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원로회 서신 214호☆
- 무서운 하늘 -
■ 곽상도 아들이 50억을 받았다는 기사를 읽고 은주는 그 점괘가 맞아떨어진 것에 소름이 돋았다. 모두 성균관대 동문들이 하늘의 물꼬를 튼 데 이용된 것이다. 유동규는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을 배운 김만배의 '화천대유 천화동인' 주역 풀이를 이재명에게 전한다. 천하를 얻을 수 있다는 '大同'의 합성어가 그럴듯해 이재명은 모든 걸 유동규에 맡긴다.
영화 '아수라'도 이재명이 받은 점괘를 알고 이를 널리 알림으로 禍를 막고자 안동 출신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을 암시하는 安南市를 등장시켜 8000억 원대에 이르는 대장동과 유사한 개발 프로젝트를 브리핑하게 했다.
점괘는 계속된다. '50억이 6명이요, 15억은 한 명이고 5억 원도 또 있소' 총 400억 원이 살포된 보험용 자금 중 성대 출신 곽상도와 목포 문태고를 나온 박지원과 목포가 고향인 당시 민정수석 박영수의 몫으로 일부가 현실화된다. 탄핵과 관계있는 인사들을 하늘은 고른 것이다.
최태원의 여동생이 왜 나오나 했더니 우리금융지주 이사장을 한 박영수가 재벌가와 연결되어 SK증권의 화천대유 특정금전신탁과 금감원 승인이라는 알듯 모를듯한 말들과 함께 종기를 잘라내고 살을 새롭게 한다는 할창신육(割瘡新肉)의 점괘까지 시중을 떠돈다.
■ 은주가 입을 열었다.
"이제 저들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스스로 위기 상황을 조성해 왔기 때문에 그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하고 10월 중에 모종의 결정적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동안 원격조종을 해왔던 사노맹의 리더 백태웅이 캐나다에서 귀국하였고, 국내에서 암약하던 박성준도 표면에 나타나 본격적인 시동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여기까지 말을 마친 은주는 잠깐 좌중을 돌아 보았다. 그의 눈이 양종석 회장에게 멈추었다.
"양종석 동지에 의하면 저들은 부산법무법인 정 변호사와 얼마 전 대전에서 모임을 가졌다고 합니다."
문재인과 호형호제하는 양종석의 한 쪽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평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캐주얼 차림의 다른 참석자에 비해 넥타이를 단정히 매고 머리를 곱게 빗어올린 모습은 차라리 점잖은 교수의 용모였다.
"그놈들이 모여서 무슨 작당이라도 할라치면 꼭 '란대'에서 만납니다. 그날도 마담을 시켜 룸에 그걸 설치하고 술자리가 끝나자마자 바로 가져오게 했습니다." 양 회장의 거칠고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조바심이 났는지 기은주가 검지를 입 앞으로 가져갔다. 양 회장이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더니 오디오에 꽂았다.
"각하께서 두 분을 잘 모시라꼬 했심더. 때가 됐다 카는데 저도 머 같심더. 두 분 생각은 어떴능교"
"고거야 밸다른 소리 있능거 아이고 이쪽 아아들도 준비는 다 됐다 카소. 그나저나 문통이 연기 하나는 기가 막힌다 아이가. 정변은 잘 알제?"
"머 말입니꺼"
"아 빙신 숭내 내는 거 말이다. 나라카문 승질머리가 드러워서 진작에 파토를 냈을끼라. 캐도 문통은 까딱도 안 하고 딥다 모른 채 멀뚱멀뚱 방탄 데리고 미국이나 오가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들 똥줄이 바짝 탈게 아이가. 안 그렇노?"
"맞심더. 요번 일은 적당한 때 잘 터뜨린 거 같심니더. 이재명 그 양아치, 속이 시커멓게 타맹시로 우짜든지 버티바라 칼낌니더"
"문디새끼, 드리대놓고는 몬해도 문통을 패 쥐기고 싶을끼라. 이번 참에 곽상도 아 새끼하고 박영수 글마들 조져서 판을 키웠으니 쪼매있다 특검가라카믄 아새끼들 다 뒤진다 아이가. 신문사 새끼들 특종 줄 때 잘해라이 잘못하면 씹주고 뺨맞는다 아이가. 우짜던지 이번 참에 똘똘 뭉치서 저것들을 골로 보내뿌야재 가망 나두먼 우리가 뒈진다 아이가. 정 변은 문통에게 우릴랑 걱정 말고 탁현밍인가 행민인가 그놈 대갈빡 속을 빡빡 긁어내서 마지막 단두리 잘하라 카이소."
