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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무제 in 무설재 원문보기 글쓴이: 햇살편지
이른 새벽, 안성에서 인천공항으로 가기 위해 짧은 수면을 취하고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나서는 길.
신신당부의 말을 남편에게 하면서도 어째 불안불안한 마음이 일렁거린다.
한번도 뒤 돌아 본적 없이 휘리릭 길을 떠나는 것이 나의 집 나서기 이건만 이번만큼은 쉽게 떠나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간다'를 행하면서도 슬쩍 슬쩍 편치 않은 마음이 올라오던 것도 사실.
어쨋거나 안성 출발하여 평택, 송탄, 오산 찍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는 출근 시간과 맞물려 요지부동.
꽉 막힌 길위에 눕다시피 기어가니 나의 마음은 약속 시간에 늦을까 안절부절이었지만 간신히 세 시간 걸려서
9시 30분 약속 시간 십분 전에 도착을 하고 가이드로 부터 안내를 받은 후 자체 개인 발권을 시작하여 친구와 함께 자리를 예약하였다.
하지만 네명이 각자 죄다 따로 또같이 라니...허망하다.
어딘가를 가기 위해 누군가와 함께 동행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그래도 여행하는 즐거움을 옆자리에서 즐기기 위함인데 아쉽다 싶었지만 또 어쩌겠는가.
그나마 495석 신상 아시아나 비행기가 만석이라는데 그런대로 좌석이 있다는 사실에 만족을 하고
혹시나 싶어 수하물을 부치면서 담당자에게 우선권으로 좌석 조절이 가능한지를 살펴보았더니
그나마 멀리 동떨어졌던 자리를 조금은 가깝게 그러니까 2층에 좌석을 배정 받아 홀로 덩그러니 내팽개쳐진 기분으로 여행을 할 뻔 했던 친구가
그녀의 올케 언니 좌석과 가깝게는 옮길 수 있었다만서도 역시나 불편하기는 매한가지.
게다가 2층에서 내려온 것은 좋았으나 좌석 양 옆에 착석한 두 남자들 사이에 끼어 옴짝달싹하지 못했던 친구는
비행기 안에서 지옥을 경험했노라는 후일담을 들려주어서 우리는 그 얘기를 듣고 배꼽쥐며 마구잡이로 웃기는 했지만
얼마나 불편했을지는 안봐도 비디오요 심정적으로 그야말로 머리끝까지 쥐가 날만큼 곤욕을 치렀을지도 빤히 보였다.
워낙 두 남자가 양 옆에 앉아 무슨 일을 그다지도 열심히 하는지 미안해서 화장실 조차 갈 수가 없었다나 뭐라나.
그러다 보니 열한시간 삼십분이나 되는 긴긴 시간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악몽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하니 참으로 어이가 없어
"너, 교장 선생님 출신 맞냐? 웬만하면 지시형인 선생님이 어째 그리도 순하게 꼼짝 못하고 그렇게 온순히 왔다냥"
사실 그 친구는 올해 2월에 직책상 올라와야 할 후배 교감을 위해 2년 먼저 교장 자리에서 제 스스로 자발적 명예 퇴임을 자청한
마음씨 고운 친구이기도 해서 어떤 상황이던지간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그건 아니지 싶어
우리 일행은 동시다발로 순하고 여리여리하며 어리숙해 보이기 까지 한-교장선생님이 그럴 일은 없겠지만 워낙 심성이 곱다보니 글쎄?-
친구에게 지청구만 날렸다는.... 그후에도 결국 그 친구는 무슨 일이 벌어지든 끝까지 착한 사마리안이었다.
어쨋거나 무리 없이 짐을 부치고 나니 이번엔 두명의 동행이 자동출입국 심사대 통과 수순을 밟지 못했다고 하여 바쁜 걸음으로 걷자
한 친구가 자신은 아침을 먹지 못했다며 본인은 라운지 이용권이 있으므로 혼자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겠다 해서 그러라고 하고
숨가쁘게 모든 일정을 끝내고 셋이서만 바쁘게 움직여 면세 구역안으로 들어간 순간 참담함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아뿔사 CJ O 쇼핑에서 홈쇼핑 이용시간대에 예약을 한 여행객에게 보너스로 주는 '스와로브스키' 목걸이 교환권을 그 친구가 들고 간 것이 아닌가?
에고고...어째 시작부터 조짐이 안좋다 싶으면서도 급히 그 친구에게 전화를 하여 교환권을 가져다 주길 부탁하고 나니
괜히 미안스런 마음이 들고 아침 먹는 순간 조차 여유롭게 보내지지 못할 친구에게 민폐다 싶으면서
원래 늘 뭔가를 챙기는 것은 난데 어쩌자고 덜렁 저 친구에게 떠맡겼을꼬 싶어 후회를 하였다는 말씀.
그렇게 난리굿을 하고 시간에 맞춰 게이트로 들어가니 맨 뒷쪽 창가 자리 51A 가 내게 주어졌다.
개인적으로는 별 불만이 없었으나 비행기 중간 칸의 친구가 자기 옆자리로 왔으면 싶은 눈치라 일단은 그 친구의 옆좌석을 살펴보니 창문옆.
