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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외국인 수행자들이 천일결사 기도에 입재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7시부터 외국인 천일결사 입재자들을 위한 백일기도 입재식에 참석했습니다. 어제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전 세계의 정토행자들이 백일기도를 시작했고, 오늘은 외국어를 사용하는 전 세계의 정토행자들이 백일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외국인 정토행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사회자가 반갑게 환영 인사를 했습니다.
“Welcome to the 4th 100-Day Practice Opening Ceremony of the 1st 1000-Day Practice!”
미국, 캐나다, 멕시코, 홍콩, 필리핀, 한국, 인도, 호주, 아일랜드,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스위스, 중국, 영국 등 세계 각국에서 외국인 정토행자들이 4차 백일기도에 입재했습니다. 먼저 지난 100일 동안의 발자취를 영상으로 함께 본 후 몇몇 사람들의 수행 소감을 들어 보았습니다.
먼저 이탈리아에서 천일결사 수행을 하고 있는 프린스(Prince) 님이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I remember the first two weeks were very exciting, so I kept waking up early and committing to the practice because I was very eager to do it. I kept doing it for two weeks and then slowly I would have missed a day or two. But still, then I would have come back because the first time I couldn't miss days. I keep doing it. I also observed the day I missed my practice. On those days I could see that my mind was less calm and my mind was easily distracted. And on the days when I practice, I can see that I feel calmer, more peaceful, and more mindful throughout the day. So I came back to the opening ceremony because I wanted to be strict with the practice, to make sure that I do it every day, no matter how hard it may be, and to make sure that I do not miss a single day.”
(처음 2주 동안은 정말 신이 나서 일찍 일어나서 연습에 열중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2주 동안 연습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새 하루나 이틀 정도는 빠지게 되었죠. 그래도 처음엔 하루라도 빠지면 안 되니까 다시 돌아와서 계속 정진했습니다. 제가 정진을 하지 않은 날을 돌아볼 때, 그런 날에는 마음이 평온하지 못하고 쉽게 산만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진을 한 날은 하루 종일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화로워지며 잘 알아차리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매일 정진을 하고 하루도 빠뜨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입재식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몇몇 분들의 소감을 더 들어본 후 다 함께 스님에게 삼배의 예로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외국인 정토행자들을 위해 천일결사 수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천일결사 수행이란 무엇인가
“여러분은 주위 사람들을 볼 때 ‘저 사람은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른다’ 이런 것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 다른 사람들이 ‘당신은 화를 잘 낸다’ 이렇게 지적하면 ‘내가 언제 화를 냈느냐’ 하면서 받아들이지 않거나, ‘화 안 내는 사람이 누가 있어, 너는 안 내니?’ 이렇게 받아치는 사람을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은 저 사람이 화를 잘 내는지 다 알고 있는데 정작 자신만 그런 줄을 모르고 있거나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렇게 자기가 자신의 상태를 잘 모르면 개선하기가 어렵습니다.
자기가 자기를 잘 안다고 해도 잘 고쳐지지는 않습니다. ‘내가 화가 많구나’, ‘내가 주장이 좀 강하구나’, ‘내가 욕심이 많네’ 이렇게 자기가 자기를 알아도 실제로 바꾸려 하면 잘 안 됩니다. 성격은 오랫동안 형성된 습관이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꾸준히 문제의식을 갖고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겨우 바뀌게 됩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말하면 100일 정도 정진을 해야 ‘내가 욕심이 많네’, ‘내가 짜증이 많은 사람이네’ 이렇게 자기가 자기를 알게 됩니다. 1000일 정도 정진해야 조금 변화가 일어나서 주위 사람들도 ‘너 요즘 짜증이 많이 줄었다’, ‘너 요즘 주장이 좀 약해졌다’ 하고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천일 동안 정진하는 프로그램인 천일결사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자기 변화를 경험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정진을 해나갈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게 됩니다. 백일 정진도 혼자서 하면 며칠 안 돼서 그만두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한국에서는 옛날부터 ‘작심삼일’이라고 해서 어떤 결심을 굳건히 해도 3일을 넘기기 어렵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함께 수행을 해야 합니다. 