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을 앞두고
사월 들어 첫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다. 모레 일요일이 청명이고 이튿날이 한식이다. 우리 속담에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가 있다. 이 속담은 기껏해야 하루 차이이기 때문에 별 차이 없다는 뜻이다. 24절기인 청명과 세시 풍속의 하나인 한식은 날이 겹치거나 하루 뒤 따라온다. 또한 청명과 한식은 식목일과도 겹쳐진다. 예전에는 식목일은 국가 지정 공휴일인 적도 있었다.
지금은 식목일이 정부 기념일에 지나지 않아도 날짜를 당겨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삼월도 좋고 더 당겨 이월도 좋다. 이미 우리 지역 산림조합에서는 이월 말부터 나무 시장을 개설해 각종 묘목을 파는 것을 봤다.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은 길어졌다. 한 달 전 입춘이었는데 봄꽃은 거의 저물었고 연초록 잎들이 돋아 신록이 물드는 계절이다. 이즈음 나무를 심기에는 철이 늦다.
우리나라는 산림녹화에 성공한 대표적 모범국가다. 숲은 우거져도 경제림이 적어 목재가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함은 아쉽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아궁이에다 화목 땔감을 불을 지피던 구들장 온돌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어 아파트나 연립주택 건설 붐이 일어 보일러 난방으로 바뀌었다. 주택구조가 달라짐은 우리나라 산림이 우거지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우리나라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으면서도 기름을 물 쓰듯 쓰는 실정이다. 요새는 기름뿐만 아니라 많은 양의 액화천연가스까지 수입해 난방과 취사에 쓰고 있다. 물론 전기에너지도 일정 부분 감당하지만, 그 역시 석유와 석탄의 의존도가 높다. 원자력이 좋기는 하다만 현 집권층에서는 미운털이 박혀 눈 밖에 났다. 태양열이나 풍력에 의한 에너지 공급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화석 연료의 과잉 사용은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로 이어진다.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이다. 이산화탄소는 지구 대기권을 덮어버린 비닐 온상이나 마찬가지다. 과수 가운데 단감은 따뜻한 남부에 심었고 사과는 중북부 산간 추운데 가꾸었다. 이제 과수 재배지 위도를 끌어올려야 되지 싶다. 감귤이나 커피나무 식재까지 남부 내륙으로 옮겨와 가꿀 날이 멀지 않을 듯하다.
사월 초순인데 주중 머무는 거제 연초 주변 야산은 연두색으로 물들어 간다. 교정에서 맞은편 건너다보이는 와야봉과 약수봉이다. 소나무가 간간이 섞인 혼효림인데 겨울을 나던 활엽수들은 나목이었다. 봄이 되자 몇 군데 산벚나무나 돌배나무가 잎보다 먼저 꽃을 피워 눈길을 끌게 했다. 며칠 사이 시야에 들어온 숲은 어느새 잎이 돋아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연녹색으로 번져간다.
주말을 앞두어 퇴근 시간이면 이웃 학교 지기와 창원으로 돌아간다. 지기는 내 근무지로 차를 몰아와 거가대교를 건너 진해 용원에서 몇 개 터널을 지나면 창원이다. 지난주 일요일 거제로 올 때 창원대로는 벚꽃은 지면서 꽃눈이 되어 분분히 날렸다. 예년보다 벚꽃 낙화가 열흘이나 보름 정도 빠른 듯했다. 이번 주말 창원 벚나무 가로수는 꽃이 진 가지에 연초록 잎이 돋아나지 싶다.
청명이 이후 절기가 곡우다. 지금 느껴지는 계절감은 벌써 보름 뒤 곡우에 이른 듯하다. 창원 도심 가로수는 구역마다 수종을 달리해 식재되어 나이테를 둘러 간다. 창이대로와 원이대로에는 느티나무가 아름드리로 자랐다. 벚꽃이 진 뒤 느티나무에서 싱그러운 잎이 돋으면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지난 두 차례 주말 비가 왔는데 번 주말도 비가 예보되어도 어디론가 길을 나서보련다.
지구 온난화로 남극과 북극 빙하가 녹아내림만이 아니다. 언젠가 알프스나 히말라야 만년설이 녹아 계곡에 홍수가 난다는 뉴스도 접했다. 연평균 기온 상승으로 해수면이 높아져 지표는 물에 잠기는 부분이 점차 늘어감은 당연하다. 인류는 앞으로 전쟁이나 질병보다 더 무서운 것이 지구 온난화임을 알고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선제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21.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