그리하여 그 친구의 옆 자리 여행객에게 실례를 무릅쓰고 혹시 좌석을 바꿔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같은 창가자리이니 별 상관이 없을 듯 하여.
그랬더니만 흔쾌하게 그녀가 자신은 혼자니 괜찮다며 자리를 바꿔주었고 우린 한자리씩 밀려 자리42B를 착석하고 가이드에게 자리가 바뀌었음을 알려주었다.
그런 나의 행동에 친구 왈 " 너는 어쩌면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를 바꿔달라고 할 수가 있니? 참으로 놀랍다야" 란다.
좌우지간 자리를 바꿔준 그녀는 모두투어로 동유럽을 여행을 다닐 참이었고 우린 각 지역에서 서로 교차하며 만나는 팀이 되긴 했다.
드디어 비행기 중간 좌석칸 마지막 좌석에서의 자유를 만끽한다.
비행기 안에서 남의 눈치를 볼 필요 없는 마지막 자리라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이번에 확실하게 경험을 하였다.
이번에는 운?좋게도 오며 가며 죄다 마지막 자리였으므로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완전 자유분방하게 좌석을 만끽 할 수 있었으니
비행기 안에서 맨 마지막 자리라고 불평 할 일은 전혀 없을 듯하다.
와중에 아시아나에서 새롭게 도입된 비행기 시승식에 참여하게 된 기념으로 벌어진 퍼포먼스에도 빠질 수 없는 법이라
그들이 준비한 공연은 물론 각종 기념일 축하 공연까지 진심으로 성심껏 원하는대로 다 해주는 그들을 보면서는 애쓴다 싶기도 하였고
우리 또한 기꺼이 동참하여 사진 촬영까지 하고 나니 완전 동심으로 돌아간 듯 한 기분은 비행기 안에 승객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터.
그렇게 흥겨운 시간이 지나고 그동안 서로 친밀하게 알거나 속내를 말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친구와 그동안 밀린 이야기들을 흠뻑 쏟아내고
난 친구의 이야기에 맞춰 맞장구를 치며 그녀와의 대화 속으로 빨려들어갔다....듣다 보니 어느새 졸음이 밀려온다.
슬그머니 눈을 감으며 '이제 그만 잠이나 자자' 라며 소음방지용으로 미리 녹음해온 "팬텀싱어"를 들으며 잠을 청하다보니
이번엔 음악에 빠져 쉽게 잠이 오지를 않는다...눈은 졸린데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 이라고나 할까?
몸도 마음도 하늘을 나는데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나, 어설픈 수면 시간은 역시 내게 고역이다.
조용하게 산속에 살다 집 떠나 맞는 수면은 여행하면서 유일하게 내가 적응하지 못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느 곳을 가던지 간에 잠 못 이루는 밤을 지내고서도 일을 하거나 여행을 하는 것이 몸에 배어 이젠 그러려니 싶게 적응 될 만도 하건만 번번이 괴롭다.
아무리 애써도 선잠, 말하자면 가수면 상태로 하루하루를 지낸다는 말이며 그런 가운데서도 여행내내
혹은 일을 하면서도 생생하게 잘다니는 원동력은 움직이는 일거리나 여행이 내게 에너지로 다가오는 까닭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여 어느 곳엘 가던지 동행인이 있다면 그보다 먼저 잠들어야지만 숙면을 취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면
밤새 뒤척이느라 제대로 된 잠을 청하기는 어려워 어느새 날밤을 새운채로 원하지 않는 아침이 오게 되고
그런 나를 보면서 누군가는 내게 성질이 되게 더럽고 까칠하다고 하기도 한다.
그래도 좋다.
자유로운 영혼이자 호기심 천국인 내가 살아가는 방법 중에 하나인 여행이 어차피 죄다 만족스러울 수는 없는 법이니까.
누가 뭐란들 걸릴 것은 없다는 말이기도 하고 그러거나 말거나 거침없이 전진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드디어 길고 긴 시간을 날아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해 입국 심사를 받는데 입국심사원 청년이 참으로 잘 생겼다.
심사를 마치고 나오며 '땅케' 하며 웃었더니 절대적으로 게르만 민족 상징처럼 생긴 멋지고 근사한 그 친구도 환하게 웃어준다.
그럴 때면 만국 공통어인 미소의 가치를 절감한다.
어쨋든 웃자...그리고 또 웃자. 세상 만국 공통어의 가치를 느끼게 될 터이니.
하지만 귀국길에 만난 푸랑크푸르트 심사대의 독일 청년은 얼마나 거만하던지 출국자들의 여권을 들여다보고
검사가 끝난 후에는 휙 하고 던져주어 그야말로 빈정을 상하게 했으니 동양인을 얕잡아보고 깔보는 처사가 아니고 무엇이던가.
참으로 아니꼬운 현상인 것이 자국에 들어와 돈을 쓸때는 반겨도 돌아갈 때는 냉대한다는 말씀?
