한 자초지종을 이해하려면 1990년대 초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이 현 SK증권인 태평양증권을 인수했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이 결혼한 지 4~5년 됐을 무렵이다. 노 관장 측 주장에 따르면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1년 비자금 300억 원을 사돈인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에게 전달한 뒤 선경그룹 명의의 약속어음을 받았다. 노 관장 측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50억 원짜리 약속어음 6장의 사진과 관련 메모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언론들이 보도한 2심 재판부 판단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 약속어음은 차용증과 비슷한 측면이라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이렇게 전달된 비자금이 최종현 선대 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SK 주식 매입에 일부 쓰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노 관장과 그 일가의 기여도를 인정해야 한다. 태평양증권을 인수할 당시 자금 출처가 불분명했으나 세무조사나 검찰 조사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SK는 (투자 위험성이 높은) 이동통신사업(현 SK텔레콤)에도 진출했다. 지극히 모험적인 행위였으나 SK가 대통령과 사돈 관계를 보호막·방패막이로 인식하고 위험한 경영을 감행해 결과적으로 성공한 것이다. 1988년 결혼 당시 양쪽 모두 재산이 없었으므로 현재의 재산은 대부분 혼인 생활 중 ‘부부 공동체’가 형성한 것으로 판단된다.”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2심 재판 판결 내용. 연합뉴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SK그룹 주식은 선대로부터 증여·상속받은 ‘특유 재산’이라 재산 분할의 대상이 아니며 (태평양증권 인수에 들어간 돈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이 아닌) 계열사 자금을 횡령해 만든 비자금”이라고 반박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제6공화국 비자금 유입과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는데 2심 재판부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판단했다는 주장이다. 최 회장 측은 당시 사돈이었던 6공화국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했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해왔다고도 항변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최 회장 측은 즉각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법리만 따진다는 점에서 2심 판결이 다시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법원 판결과 별도로 양쪽의 공방은 대한민국 경제·산업사의 어두운 측면인 ‘정경유착’을 소환했다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과거 정경유착의 흑역사가 다시 조명받으며 SK에 대한 이미지도 나빠졌다. 법조계에서는 “과거 형사재판 과정에서도 인정된 바가 없는 노태우-SK 사이의 정경유착이 가사 사건에서 사실로 인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판결 근거로 30여 년 전 사례를 거론했으나 정부와 재벌기업의 정경유착의 긴 그림자는 여전하다. 예전처럼 노골적인 정경유착은 아니더라도 기업들은 정권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고 그 대가로 정권은 기업에 편의를 봐주는 모습을 지금도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정경유착으로 의심할 만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그 상징적인 장면이 작년 12월 7일 거의 모든 신문이 1면에 게재한 ‘재벌 총수 병풍 삼은 대통령 사진’이다. '2030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로 성난 민심을 달리기 위해 윤 대통령은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재벌기업 총수들과 떡볶이를 시식했다. 사진은 그 장면을 담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재벌기업 총수들과 떡볶이 등 분식을 시식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윤 대통령,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2023.12.6. 연합뉴스
올해 1월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신 정경유착’이라는 제목으로 윤석열 정부의 정경유착 사례를 고발했다. 해외순방 때 대기업 총수를 대거 동원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 ‘29대 119’라는 처참한 결과로 참패한 ‘2030부산 엑스포’ 유치전을 펼치면서도 기업과 밀착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당시 정경유착을 주도해 해체됐던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한국경제인협회’로 이름만 바꿔 부활한 사실도 '신 정경유착' 사례로 볼 수 있다.
기업들은 많은 비용이 들고 총수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야 하는 불편이 있더라도 대통령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 각종 인허가권을 쥔 정부의 힘은 막강하다. 특히 불법 경영권 승계와 사익편취 의혹 등에 연루된 재벌기업 총수들은 검찰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다른 한 편으로 정부에 협조한 대가를 기대할 수도 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재벌기업 총수들을 대대적으로 사면 복권하고 법인세를 깎아주는 등 대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출처 :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이 일깨운 정경유착 흑역사 < 경제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최태원-노소영의 '훔친 돈' 나누기
최태원 부부의 수 조원 재산, 전적으로 그들 것인가?
