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을 지나면서
늘 어려운 일이었다, 저문 길 소를 몰고 굴을 지난다는 것은, 빨갛게 눈에 불을 켜는 짐승도 막상 어둠 앞에서는 주춤거린다.
작대기 하나를 벽면에 긁으면서 굴을 지나간다. 때로 이 묵직한 어둠의 굴은 얼마나 큰 항아리인가. 입구에 머리 박고 소리지르면 벽 부딪치며 소리 소리를 키우듯이 가끔 그 소리 나의 소리 아니듯이 상처받는 일 또한 그러하였다.
한 발 넓이의 이 굴에서 첨벙첨벙 개울에 빠지던 상한 무르팍 내 어릴 적 소처럼 길은 사랑할 채비 되어 있지 않은 자에게 길을 내는 법 없다, 유혹당하는 마음조차 용서하고 보살펴야 이 굴 온전히 통과할 수 있다. 그래야 이 긴 어둠 어둠 아니다.
- 문태준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중에서
용서하고 보살펴야 이 굴 온전히 통과할 수 있단다. 이 긴 어둠 어둠 아니라고. 결국에는 그렇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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