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 스님의 마음 읽기]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출처 중앙일보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7359
화엄경 강의를 마치자마자 미리 싸둔 걸망을 들고 길을 나섰다. 서울에서 대구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함이다. 차창 밖으로 고층빌딩이 홱홱 지나가고, 한강을 건너 빠르게 서울을 벗어났다. 어디쯤엔가 멀리서 모내기를 마친 논이 보였다. 물을 가득 품은 논에 잔디처럼 생긴 어린 벼들이 햇살을 받아 푸릇한 빛깔로 웅성거렸다. ‘아, 나도 저리 어린 시절이 있었을 테지.’ 생각이 덮치는 순간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고, 동시에 논에 물 대러 나간다던 아버지의 음성이 환청처럼 들려왔다.
힘겨운 상황 묵묵히 버텨내고
역경 극복해 가는 것이 인생
어려워도 자신 믿고 도전해야
어려서 아버지를 따라가 논에 물 들어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다. 어른들은 논이 마를까 봐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주 걱정했다. 가진 게 너무 없어서 논에 물 대는 것도 큰일인 시절이었다. ‘거친 밥 먹고 물 마시며 팔 구부려 베게 삼아도 즐거움이 또한 그 속에 있지 아니한가(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 이런 폼나는 공자님 말씀과는 전혀 거리가 먼 그저 궁핍한 유년의 삶이었다.
장마철이 지나고도 이삭이 나오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하루 이틀 기다려서 되는 일도 아닌데, 나는 노을이 붉게 물들 때까지 논둑에 앉아 이삭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심부름으로 새참 막걸리 받아서 가져오는 길 중간에 너무 더워 주전자 뚜껑에 따라 마시며 벼 바라기를 한 적도 있었고, 남의 논두렁에서 잠이 들어 업혀 온 적도 있었다. 대체 왜 빨리 크지 않냐고 투정하듯 어른들께 여쭈고 나면, 쓴웃음을 보이거나 한숨을 내쉬며 철부지라는 꾸지람만 돌아왔다. 그때 고개 숙인 내게 곁에 있던 어머니가 일러주셨다. 모든 것에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라고! 그 말씀을 내 나이 오십이 넘어서야 다시금 새겨듣고 답한다. “그렇죠. 모든 것에는 숙성할 시간이 필요한 거죠.”
청풍명월(淸風明月)에는 값이 없다 했던가! 기차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어릴 적 맑은 추억과 오버랩되면서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은 대구에 도착했다. 올 초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은사스님이 계신 절에 내려가 법회를 본다. 대구 화성사(化城寺)는 지금 내가 머무는 서울 청룡암보다 훨씬 크고 넓은 도량이다. 그런데 실은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에도 일정을 조정하여 일손 보태러 내려가는 길이었다. 따지고 보면, 이곳은 출가자로서 나의 뿌리요, 집이다. 그러니 내겐 푸근한 고향집이나 다름없다.
어려서부터 어른들로부터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이 말인즉슨 ‘똑똑하고 잘난 아이는 절을 떠날 거야’라는 의미다. 부러진 나무였을지언정 살면서 나는 굽은 나무였던 적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 들었을 땐 못에 찔린 것처럼 마음이 쓰라렸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무던해졌다. 나중엔 넉살 좋게 “맞아요. 맞아” 하면서 ‘이 절은 나와는 무관한 곳’인 것처럼 책임감도 함께 내려놓았다.
그리하여 나는 일찌감치 독립했고, 대중 포교에 힘쓰며 안정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 해도 은사스님 눈에 비친 나는 여전히 고집 센 어린 상좌에 불과했나 보다. 처음엔 미덥지 않은 눈으로 걱정하며 지켜보는 게 역력했다. 하지만 어느덧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면서 장성한 자식의 살림살이를 바라보듯 든든해 하는 게 느껴진다.
모든 것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이 안정될 시간, 믿고 맡길 시간, 사랑할 시간, 용서할 시간, 곤경을 헤쳐 나갈 시간, 그리고 기다림의 시간. 그 숱한 시간 동안 나는 주변의 삶보다도 나 자신의 발걸음에만 관심을 두었다. 스스로 힘겨운 나날을 묵묵히 버텨야만 하는 시간이 내겐 필요했고, 그것은 결국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의 힘을 길러주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핀란드에는 ‘시수(Sisu)’라는 정서, 즉 생활 철학이 있다고 한다. 역경을 만났을 때 불굴의 의지로 내면에 힘을 모으는 것을 말한다. 어려운 일이라고 해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파고들어 극복하는 힘이다. 잦은 전쟁과 혹독한 기후, 굶주림 등의 척박한 역사를 견뎌오면서 단단하게 형성된 정신력이라고 한다.