노태우 비자금, 국민에게 뺏은 돈 밑천 돼 증식된 것
전두환-박정희 정권 권력자 일가들, 거액 자산 대물림
최태원 SK 회장과 그의 전 부인 노소영 씨 간의 재산 분할을 둘러싼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노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노 씨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43억 원이 SK에 유입됐다는 점과 회사의 성장에 노 전 대통령이 '방패막이' 역할을 한 것을 인정했다.
최태원-노소영 간의 법정 다툼은 과연 두 사람의 재산의 몫이 각각 어느만큼인지를 가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다툼에서 빠져 있는 중요한 게 있다. 두 사람이 서로 주인이라고 하는 돈은 과연 전적으로 두 사람만의 돈일까라는 것이다. 그 돈, 최소한 그 돈의 적잖은 부분은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씨 둘 중 누구도 그 주인이 아니다. 권력이 국민의 손으로부터 빼앗거나 부당하게 이전시킨 돈, '장물(贓物)'이거나 장물을 밑천으로 증식된 돈이다. 재산의 배분 분할 이전에 먼저 물었어야 할 것은 그 재산이 본래 두 사람의 소유가 맞느냐는 것이어야 한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4.16 연합뉴스
노 씨는 이에 대해 일단 항변할 수 있다. 1997년 대법원에서 군 형법상 반란-내란과 뇌물수수죄 등으로 징역 17년과 함께 추징금 2628억 원을 확정받은 노태우 씨는 16년 만에 추징금을 전액 납부했다. 그러므로 노소영 씨는 국가에 대해 ‘채무’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드러난 것으로만 4000억원대였던 비자금은 과연 그것이 전부였을까, 라는 의문은 차치하기로 하자. 최 회장 측은 SK에 비자금이 유입된 적이 없으며 이는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때도 확인됐다고 반박했지만 2심 재판부는 노 씨의 손을 들어줬다. 설령 최 회장 측의 말이 맞다고 하더라도 노 전 대통령이 이동통신 등 SK의 사업 진출 과정에서 보호막 역할을 한 것은 명백해 보인다. 재판부의 판단도 그렇지만 최태원-노소영 부부의 재산 증식은 상당 부분 정경유착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점은 이미 많은 근거들을 통해 입증돼 있다.
재산 형성의 요인들을 정확하게 분류하고 금액까지 추산하는 것은 법원의 영역을 넘어선다. 다만 이번 재판은 권력과 연결된 부의 축적과 증식 과정에서 결코 100% 자신의 몫이라고는 볼 수 없는 돈을 놓고 다투는 재벌가 재산 싸움의 이면과 함께, 권력의 부정과 비리에 의해 형성된 재산이 대물림되며 한 일가의 재산으로 사유화되고 있는 현실의 한 측면을 보여준다. 재산 형성 과정에서의 비리와 유착에 의한 증식분을 가리고 이를 사회에 환원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최소한 이번 재판을 단지 한 부부의 사적인 재산다툼으로만 봐서는 온당하지 않다는 것을 짚을 필요가 있다.
정호용 등 5공 신군부 일파의 치부에 대해 환기시켜줘
특히 이번 최태원-노소영 소송은 노 씨의 부친 노태우 씨가 속한 5공 신군부 일파 인물들의 치부에 대해 환기시켜 준다. 신군부 권력 찬탈의 주범들 중에서 정권의 비호 아래 자산을 크게 늘린 대표적인 인물은 노태우 씨의 육사 11기 동기인 정호용 씨다. 역시 동기인 전두환과 함께 12.12 군사반란의 주범 중 한 명이며 특히 1980년 5월 ‘광주학살’ 당시 특전사령관이었던 이다. 5공 내내 육군참모총장과 내무·국방장관 국회의원도 2번 지냈던 그도 1997년 대법원서 내란목적살인죄로 7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전두환과 마찬가지로 곧바로 사면됐다.
