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생신이 음력 8.16일입니다. 올해는 행사(8월)도 많았고 각자 형편이 안
되다 보니 가족 톡 방이 조용하길래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막내에게 전화했고
제가 앞장서서 고모리 낙지집에 모였어요. 주인장이 담양 봉산면 쌍태리 사람
입니다. 음식도 추억을 먹는 거라고 했지요. 탕탕이 2, 볶음 3, 해물찜을 시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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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담양에서 클 때는 이런 음식이 세상에 있는지도 몰랐어요. 전 귤을 12살
때 처음 먹어봤고 바나나도 그 무렵 먹어봤으니까요. 산해진미에 앙증 케이크도
자르고 담소를 나누다가 애프터 하려고 둘째 누나네로 다들 갔습니다. 배즙,
커피, 국화차, 찹쌀 꽈배기, 샤인머스캣, 머루 포도, 복숭아까지 잘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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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화제를 쥐고 가는 희-변이 이승윤과 최근 악수한 일을 최고 덕 질로
말하자 우리는 내 일처럼 모두 기뻐했습니다. 56세에 어디서 나오는 에너지일까요?
속 시끄러울 텐데 누나가 아주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손 대접하는 모습이 좋네요.
“그 집 음식 너무 맛없었어. 이젠 가지 마(희)” “큰 언니가 왜 조용한지 알아”
뒷담화는 확실하게 까는 게 좋대요. 누군 누굽니까 우리 집 잘난 뇬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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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요? 오늘은 집밥을 2끼나 먹었으니 운수 대통입니다.
우리가 주전부리를 좋아하는 건 선친 닮아서 그렇고 막내가 유난히 아빨 닮아서
그렇다고 해도 막내는 개의치 않은 눈치입니다. 철딱서니 저는 젊은 날 인생의
목표가 선친처럼 되지 않는 것, 아버질 닮지 않는 것이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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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텍스 담요가 부들부들해서 잠들었나 봐요. 어지간하면 호텔에서도 잠을 잘
못 자는데 전화벨 소리에 깨보니 손님 Call 입니다. 가긴 가야 하는데 열무김치가
침을 꼴깍 넘기게 하네요.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이 좋다는데 에라 모르겠네요.
감자순 넣고 조린 고등어, 열무김치에 물을 말아 폭풍 흡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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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신 빵 어머니가 쏘시기로 했는데 둘째 누나가 계산을 했고 '어머니가 누나
집에서 주무신다'는 걸 보니 우리 어머니는 다 여산(계획)이 있었습니다.
14년 만에 용안을 보여준다는 슈퍼 블루문이 존재감 뿜뿜 입니다.
이 정애 여사님, 만수무강하시라.
2023.8.31.thu.육남매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