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정도 꾸준히 만나는 친한 대학 친구와 술자리 중 울릉도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술자리 대화의 흐름 - 결혼생활, 육아, 예전처럼 여행 가기 힘들다, 한일관계, 일본 아 진짜... 독도는 우리땅,
우리 독도 한번 가야지?
마침 또 다른 친구 한명이 사정상 울릉도에 근무중이었기 때문에
'이때가 아니면 언제가냐?' , '술자리 말만으로 끝내지 말고 말 나왔을 때 얼른 가자'
그냥 그렇게 이야기만 하고 끝나는 줄 알았는데,
울릉도 여행을 제안했던 친구가 적극적으로 모든 걸 진행했고, 통화 몇 번 하고 나니 어느새 포항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국외여행은 일본이나 대만 정도가 전부지만,
대학 새내기때부터 십 수년동안 국내여행은 부지런히 다녔고 웬만한 유명장소, 웬만하지 않은 유명 장소
이곳저곳 다녔는데... 울릉도는 처음이었습니다. 여행 전 사전 준비없이 동행 믿고 계획 세우지 않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구요. 하지만 같이 가는 친구가 저보다 이곳저곳 여행에 더 빠삭한 친구고... 울릉도 현지에
친구도 있기 때문에... 그냥 즐겁게 즐기다 오는 걸로 생각하고 출발했습니다.
울릉도에 가려면 배를 타야 합니다. 출발하는 곳은 강릉과 울진 포항이 있구요.(더 있을 수도 있습니다.)
가장 거리가 가까워 배타는 시간이 적은건 경북 울진입니다. 하지만 저는 포항에서 출발을 선택~
이유는 포항에 ktx가 정차하기 때문입니다. 포항은 이런저런 일로 몇 번 와봤지만 모두 버스나 자차로 이동했기
때문에 역은 처음이었습니다.
서울 경기 기준으로
서울역이나 광명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경기 남부에서 출발하실 생각이시면 전철로 아산역까지 가신 후
출발하시면 됩니다. 두시간 정도면 도착합니다. 역사는 쾌적하고 푸드코트 및 커피전문점이 입점해 있어
요기거리 하기도 좋아요!
다음날, 드디어 울릉도 출발입니다. 포항에서 울릉도 가는 배편은 오전에만 있습니다. 저는 9시 50분 배에
승선. 여름철 성수기라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한산했습니다.
저 배 입니다. 예전 제주에 갔을 때 이용한 배보다는 작았지만, 수백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꽤 큰 여객선 입니
다. 시속 70키로로 항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쾌속선이라는데 배가 이렇게 빠를 수 있는지 처음 알았어요.
다만...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갑판이 없습니다. 배 타시는 분 중에 항해 내내 갑판에서 바깥 경치 즐기시는
분 있으실텐데요(접니다 ㅋㅋㅋ) 아예 갑판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또 파도도 높아 꽤
출렁거려요. 동해파도라 그런지 차창 밖 배 위로 파도가 부숴지는게 보입니다. 3시간 30분 정도 항해하는데
이런 조건들 때문에 배멀미 심하신 분들은... 전날 컨디션 맑게 하시고(술마시면 힘들어요, 제가 그랬습니다ㅠ)
출발 전 배 멀미약 반드시 복용하셔야 할 듯 합니다. 먹는 멀미약을 복용했는데, 먹고 나니 바로 졸리더군요.
가는 내내 핸드폰 접속이 되는 편이라 넷플릭스 영화 보다, 자다 반복하니 어느새 도착입니다.
울릉도 도착하면 제일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이 태극기입니다.(이건 독도도 마찬가지! 울릉도는 항구에 걸려있는
태극기가 많고, 독도는 사람들이 들고 있는 태극기가 대부분입니다.)
광화문 앞에서 보던 태극기에 놀랐던 경험때문에 살짝 움찔했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태극기는 반갑습니다.
울릉도는 우리나라 유일의 1만 명이 채 안되는 지자체 입니다. 울릉'군'이죠. 1만 여명의 주민들 대다수가
항구에 모여 살고 있는데 가장 큰 항이 도동과 저동입니다. 생활편의시설과 숙박시설이 이곳에 모여 있기
때문에 낮동안 관광을 제외하면 내내 이곳에서 지냈습니다.
언덕이 참 많습니다. 평지를 찾아 볼 수 없는 환경입니다. 도로도 경사가 있고 주거지도 경사가
심합니다. 주택들이 대체로 규모가 작은 편이고, 붙어 있으며 마당있는 집이 좀처럼 없습니다.
울릉도 자체가 꽤 큰 섬이기는 하지만 평지가 거의 없는(이따가 이야기할 나리분지는 제외) 지역이기
때문에 큰 도로가 없습니다. 대부분이 중앙선 없는 2차로이며 교차로 신호등은 한번도 못봤습니다.