암튼 한국시간 12시 50분 출발 예정이던 비행기가 거의 한 시간 가량을 연착하여 떠나-중국에사 하늘길이 밀려서라고 방송은 나오더구만-
우여곡절 끝에 현지 시각 4시 50분 프랑크푸르트에 무사히 안착을 했다.
그리고 21명의 군단이 삼삼오오 공항을 빠져 나와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버스까지 걸어가는 길엔
엄청나게 많은 다국적 여행객들의 가방 행렬이 진풍경이고 우린 그 끝없을 것 같은 행렬 속에
앞 사람의 가방 꽁무니만 쳐다보며 일행을 놓칠새라 조바심내며 걸음을 재촉한다.
또한 기내식으로 먹었던 닭가슴살 샐러드나 피자 혹은 돼지고기 볶음 등등 자신이 원하는대로 선택을 하였던 배꼽시계가 요동치는 것을 보니
어느새 먹었던 음식들이 죄다 소화되어 허기를 몰고 오지만 무시하고 다시 하룻밤 묵어가야 할 비엔나 하우스 호텔로 급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그참에 올려다본 하늘은 독일을 상징하는 우울모드 회색빛이다.
쾌청하고 맑은 하늘이었으면 좋으련만 웬만해서는 독일 하늘에 푸름을 만날 수 없다.
그럼 또 어떻단 말이더냐? 어떤 하늘과 날씨여도 그저 우리는 앞으로의 여정만 생각해도 그냥 즐겁기만 한 것을.
그 하늘이 독일의 매력이고 또 그 하늘을 보는 순간 독일을 사랑한 대한민국의 여자,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 주인공 전혜린이 불현듯 기억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기내식을 마지막으로 음식을 먹지 못했던 우리는3시간 20분을 소요하여 아우군츠부르크로 이동을 하고
주린 배를 달랠새도 없이 그냥 움켜쥐고 대애충 씻고 나서 미친듯이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른 아침에 5시 30분 콜, 6시 30분 호텔 현지식, 7시 30분에 다음 여정지를 향해 강행군 출발을 시작한다.
이 사이클은 웬만한 여행 일정표에 거의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며 더러 빨라지거나 약간 늦어지는 오차가 있긴 하다.
쾌적하였으나 생각보다 와이파이존이 시원치 않은 유럽국가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위력을 생각한다.
그래도 잘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는 했다....이른 아침에 호텔에서 독일식 아침식사를 하고-이젠 음식은 촬영하지 않기로 한다-
전용버스를 타고 아름다운 호수변에 있는 집들과 풍경을 맞으러 찰즈캄머굿으로 출발한다.
이럴 때 만큼은 다시 설레는 마음과 기분이 상승되는 순간이고 또 어떤 하루가 우리를 반길지가 궁금하며
그 궁금함은 하늘 높이만큼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첨언 1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나오다 보면 무작위로 가방 검사를 한다. 양주나 담배 혹은 마약류 등등 검사.
그야말로 아무나 무작위로 걸리는 것이므로 그러려니 하기도 하지만 꼭 잊지 않고 가이드 가방을 검사한다는
이상한 규칙이 있는 듯하다....도대체 뻔한 일은 왜 하는 것일까?
또한 초록색 방향은 세관신고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 줄서는 곳이요 빨간색 방향은 세관신고 할 사람이
줄서는 곳이라고.
출국 검색대는 또 어찌 그리도 멀고 긴지.....
2 우리와 시간 차이는 8시간이며 여름에 섬머 타임을 시작하면 7시간이 되겠다.
3월 말부터 10월 마지막 주간까지.
3 유럽호텔은 스팀문화라서 창가에 라지에터가 설치되어 있다.
반드시 최대치 번호인 6이나 5로 돌려놓고 자야만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게다가 호텔 자체가 조절 능력을 지니고 있어 밤 11시까지만 스팀이 들어오다가 절제하였다
기상시간인 아침 5시 부터 7시까지 다시 스팀을 틀어준다고.
4 흡연은 그들의 권리이나 실내는 금연이요 실외는 어느 곳에서나 흡연이 가능하여 다니다 보면
담배연기에 질색할 일이 한 두번이 아니고 담배꽁초는 아무데나 버린다.
이유는? 그래야 담배꽁초 치우는 사람도 직업으로 당당하게 살아간다나 뭐라나....
첫댓글 귀국길에 만난 그 청년은 개인적 인성이 그 모양일거야~!
볼쾌한 그 청년의 행태가 독일 사람 전체를 그렇게 보이게 하는군~!
하긴 나도 95년도 엑스포장에서 격은 불쾌한 독일 녀석의 행태가 독일을
불쾌한 기억으로 남게 하긴 하네 한사람의 친절과 불친절이 외국인에게는 그 나라의
인상을 결정짖게 하지~!
그런데 한 두 사람이 겪은 것은 아닌 듯...
지난 번에 다녀온 다른 여행팀들도 독일 공항 직원이 기분 나쁘게 여권을 집어던지더라고
여행 가거들랑 나한테 확인해 보라고 했거든...정답이었어 .
물론 개인적인 성향이 먼저겠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