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방안으로 들어오다 / 전인식
세상 저 멀리에 있을 파도가 언젠가부터
둘 사는 작은 방에 출렁출렁 거리기 시작했다
자고나면 사라질 것 같던 파도는
잠잠했다가도 일터에서 돌아오는 밤마다
더 큰 물살로 출렁거렸다
발등을 적시고 하반신을 잠그며
급기야 목까지 차올랐을 때
반신반의했던 서로를 따져대기 시작했다
출렁되는 파도 때문에 몸이 출렁거리고
마음까지 출렁거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며
파도를 데리고 들어온 건 바로 당신이야 당신이라고
서로 따져대며 싸울 때 마다
부서진 리모컨은 금방 새 것이 되기도 했다
철석 찰삭 철석 찰삭
서로 서로 빰을 때려가며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파도는
둘 사이를 출렁출렁 흔들어대며
싸우는 법과 용서하는 법을 동시에 가르치며
파도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쳤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그 길지 않는 며칠 사이가
잠시 행복할 수 있는 시간임을 알고부터는
은근히 우리들이 먼저 파도를 기다릴 때도 있다
때로는 파도가 사랑을 가르치기도 한다
카페 게시글
┌………┃추☆천☆시┃
파도, 방안으로 들어오다 / 전인식
빗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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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5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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