45인승 버스는 섬안에서 움직일 수 없다보니 단체 관광객들도 소형 버스를 타고 이동합니다.
시내버스도 마찬가지이구요.
최근에야 일주도로가 개통되어 자동차가 움직이기 편해졌다고 합니다.
전기차가 제법 많고, 섬이지만 주거지에 주차하기 힘든 상황이라 경차가 많습니다. 경차 아니면
suv들이 많이 돌아다닙니다.(택시는 대부분 suv입니다.)
자차를 배로 가져오건, 현지에서 렌트를 하든 더운 여름에 여행을 위해 차가 꼭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울릉도에서 먹었던 음식, 막걸리입니다. 바닷가니까 당연회 회!!!를 생각했었는데, 일행 중 여름날
회를 꺼려하는 친구가 있어서...ㅠ 도대체 왜? 왜? 해산물은 거의 먹지 못했습니다.
처음 사진은 따개비밥인데, 전복 비슷한? 따개비를 삶아 비벼먹는 밥이었습니다. 칼국수도 먹었는데 사진이
없네요. 밑의 사진은 울릉도에서 유명한 호박막걸리입니다. 전 육지에 있는 막걸리와 큰 차이는 못 느꼈어요.
울릉도에 유명한 특산물이 여럿 있는데(오징어, 호박엿 등등) 그 중에서도 명이나물이 유명하다고 합니다.
고깃집에 가면 고기를 싸먹을 수 있는 반찬으로 자주 나오는 명이 나물이 울릉도 특산물인지 몰랐습니다.
울릉도에서만 재배되다 현대에 와서 육지에서도 재배된다고 합니다. 겨울철의 폭설이 끝난 후 기근기에
명을 이어줄 수 있게 해준 고마운 나물이라 명이나물이라 불렸다고도 하고, 먹으면 귀를 밝게 해준다고 해서
명이나물이라 불리기도 한다네요.
울릉도는 섬지역 특성상 물가가 꽤 비쌉니다. 육지의 음식점보다 30~40% 정도 비싼 정도.
저동이나 도동에 편의점이 있는데 편의점 물가는 육지와 같습니다.
둘째날 독도를 갔습니다. 독도에 별다른 접안 시설이 없어 날씨나 파도 높이에 따라 독도에 배를 접안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확률은 반반 정도라고 하네요. 다행히 제가 간 날은 날이 좋았습니다.
사전에 따로 견학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1년에 몇 명씩 동도의 전망대까지 올라 갈 수 있다고 하는데,
일반 관광객들은 동도에 접안 후 전망대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20분간 방파제(?)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동도에 접안하면 독도 해양경비대 분들이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관광객들과 함께 사진도 찍어주시고요.
수백명의 사람들이 독도를 외치며 사진찍고, 탄성을 지르는 모습을 보며... 독도는 절대 다른 나라에
빼앗길리 없다고 확신했습니다. 여기 독도가 우리나라 영토의 동쪽 끝입니다.
울릉도에서만 출발 할 수 있고,
쾌속선을 타고 가면 1시간 30분 정도 걸려 도착합니다.
3박 4일동안의 일정으로 울릉도에 머물렀습니다.
여행지에 가면 그 지역의 음식, 자연 경관, 유적지 등을 주로 찾아보게 되는데요,
울릉도는 그중에서도 자연경관이 정말 빼어납니다. 울릉도 음식에는 별다른 흥미가 생가지 않았지만
자연경관은 여행 내내 '와~~' 이런 감탄사를 내뱉으며 구경했습니다.
제일 인상적인 장소는
관음도, 태하 주변 이었는데요,
남해의 통영이나 제주 바다도 멋지지만, 또 다른 절경을 보여줍니다. 동해 한복판에 있는 섬이라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는 풍경입니다. 제주의 해변이 제일이라 생가했는데 울릉도 해안 역시 빼어납니다.
사진을 잘 담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폰카가 아닌 DSLR이라면 더 좋았을 걸 하고 사진을 올립니다.
바다가 깊고, 물이 맑습니다. 실제 눈으로 마주하면 감탄사가 연이어 쏟아집니다.
사실 울릉도 전 지역 대부분의 바다가 이런 느낌이지만, 관음도와 태하 주변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울릉도 대부분이 언덕 높은 경사지역이지만 내륙 한가운데 분지가 있습니다. 나리분지라 하는데,
이곳에 들어서면 한적한 산골마을에 온 것 같습니다. 울릉도 안에서의 경치라 이런 풍경이 새롭습니다.
여행하는 동안 날씨가 계속 좋아 즐겁게 다녀왔습니다. 울릉도 날씨가 계속 좋은 편이 아니라 하는데
함께 한 친구들 덕분인지 좋은 날씨에 빼어난 풍경 가득 볼 수 있었습니다.
