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efore,
"하이디 오늘은 저 담장에 페인트 칠해 줄래?"
지난 여름 태풍으로 부숴진 담장을 철거하고 새로 담장을 만들었다.
슈렉은 다른 일을 하느라 내게 담장에 페인트 칠을 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저 긴 담장을 보니 한숨부터 나왔다.
벌써 두 달 동안 집 고치는 일로 지치기도 했지만 팔이 아파 밤에 잠들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슈렉이 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싫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팔을 걷어 부치고 아니 옷을 더 껴입고 페인트 칠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슈렉은 검은 색으로 칠하자고 하였지만 나는 검은색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반대를 하였다.
오일 스테인으로 칠하자는 의견을 반대하고 워터 스테인으로 결정을 하였다.
오일 스테인은 냄새가 심해서 칠 할 엄두가 나지 않아 결국 내 고집대로 정하였다.

우선은 기둥에 검은 색으로 칠을 하고 담장은 짙은 코코 색으로 칠하기로 하였다.
날씨가 많이 풀렸다고는 하지만 바람은 아직 차가웠다.
장갑을 끼고 옷을 몇 겹 껴입어도 바람은 옷 속으로 파고 들었다.
기둥을 칠하다 무심코 땅을 내려다 보니 어느새 연두색 새싹들이 앞 다퉈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꽃잔디는 짙은 갈색에서 초록빛으로 옷을 염색하였고 수선화가 손가락 마디 만큼 올라와 있었다.
갑자기 페인트 칠하는 일이 즐거워지기 시작하였다.
동백나무에 꽃망울이 부풀고 지난 해 떨어진 포피도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었다.
"햐 고녀석들 이렇게 추웠던 겨울을 잘 견뎌내고 싹을 틔웠구나."
나는 새싹들을 보며 히죽히죽 미소를 보냈다.
"어라 조금 전까지 입이 댓발은 나왔더니 하이디 입이 헤 벌어졌네."
슈렉이 다가와 엉덩이를 두드려 준다.

After,
페인트를 칠하는 동안 동네 분들이 지나 다니시며 한 마디씩 건넨다.
"이 집 식구들은 부지런하기도 하네 벌써 꽃밭을 만들고 있는거야?"
" 아 추운데 해 퍼지거든 해요,"
"하이디도 기술자네."
"이 것좀 끓는 물에 데쳐서 쌈 싸먹어요. "
동네 분들이 말을 건네고 아직 여린 다시마를 따다가 먹으라고 주고 간다.
페인트를 칠하는 동안 동네 주민들 모두가 지나 간 것 같다.
일을 하면서도 "새해 복많이 받으셨어요? " 라고 한 분도 빼먹지 않고 인사를 드렸다.
겨우내 춥다고 들어 앉으셨던 분들이 농기구를 들고 들로 나가고 마실을 다닌다.
할머니들은 손 녹여 주신다고 손을 부벼주시고 나는 그분들을 포옹해드렸다.
실로 오랜만에 동네분들과 교류를 하는 장소가 되어 버린 나의 담장이다.
내가 담장에 붙어서 페인팅을 하는 동안 많은 새들이 놀러왔다.
동네 개들도 몰려와 잠시 개판이 되기도 하였다.
낮 기온이 올라가니 땀이 날 정도로 더워지기도 하였다.

삼 일 동안의 담장 칠하기가 끝났다.
밤이면 붓을 잡았던 손가락이 쑤시고 손목이 아팠다.
그러나 내 집을 단장하고 집 앞을 지나다니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어 좋았다.
캐나다에서 파트타임 잡으로 했던 페인트 칠이 이렇게 유용하게 써 먹게 될 줄이야.
일을 다 끝낸 지금 온 몸이 아프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하는데 아픈 만큼 집이 예뻐졌다.
이제 봄이 오면 피어 줄 꽃들처럼 하이디도 예쁘게 필거라고 생각하며 오늘의 수고를 감사하며 하루를 보냈다.
첫댓글 에고 얼마나 힘드셨을까~? 페인트 그거 은근히 힘들고 손목 아프죠~!
넘 애쓰시고 수고 하셨네요~! 토닥~! 토닥~! 정말 담장이 많이 예뻐졌어요~!
게다가 여기에 꽃까지 피면 더욱 얼마나 예뻐질까~? 상상이 날개를 답니다~! ㅎㅎㅎ
네 힘이 많이 들었어요.
이제부터는 꽃가꾸기로 돌입합니다.
야아....이제 정리가 다 되었군요.
수고하셨습니다.
무설재도 앞으로 단식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에요.
주중에는 여전히 찻집을 하면서 주말에 1박 2일 프로그램을 시작해 보려구요.
저 역시 30대 부터 마음 먹었던 일을 하나씩 하는 재미가 좋아요.
명상쎈타
좋습니다...
저도 숙박업과 찻집 허가를 내려고요.
명상센터를 하시면 참 좋은 곳이 지기님댁이지요.
장흥내려오시면 앞으론 저희집에 머무르세요.^^
ㅎㅎㅎ 거창한 명상센터라기 보다 우선 주말 프로그램으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어차피 해왔던 일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니까 좀더 확대된 상담과 나눔을 해보려구요.
그러다가 반응이 좋으면 좀더 계획을 늘려나가는 것,
좋을 것 같아서요.
하이디님의 새로운 도전에도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면서 우리 모두 파이팅!!!!
장흥엘 가게 되면 꼭 찾아뵐게요.
아~~이젠 봄기운이 도네요.
새봄 새집단장
좋아요!!!
우듬지님 남도 여행하실때는 저희 집으로 오세요.
올해는 뵐수 있겠죠.
그날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