■녹음은 잘되어 있었다. 바다이야기도 거기에서 나왔다. 자금조달 문제가 나오자 정 변호사가 그건 걱정 말라며 안심시키는 듯한 말을 하면서부터였다. 경기도 교육감으로 있는 이재정이 통일부장관을 할 때 모두 다 챙겨 놓았다고 했다.
박성준과 백태웅도 알지만 이재정은 박원순과 함께 남로당 계열이고 그 서열은 최상위권이다. 바다이야기가 게임을 통하여 수입을 올린 건 별로 주목할 규모는 아니라는 말도 나왔다.
명계남이나 문성근 정도가 게임을 통해 올린 수입을 관리하면서 바지 역할을 해 이목을 그쪽으로 쏠리게 해놓고 규정상 돈대신 상품권으로 지급해야 했기 때문에 조폐공사가 그 명목으로 발행한 30조 원에 달하는 상품권을 이재정이 별도로 확보하여 이를 10% 디스카운트해서 환전해둔 자금을 관리해 왔다는 것이다. 놀라는 탄성도 녹음기에서 그대로 흘러나왔다.
■녹음한 것을 다 듣고 양회장이 USB를 뽑고 앉자 기은주가 입을 열었다.
"동지들도 아시다시피 요즘 군이 병력을 동원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초기 출동부터 휴대폰 통신축선 확립으로 군의 움직임이 실시간 노출될 뿐만 아니라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세계적 추세로 쿠데타 거사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작금의 상황에서 군이 개입하지 않고는 북한과 내통하여 민노총과 전교조를 수하로 부리는 문재인 일당을 결코 척결시킬 수가 없습니다. 거기다 대선 전에 가짜라 해도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조만간 공산화는 불을 보듯 빤한데 대부분 국민들은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합니다.
금번 화천대유 부동산 문제로 민심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완전히 이반한 것으로 보이며 썩어빠진 탄핵 찬성 야당 기득권층과 전교조 민노총 등 좌파세력을 완벽하게 제거하려면 무력의 개입은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금번에 우리나라에 오게 된 우주사령관과의 유기적인 협력으로 북한의 상황 반전시 계엄령 발포 유도계획은 차질이 없어야 할 것이고 계엄령이 발포되면 계엄사령관을 맡게 될 합참의장 또는 참모총장과 친분을 두텁게 쌓아온 군부 내 동지들이 즉각 행동을 개시하여 계엄군을 혁명군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에 착수할 것입니다."
기은주가 자금을 담당한 김 회장에게 눈길을 보내자 김 회장이 말문을 열었다. "우리 요원들은 혁명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창고를 접수했습니다. 과거 임종석이 우격다짐으로 창고 관리권을 내놓으라고 관리인에게 압박하다가 칼부림을 당했는데 당시 그 관리인이 임종석의 안하무인 횡포에 반감을 품고 저희들의 뜻에 호응하여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창고에는 5만 원 권을 비롯한 골드바와 달러, 엔화 채권 등 여러 종류의 재화가 있지만 아무래도 유통하기에 위험부담이 적은 지폐가 좋을 것 같아 협조를 요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홍보를 담당한 언론계 작업이 시작되는 것과 때를 맞추어 지급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가 국정원에서 대북확성기 방송과 전단지 살포를 담당하였던 김명호 단장에게 눈길을 돌렸다.
김 단장이 차분한 모습으로 좌중을 돌아보았다.
"맨 먼저 포문을 열어야 할 저희들의 준비는 완벽하게 끝났습니다. 조.중.동을 포함한 11개 언론사와 지상파와 공중파 등 방송국에 송고할 광고는 매일 쉼 없이 나가게 될 것입니다. 문재인과 그 일당들의 파렴치한 국정운영의 부패상을 일자별로 규모별로 정리해 홍보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민 대다수가 '저놈들을 죽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정도로 분노를 사게 함과 동시에 향후 자유민주주의와 굳건한 시장경제토대를 구축하는 것을 중심으로 우리의 나아갈 바를 정확히 제시함으로써 국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도록 만만의 준비를 기하겠습니다."
기은주는 잠깐 마음을 가다듬었다. 배신자가 있다는 첩보가 있어 마음에 걸린 것이다. 충우회 신 단장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신 단장의 이야기는 다음에 듣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마칩시다."
2021년 9월 서울 수복의 날
하늘은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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