울릉도 남쪽의 사동 항에 큰 방파제를 공사중이고, 현재 공항을 건설중이라 합니다. 공항이 건설되면
현지 주민들의 편리함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울릉도에 여행하고자 하는 관광객들이 좀 더 쉽게
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섬 지역 특성상 제주와 같이 큰 규모로 짓지는 못 할듯 합니다. 그만큼 울릉도에
평지가 없어요ㅠㅠ 같은 섬이라 해도 강화나 거제, 제주, 진도와는 완전 다른 느낌의 섬입니다.
바람과 언덕이 가득한,나리분지 말고는 평지가 거의 전무한...
공항이 건설되면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갈 수 있겠죠.
자연 경관이 참 멋진 곳입니다. 지금도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공항이 건설된 후 더 많은 사람들이
닿기 전에 한번씩 가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울릉도 여행하며, 자연경관도 자연경관이지만 한산한 풍경이 정말 좋았거든요. 생각보다 여행객들이
적어 놀랐어요. 여행객들도 제 또래 젊은 사람들보다는 가족단위, 중장년층의 어르신분들이 더
많이 보였습니다. 오가는 시간이 너무 많아 그럴 수 있고... 자유여행 하시는 분들보다
패키지 형태의 투어 관광객들이 많은 것도 이런 접근성 문제가 큰 이유일 것 같습니다.
정말 멋진 바다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장소가 울릉도입니다. 한동안은 바다 생각 안날 정도로요.
바다 실컷 보고 싶은 분들께 강추드립니다!
첫댓글 사진이 엑박입니다!!!!! 사진 보고 싶어요
저는 잘 보이는데, 아직도 엑박으로 나오나요??
저도 사진이 보고싶네요.
수정했습니다~
낚시하는 분들은 많나요? 울릉도 가서 낚시해 보고픈데;;
낚시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장비 대여해주는 업체도 쉽게 찾을 수 있구요.
넘 잘 읽었습니다. 혹시 교통비 얼마나 들었는지 알수 있을까요?
포항에서 울릉가는 선박 승선 요금이 6만 원대 중반이었습니다. 편도요금이구요, 울릉도에서 독도가는 운임은 왕복으로 5만원 조금 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가 예매하지 않아서 정확한 요금이 기억나지 않네요.
호박 막걸리 마셔보고 싶네요^^
저희 식구들이 다 멀미에 약해서 배타는게 좀 두렵네요 비행기 들어가면 가봐야 될것 같습니다 ㅠ.ㅠ
저 지금 울릉돕니다ㅎ 몇 해 전부터 독도 다큐멘터리 제작하다가 올해부터는 4년짜리 울릉도 다큐 제작하네요. 신비섬. 딱 그표현이 어울리는 곳입니다. 앞으로 4년은 울릉도 독도 계속 다닐듯 합니다.
울릉도 독도에도 농구코트가 있나요??
@King james 독도는 없고 울릉도는 있을거 같아요ㅎ
근무환경이 최고네요!! 울릉도 여행하며 느낀게, 살기에는 좀 불편할 수 있지만 왕래하며 풍경 보기에는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4년 후 멋진 다큐멘터리 기대하겠습니다~ 완성되면 글 올려주세요!
@좋은날에 넵^^
@King james 학교 운동장에 있는 흙 바닥 코트는 봤습니다. 우레탄이나 실내코트는 없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 여행 보내드리려고 했는데 너무 비싸서 숙사나 이런게,, ㅠㅠ 저도 가보고 싶네요 ㅋㅋ
좋은 이야기, 사진들 잘 봤습니다. 감사해요~
호박막걸리 땡기네요 글 잘 봤습니다 내년 쯤 한 번 가봐야겠다 생각했었거든요
여담으로 어제 독도는 우리땅 들었는데 가사도 점점 바뀌더라구요ㅋㅋ
애들 크면 꼭 같이 가보려구요. 사진 잘 봤습니다.
가보고는 싶으데 배멀미가 무서워서 못가겠더군요, 그리고 잘못하면 날씨 잘못 만나 섬에서 못나와 출근 못할까도 걱정되고.
신혼여행을 울릉도독도로 다녀왔네요
바다색이 참 이뻤던 기억이 납니다
저 배 진짜 멀미 심합니다 ㅠㅠ 죽을뻔. 그리고 생각보다 울릉도가 굉장히 커서 놀랐어요. 해안도로 진짜 죽입니다.
와...항상 궁금했는데...더 가보고 싶네요 ;-)
20년 전쯤이네요 벌써. 대학교 때려치고 그돈으로 여행 다닐때. 어쩌다 포항갔다가 울릉도 가는 배 탔던 날. 진짜 한국의 어느곳 보다 좋았었습니다. 특히 천부항에서 바라보는 저멀리 바다 뒤로 사라지는 석양은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다시 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