고통 없는 인생이란 없으니, 핀란드인들이 말하는 ‘시수’를 우리 인생에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 그러면 우리도 각자에게 닥친 힘든 상황을 잘 통제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시수’는 회복탄력성과 역경 극복을 강조한다. 어렵고 힘든 일일수록 자신을 믿고 도전한다면 자존감도 높아질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아 있든지 간에, 우리는 그 시간을 직접 보내야 한다. 시간이란 게 모아둘 수도 없고, 누군가에게 빌려줄 수도 빌려올 수도 없다. 매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아가며 손에 쥔 시간을 허투루 내보내지 않아야겠다.
결국,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모든 것에는 그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인내라는 봇짐에 숙성된 모둠의 시간을.
원영 스님 청룡암 주지
빛명상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당신은 사춘기(思春期) 시절에 이런 고민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사춘기 시절이 끝나는 것과 함께 이런 고민도 멈추게 된다. 하지만 몇몇 사람은 이런 질문을 계속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당신은 어느 경우인가? 당신은 줄곧 이런 질문을 품고 살지 않더라도 아주 잊어버리진 않았을 것이다. 주로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실패를 맛보았을 때, 견디기 어려운 고통과 슬픔이 찾아왔을 때, 죽음과 직면했을 때, 바로 이럴 때 당신은 위의 질문을 다시 들쳐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어 원래대로 돌아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위의 질문을 망각해 버린다.
"도대체가 먹고 살기가 바빠서 그런 생각을 할 시간이 없어요. "
"지금 물질적으로 만족스럽게 살아가는데 그런 생각이 필요 있습니까?"
실제로 그렇다. 누구나 위에 제시한 질문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삶에서 일관되게 가지고 가는 경우는 드물다.
당신은 당신이 없는 이 세상을 상상해보았는가? 이미, 당신이 존재하기 전에 당신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었다. 어쨌든, 지금 당신은 생생하게 살아서 숨을 내쉬고 있지만 결국 언젠가 당신을 사라진다.
당신은 본래 없었으며, 앞으로 또 없게 된다는 자명한 사실은 당신을 극단적인 슬픔으로 몰아가게 하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바로 지금 당신의 살아 있음에 대한 무한한 기쁨을 안겨준다. 이렇게 해서 현재의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게 한다.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생은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이다.
영화 「나 없는 내 생애 」의 주인공 스물 세 살의 가정주부 앤. 그녀는 17살에 너바나의 마지막 콘서트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해 현재 6살, 4살 된 두 딸의 엄마다. 앤의 남편이 일 년의 반은 실직자로 지내기 때문에 형편이 어려운 앤의 가족은 트레일러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작은 행복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복통을 느낀 앤은 셋째를 기대하고 병원에 다녀오고 나서 혼자 탁자에 앉아 글을 적어나간다.
1. 딸들에게 사랑한다고 매일 여러 번씩 말해주기
2. 남편에게 좋은 신붓감 구해주기
3. 딸들이 18살이 될 때까지 매년 치의 생일 축하 메시지 녹음하기
4. 가족과 함께 웨일베일 해변으로 놀러가기
5. 담배와 술을 원하는 만큼 맘껏 즐겨보기
6. 내 생각을 말하기
7. 다른 남자와 사랑을 한 후 기분이 어떤가 알아보기
8. 나에게 사랑에 빠질 누군가 만들기
9. 감옥에 계신 아빠 면회 가기
10. 인조 손톱 끼워보기(내 머리 스타일 바꿔보기)
이제 앤은 두 달밖에 살지 못할 시한부 인생이다. 그녀는 자궁암 말기였다. 치료를 거부한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순순히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녀는 후회 없는 `나 없는 내 인생 ’을 대비해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10가지를 적어나간다.