함께 수행을 하면 그만두고 싶은 욕구를 비교적 쉽게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공동으로 정진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매일 공동 정진을 하면 더 좋겠지만 형편상 그렇게 할 수 없으니까 각자 정진을 하고 백일마다 모여서 확인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중간에 자기도 모르게 잠시 멈췄다가도 이렇게 공동으로 모이는 자리가 마련되면 또다시 마음을 내어 정진을 해나가게 됩니다.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성격’이라는 것은 잘 변하지 않습니다. 성격은 잘 변하지 않기 때문에 옛날에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성격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오거나 정해진 것은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성격은 형성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변화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아주 어릴 때 형성되었거나 오랫 시간에 걸쳐 형성되었기 때문에 변화가 금방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성격은 잘 변하지 않는다’ 하는 말과 ‘성격이 변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는 말은 상호 모순된 말처럼 보입니다. 성격을 바꾸기 위해서는 이 모순을 어떻게 풀어야 될까요? 꾸준히 오랫동안 정진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변화가 일어납니다. 자신의 성격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진을 중간에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내 성격이 어떤 환경에서 형성되었든 중요한 것은 지금 나의 문제로 자각하는 것입니다. 그런 후에 우리는 내 성격 중에 개선하기 어려운 것은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개선할 수 있는 것은 꾸준히 정진을 해서 개선해 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내 성격과 심리 상태에 대해서 알아야 됩니다. 이를 위해, 어떤 일이 있을 때 남을 탓하거나 주변 환경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그때 나 자신의 마음 상태를 알아차려서 체크해야 합니다.
‘아,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 화가 나는구나’
‘아, 나는 이런 것을 보면 욕심을 내는구나’
‘아, 나는 이런 생각을 좀 고집하는구나’
이렇게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야 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알게 된 후에는 모든 것을 다 고칠 필요는 없습니다. 그중에 나에게 많은 손실을 가져오는 부분 한두 개를 정해서 ‘앞으로 3년 동안 이 부분은 개선을 해야 되겠다’ 이렇게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매일 하루에 한 번 점검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야 합니다. 매일 아침마다 문제의식을 갖고 점검을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나면 일상에서 다시 놓쳐 버립니다. 그러면 이튿날 아침에 다시 어제를 돌아보면서 ‘아, 내가 그때 그걸 놓쳤구나’ 하고 놓친 부분을 체크하고 '오늘 다시 해봐야지' 하면서 새롭게 다짐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꾸준히 정진을 하면, 어떤 일로 화를 냈다 하더라도 예전 같으면 '네가 문제야' 하면서 그 사람을 원망하는데 이제는 '내가 그 사람의 말에 끄달렸구나' 하고 자기 체크를 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이 '너 왜 화내니?' 이렇게 말해도, 옛날 같으면 '내가 언제 화를 냈어? 너는 안 내니?' 이렇게 반발했는데 이제는 '그래. 내가 화를 냈지. 미안해' 하고 상대의 지적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면 화내는 습관이 당장 개선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개선이 되기 시작합니다. 물론 큰 변화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수행하는 만큼 조금씩 개선이 됩니다. 이런 수행을 백일마다 약속하고 점검하면서 적어도 천일 동안 같이 해보자는 것이 천일결사입니다.
일상에서 괴로움을 없애 나가는 방법
그럼 구체적으로 매일 아침마다 어떤 수행을 하는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첫째,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는 삼귀의를 합니다. 둘째, 수행문을 읽습니다. 수행문을 읽고 수행의 원칙과 관점을 항상 분명하게 자각하고 있어야 합니다. 수행의 원칙과 관점이란 어떤 괴로움도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항상 밖을 보지 말고 나를 봐야 합니다. 욕심에 눈이 어두울 때 괴로움이 생깁니다. 화가 나서 눈에 뵈는 게 없을 때 괴로움이 생깁니다. 내가 옳다는 주장에 사로잡히면 괴로움이 생깁니다. 밖을 보지 말고 그런 자기를 알아차리게 되면 괴로움은 사라집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그렇게 잘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놓친 부분을 다음날 아침에 다시 참회를 해야 합니다. 내가 나를 알아차리는 걸 놓쳤기 때문에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계율을 어긴 부분을 참회하는 형식이 108배 절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절을 하는 것만이 참회의 방식은 아닙니다. 다른 식으로도 얼마든지 참회를 할 수 있습니다. 절을 하는 방식은 티베트, 중국, 한국 등 북방불교의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여러 가지 수행법을 직접 해봤을 때 짧은 시간에 자기를 알아차리는 데에는 절이 가장 효과가 있었습니다.
