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장마, 종로에서’ 노래를 생각하며

[구름그리고달]

 ‘92년 장마, 종로에서’ 노래를 생각하며

정태춘은 일반적인 가수들과는 조금은 다른 감성적인 가수다. 좌파 집회에서 노래하는 좌파가수로 알려져 있다. 그의 노래들이 금지곡이 되기도 했다.

그의 노래 중 ‘92년 장마, 종로에서’라는 노래가 있다.

가사를 보면,

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

탑골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

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에 비둘기 한 마리

건너 빌딩의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비는 내리고

장마비 구름이 서울 하늘 위에

높은 빌딩 유리창에

신호등에 멈춰 서는 시민들 우산 위에

맑은 날 손수건을 팔던 노점상 좌판 위에

그렇게 서울은 장마권에 들고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워 워우워 워 워우워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음

비가 개이면

서쪽 하늘부터 구름이 벗어지고

파란 하늘이 열리면

저 남산 타워 쯤에선 뭐든 다 보일 게야

저 구로 공단과 봉천동 북편 산동네 길도

아니 삼각산과 그 아래 또 세종로 길도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 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보라 저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훠이 훠이 훨 훠이 훠이 훨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섰는 사람들 이마 위로

무심한 눈빛 활짝 열리는 여기 서울 하늘 위로

한 무리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훠이 훠이 훨 훠이 훠이 훨

훠이 훠이 훨 훠이 훠이 훨

훨훨

정태춘은 노래 가사에서,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 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고 한다.

그리고 평온과 평화의 비둘기를 등장시켜 자유로운 비둘기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1992년 어느 여름 장마비가 오던 날의 풍경을 그리면서 시대의 아픔을 노래했다.

2016년 그해 추운 겨울,

1992년의 그해 여름만큼이나 절망스러웠던 날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법치 수호를 외치는 사람들은 눈이 수북이 쌓이는 줄도 모른 채, 눈물이 하염없이 볼을 타고 내리는 것도 모른 채 서울광장에 서 있었다.

자유는 피멍 들어 도로 위에 나 뒹굴고

정의는 불의의 무도한 세력들에 의해 불의로 치부되고

진실은 거짓에 파묻혀 숨조차 쉴 수 없던 암울함만 가득했다.

그 암담한 날들을 위로하기 위해

정태춘이 ‘92년 장마, 종로에서’ 대신 ‘2016년 폭설, 서울광장에서’라는 재목과 가사를 바꿔 노래했으면 어땠을까.

출처: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