소박한 삶을 행복해하며 살아가는 젊은 나이의 앤에게는 살아갈 날이 너무나 많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돌연한 죽음 앞에서 앞날이 창창한 삶을 놓아버릴 수밖에 없다. 슬픔과 충격 속에서 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비로소 그녀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영화 속에서 `나’와 `생’, 그 비밀은 밝혀지지 않는다. 그녀는 다만 죽음의 현실 앞에서 환하게 반짝이는 생을 바라볼 수 있었다. 두 달밖에 주어지지 않아 더 찬란한 생 앞에서 그녀는 꼭 하고 싶은 10가지를 적는다.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은 위의 리스트를 보면 알겠지만 거창하고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그녀는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녀는 그것으로 주어진 마지막 생을 채워나간다.
당신은 `나 없는 내 생애’가 자신만큼은 예외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가? 유감스럽지만 어느 누구도 여기에서 빠져나갈 수는 없다. 당신 또한 언젠가 영화 속의 앤처럼 홀로 탁자에 앉아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써나갈지 모른다. 운이 좋을 경우가 그렇다. 운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그 기회마저도 갖지 못한다.
오해하지 말라. 당신이 죽을 병에 걸릴지도 모른다고 공포감을 조성하는 게 아니다. 본래, 우리 인간은 태어나면서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하는 질문이 누구에게나 절박할 수밖에 없다.
현실은 어떤가? 당신은 살아오는 동안 이 중차대한 질문을 가슴속 깊이 간직했는가?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당신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무엇보다 그런 질문을 가질 `여유’를 주지 않는 이 사회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이 사회에서는 그런 질문을 갖고 있는 사람이 거추장스럽고 또 크게 유용하지도 않다. 왜냐하면, 그 질문에 대한 앎 혹은 깨달음 대신에 실용적인 지식과 각종 자격증(고시 포함)과 졸업증명서를 갖추는 것이 사회에서 인정받는 삶의 길이 되었기에 말이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전혀 사색하지 않고 살아가는 삶이란 등대를 잃어버린 돛단배나 다름없다. 망망대해에서 밀려오고 밀려가는 거대한 해류를 따라 속절없이 흘러가는 돛단배나 영혼의 나침반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고독이라는 병’이 당신을 덮친다. 고독(孤獨)의 뜻은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인파로 가득한 도시에서 살면서 또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지구촌의 다양한 사람들과 인맥을 만들며 성공을 좇아서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당신의 가슴은 채워지지 않는다.
텅 빈 가슴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방법은 단 하나,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진지하게 사색하면서 생을 질기게 살아내는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삶에서 부차적인 것들이 가지치기가 된다. 남들처럼 우르르 따라서 하던 일을 중지하게 되고, 나만의 의미 있는 일을 추구하게 된다.
살아갈 날이 많은 당신, 이제 여유를 갖고 홀로 탁자에 앉아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의 해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출처 : 해독제 2012년 7월 7일 초판 1쇄 P. 29~33
첫댓글 빛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
최선을 다하여 보람있게 잘 살아야 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
귀한문장 차분하게 살펴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운영진님 빛과함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빛과 함께 있어 두렵지 않은 삶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빛과함께여서
감사합니다
지금 이순간이 가장 소중하고 행복합니다
우주마음과 학회장님께 감사와 공경의 마음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귀한 글 감사드립니다.
이 글을 읽고 있으니 갑자기 삶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본래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나... 지금 빛을 알고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무한의 우주근원 우주생명원천의 기쁨 행복 천혜의 우주빛마음 학회장님 빛안의 특은의 무궁한 공경과 감사마음드립니다...
갈곳을 알고 빛과 함께라 두렵지 않고 감사한 삶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오늘도 빛VIIT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소중한 글 감사합니다
모든 일엔 시간이 필요하다... 감사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빛VIIT안에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 알고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지금 이 지구에서 살아 있음에 감사합니다.
어렵고 힘든 일일수록 나 자신을 믿고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주어진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많은 생각이 교차합니다.
빛안에서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소중한 글 감사합니다
삶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라.
원영스님의 모든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귀한글 감사드립니다.*
귀한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귀한글 마음에 잘 담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_^
감사합니다.
하루 하루 빛안에서 빛과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올립니다.
감사합니다
나는어디에서 와서 어디로가는가?...귀한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숙연해지는 깨우침의 귀한 빛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빛 의 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그러기에니 인간의 작품은 시간이라는 불을 집혀 만들어지는가 합니다.
마음을 채워가는 빛이 있음이 함께 할수있음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살아가면서 빛과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합니다.
빛의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무한의 빛명상 빛과 함께 특은의 무궁한 공경과 감사마음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