절을 하면 여러 가지 유익한 점이 많습니다. 첫째, 하기 싫은 마음을 극복하는 힘이 생깁니다. 왜냐하면 108배를 해보면 하기 싫은 마음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둘째, 정기적으로 절을 함으로써 자신의 다짐과 목표 의식을 분명히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셋째, 절을 하면 몸뿐 아니라 마음도 같이 숙여져서 겸손해집니다. 넷째, 운동이 되어서 육체적인 건강에 매우 도움이 됩니다. 헬스장에 가는 것보다 절을 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러분들 중에는 절하는 것이 힘들어서 수행을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절을 꾸준히 하면 자신의 결심을 계속 이어갈 수 있습니다.
108배를 마치고 나면 명상을 합니다. 명상을 할 때는 수많은 생각이 일어나는 가운데 그 생각들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오직 호흡만 알아차려야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괴로움이 없는 것이지만 현실은 괴롭습니다. 수행은 괴로운 현실에서 괴로움이 없는 길로 한발 한발 나아가는 것이지, 수행한다고 금방 괴롭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매일 부처님의 말씀을 한 페이지씩 읽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어떤 자세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관한 글들을 읽고 기도를 마칩니다.
계정혜를 닦는 수행법
그래서 천일결사 수행법은 전통적인 가르침에 비추어 보면 실라(계), 사마디(정), 반야(혜)를 닦는 방법입니다. 여러분들이 이런 방식으로 꾸준히 100일, 1000일을 기도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번뇌가 적어지며 평정심을 유지하는 변화가 삶에서 일어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어떤 종교를 믿고,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나라 사람인가 하는 것은 이 수행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이 수행법은 종교적 믿음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다 도움이 됩니다.
정토회 천일결사자가 되면 이런 수행을 기초로 해서 사회적인 실천 활동도 해야 합니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소비를 줄여야 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분노하지 않아야 하고, 주위의 어려운 사람에게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서 함께 사용해야 합니다. 이런 자세를 갖기 위해 매일 1달러씩 보시하고, 틈틈이 세상을 위해 나의 재능을 쓰는 봉사를 해야 합니다. 이렇게 나의 수행과 더불어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 자연과도 함께 살아가는 마음을 가질 때 나의 괴로움은 점점 적어지고 자유로움은 점점 커집니다.”
다음은 오늘 처음 천일결사에 입재한 사람들을 위한 신규입재자 결의식을 했습니다.
“First, will you practice at 5 AM every day to become the master of your own life?”
(첫째, 내 인생의 주인이 되고자 매일 새벽 5시에 정진하겠습니까?)
"Yes, I will practice at 5 AM every day. “
기존 천일결사자들은 수행자의 길로 동참하게 된 예비 천일결사자들을 힘찬 박수로 환영해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홍서원을 한 후 단체사진을 찍고 영어 백일기도 입재식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잠시 쉬었다가 곧바로 9시부터 영어 정토불교대학 코스2 과정을 수료한 분들을 위한 졸업식 법문을 했습니다. 스님이 인도와 부탄을 방문하는 동안 졸업식이 열리게 되어서 부득이하게 법문을 사전에 미리 녹화를 해서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부처님의 일생을 배운 목적과 그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앞으로 졸업 후에는 어떻게 수행을 해나가야 하는지 법문을 하고 녹화를 마쳤습니다.
오후에는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연달아 미팅을 계속했습니다. 현재 한국 사회가 점점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데다가 남북 간에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서 많은 사회인사 분들이 스님을 찾아와 조언을 구했습니다.
오전 12시에 첫 번째 손님을 맞이하여 미팅을 시작하고, 오후 3시에 다음 손님과의 약속이 이어졌습니다. 이후, 오후 5시에 세 번째 미팅을 가졌고, 저녁 7시에 마지막 손님을 만나며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인도성지순례 출국을 앞두고 짐을 싼 후 한국에서 처리해 놓아야 할 업무들을 집중해서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