‘전두환 쿠데타’ 세력 중 가장 돈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그는 지난 2019년 뉴스타파 등 언론의 취재결과, 확인된 부동산 재산만 당시 시가로도 1000억 원대로 추정됐다. 과천에 많은 땅을 갖고 있는 그가 과천에 땅을 사들이기 시작한 때는 과천정부청사 개발이 본격화되던 시점이었다. 정호용이 사들인 과천시 소재 땅 중 일부는 20여 년 새 공시지가 기준으로만 40~50배가량 올랐다. 경기 양주에 사들인 땅도 군사보호구역에서 해제된 뒤, 개발 호재가 나오면서 땅값이 폭등했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반란 가담자들은 대부분 수십 수백억대의 부동산 부자들이다. 1997년에 반란과 내란으로 처벌받긴 했지만, 곧바로 사면된 데다가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서는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허화평 전두환 보안사령관 비서실장도 부동산 부자다. 올해 1월 MBC 스트레이트 보도에 따르면 서울 강남에 공시가 130억 원짜리 건물을 갖고 있다. 그가 17년째 대표를 맡고 있는 공익법인 미래한국재단은 자산이 357억 원에 이른다. 이 재단 설립 자금은 전두환 정권이 대기업들에게 거둔 돈이지만, 전두환 정권이 기업의 돈을 갈취해서 만든 일해재단이 국가에 귀속되었던 것과 달리 허 씨의 재산처럼 돼 있다.
국내 대표 소셜커머스 업체인 티켓몬스터의 신현성 대표가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소셜커머스 업체인 그루폰과의 인수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리빙소셜의 자회사인 티몬은 글로벌 1위 소셜커머스 업체인 그루폰과 전략적 인수합병(M&A)에 합의, 2억 6천만 달러에 재매각됐다. 2013.11.12 연합뉴스
수천억 청년 벤처기업가 재산 형성의 흑역사
전두환 일당의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박정희 정권의 주변 인물들의 자산 축적의 어두운 역사와 현실을 만날 수 있다. 지난 2011년 한 젊은이의 성공신화가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티켓 몬스터'라는 업체의 이 20대 창업자는 소셜 커머스 업체를 세웠다가 1,2년 만에 매각키로 하면서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거머쥐었다. 이 회사의 창업자는 신현성 씨로, 그의 할아버지는 박정희 정권 때 중앙정보부장을 지냈던 신직수다. 특히 그는 1975년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을 혹독한 고문과 허위증거로 조작해 8명의 민주인사들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한 사람이다. 인혁당 사건은 수십 년이 지난 2000년대 들어서서야 의문사진상규명위에 의해 조작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법원은 600여억 원의 배상 판결까지 내렸다.
신직수의 사위는 중앙일보 사주인 홍석현 씨다. 또 홍 전 회장의 누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이며 자유당 정권 때 내무부 장관으로서 시위 군중에 발포를 명령했던 홍진기 씨의 딸인 홍라희 씨다. 할아버지의 승승장구에 이어 그의 손자가 막강한 친외척 가문의 후원을 등에 업고 수천억 원대 자산가가 된 것이다.
신현성 씨는 2년 전 국산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권도형 테라 대표와 함께 테라의 공동창업자이자 공범으로 다시 세간에 이름을 알렸다. 검찰은 “처음부터 실현될 수 없는 허구의 사업이었는데도 지속적인 허위 홍보를 하고 거래를 조작했다”며 “마치 프로젝트가 성공리에 추진되는 것처럼 전 세계 투자자들을 속여 천문학적 규모의 피해를 발생시켰다”고 설명했다.
연간 수십억 원 이상의 이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알짜 수익원인 경기 용인의 한국민속촌이나 국립공원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체 주인이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위 일가인 것도 박정희 정권의 한 유산이다.
박정희 정권, 5공과 6공 정권의 특혜와 정경유착에 원천을 두고 있는 한국사회 '부의 지도'의 씁쓸한 풍경이 노소영 씨의 1조원짜리 소송을 통해 새삼 확인되고 있다.
출처 : 최태원-노소영의 '훔친 돈' 나누기 < 사회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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