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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기도’자꾸 빼먹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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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이라도 계속해 바치세요
〈문〉 30대 중반의 기혼여성입니다. 임신을 할 때마다 유산이 되곤해서 아직 아이가 없습니다. 기도를 통해서 위안을 얻고자 하는 마음으로 ‘9일 기도’와 ‘54일 기도’를 바치겠다고 하느님께 약속하고 시작했습니다만 중간에 빠질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기도를 바치려고 성당에까지 갑니다만 잡념이 생기는 바람에 도중에 그만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지요. 그런데 기도를 하기로 해놓고 그만두면 아무런 효과도 없고 또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주변으로부터 들은 후부터는 자꾸 불안해집니다.
〈답〉 9일 기도의 전통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다만 그 의미는 우리가 어떤 특별한 지향을 가지고 오랜시간 동안 정성을 다해 하느님께 기도를 드릴 때 하느님께서는 그 기도를 더 잘 들어주실 것이라는 우리의 단순한 소망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는 예수님의 3일만의 부활, 삼위일체 등의 의미에서 3이라는 숫자를 좋아했고 따라서 자주 3일간의 기도를 바치곤 했었고, 이러한 기도가 발전되어 3일씩 3번 기도하는 9일 기도, 9일씩 3번 혹은 6번 기도하는 27일 기도, 54일 기도가 생겨난 것이지요.
어떤 사람들은 성모님의 사적메시지와 연결시켜 이러한 기도를 강조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느님께 기도할 때 얼마나 큰 정성을 가지고 인내롭게 기도하는가의 자세일 것입니다. 이러한 기도를 통해서 9일 혹은 54일 동안 하느님 생각에서 떠나지 않고 일상생활 자체가 기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생활을 하게되면 그 기도의 은혜가 얼마나 크겠습니까? 이런 면에서 어떤 목표를 정해놓고 큰 정성과 함께 꾸준히 기도하는 것은 기도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기도를 위해 목표한 9일 혹은 54일 기도가 연속되지 못하고 중단되었다고 해서 기도의 효과가 없다거나 오히려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듣기만 해도 섬뜩합니다. 하느님은 좋은 지향을 가지고 어떤 특정한 기간동안 계속해서 기도를 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해서 벌하시는 분은 아니십니다. 약속한 기도에 충실하려는 자세는 꼭 필요하지만 혹시 부주의로 기도를 하루 빠졌다면 포기하는 것보다는 그 다음날이라도 계속해서 기도하는 자세가 더 바람직합니다. 연속된 날짜를 지키지 못했어도 기도의 은혜는 분명히 있으니까요.
자매님께서 기도하는 9일 혹은 54일 기도의 지향과 관련해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내가 기도하면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반드시 아기를 주실 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 하느님을 실험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기도와 함께 자매님께서 하셔야 할 일은 아기의 유산과 관련하여 전문적인 진단과 함께 치료를 받는 일입니다. 아기의 유산을 야기시키는 문제들을 파악하시는 일이 무엇보다도 더 중요하지요. 그리고 그 문제들을 의료적인 치료로 해결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처럼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 자신의 구체적인 노력도 없이 하늘에 매달리는 것은 바른 신앙의 자세가 아닐 것입니다. 아마 자매님께서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은 생명의 주인이신 창조주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겨드리고 비록 작은 생명 하나라도 하느님께서 허락하실 때에만 가능하다는 기본적인 신앙의 자세에서 비롯된 기도라고 생각합니다.
이 동 익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평화신문 | |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