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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助長)
도와서 자라나게 한다는 뜻으로, 좋지 못한 행위나 습관을 조급히 키우려다 오히려 망친다는 경계의 뜻을 지닌 말이다.
助 : 도울 조(力/5)
長 : 긴 장(長/0)
(유의어)
발묘조장(拔苗助長)
출전 : 맹자(孟子) 공손추상(公孫丑上)
맹자(孟子) 공손추상(公孫丑上)에 있는 호연장(浩然章)에 나오는 말이다. 공손추가 맹자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어떤 점이 남보다 뛰어납니까?"
맹자왈, "나는 남이 말하는 것의 옳고 그른 것을 잘 알고 나의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잘 기르고 있다."
공손추왈, "무엇을 호연지기라고 합니까?"
맹자왈, "말하기 어렵다. 반드시 여기에 종사를 해도 어떤 결과를 미리 기대해서는 안 되며, 마음에 항상 잊지 말아야 하고 또 어서 자라나게 하기 위해 억지로 돕는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마치 송나라 사람처럼 말이다."
맹자가 제자 공손추에게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설명하면서 송나라 농부 얘기를 들려줬다. 송나라의 한 농부가 자기가 심은 곡식의 싹이 이웃집 곡식보다 빨리 자라지 않음을 안타깝게 여겨 그 싹들을 일일이 뽑아올렸다. 그가 집으로 돌아와 말했다. "오늘은 피곤하다. 싹 올라오는 게 더뎌 하나하나 빨리 자라도록 도와줬다." 아들이 놀라 이튿날 밭으로 달려가 보니 싹들은 이미 말라 죽어 있었다.
맹자가 농부 이야기 말미에 한마디 덧붙였다. "호연지기를 억지로 조장(助長)하는 것은 싹을 뽑아 올려주는 것과 같다. 조장(助長)하면 무익할 뿐 아니라 해까지 끼친다."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더 심해지도록 부추긴다는 뜻의 조장(助長)은 장자 공손추편이 출처다. 무르익기를 기다리지 못하는 조급증이 어디 송나라 농부만의 증상이겠는가.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농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나그네, 부팅 몇 초 늦다고 모니터 노려보는 사람들… 모두 조급증 환자다.
씨앗의 법칙은 단순하다. 씨앗을 심어야 싹이 트고, 싹이 자라야 꽃을 피우고, 꽃이 져야 열매를 맺는다. 열매 늦게 맺는다고 꽃을 흔들어 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물은 익혀야 한다. 와인은 익혀야 명품이 되고, 자식도 익혀야 제구실을 한다. 익힌다는 건 때를 아는 지혜, 참고 견디는 인내,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다.
조금 더 여유로워지자. 조금 더 기다리자. 몇 초에 안달하지 말고, 몇 년에 한숨짓지 말자. 오늘 작은 상처가 내일 큰 병을 막아준다. 중턱을 밟지 않고 정상에 오르는 길은 없다. 알이 클수록 오래 품어야 한다. 그래야 생명이 태어난다. 나흘이 길다고 사흘 만에 알을 쪼는 새는 없다.
율곡 이이는 "배움의 효과가 빨리 나기를 바라는 것 또한 이익을 탐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 조장(助長)의 처음 맛과 끝 맛
가을이 깊어간다. 무르익은 벼가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곧 벼를 벨 것이고, 그 논마다 그득한 사연과 인연, 새로움으로 될 가능성을 안고 겨울로 될 것이다. 벼는 그냥 자라는 것이 아니다. 볍씨를 뿌리고, 모를 찌고 심고, 물꼬를 매만지고 피를 뽑아 벼를 키우는 과정의 전체가 있어야 한다. 한 과정을 건너 뛰거나 마치지 못했는 데 다른 과정으로 옮겨가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겉모양은 그럴 듯 해도 결실을 맺지 못한다. 사람의 삶과 같은 모양새이다.
조장(助長)은 '도와서 늘이다'라는 뜻이다. 이 말과 관련하여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고을의 권력자가 논을 살피다가 한 논의 벼가 다른 논의 벼보다 키가 작은 것을 보고, 작은 벼를 잡아올려 다른 벼와 키를 맞추라고 했다. 사람들이 작은 벼를 잡아올려 키를 맞추자 이를 보고 기꺼워하였다.
문제는 뒤에 나타났다. 잡아올려져 키가 늘은 벼는 다른 벼들과 다르지 않게 성장하였다. 그러나 가을이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자란 다른 벼는 낟알을 맺었으나 잡아올려진 벼는 낟알을 맺지 못하였다. 스스로 그러하게 되는 것을 강제로, 인위적으로 한 결과는 참혹하였다. 조장의 처음 맛과 끝 맛이 극명하게 다르다. 조장이 부정적 느낌을 가지게 된 배경이라 할 만하다.
사람 사는 모습에도 조장의 낌새가 있다. 고만고만한 키의 사람들이 서있다. 갑자기 누군가가 도드라져 보인다. 발뒤꿈치를 들었을 것이다. 이런 사람은 일시적으로 키가 커 보인다. 발뒤꿈치를 들어 올리는 것은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고 싶고, 높아지고 싶고, 돋보이고 싶어서이다. 그러나 그 상태가 오래 갈 수 없다.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가 빨리, 앞서 간다. 발을 재게 놀리고 멀리 딛기 때문이다. 뽐내고 과시하기 위해서 그리 한다. 그러나 이 사람은 오래 걸을 수 없다.
한 사람이 발뒤꿈치를 들거나 빨리 앞서 가는 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없다. 그러나 그 사람이 이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거나, 다른 사람을 누르려고 하면 문제가 된다. 다른 사람들이 발뒤꿈치를 들어 돋보이는 것을 알지 못하고 그 사람에게 주눅 들면 문제가 커진다.
현학적이고 복잡한 이론을 들이대지 않아도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삼가야 하는 그 이치는 분명하다. 옛책에서 말하 듯 스스로 드러내는 사람은 밝지 못하다. 스스로 옳다하는 사람은 빛나지 않는다. 스스로 뽐내는 자는 이룬 것이 없다. 스스로 자만하는 사람은 으뜸이 될 수 없다. 이런 사람은 오래가지 못한다. 자칫 다른 사람을 현혹하여 해칠 수 있다.
▶️ 助(도울 조, 없앨 서)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힘 력(力; 팔의 모양, 힘써 일을 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且(차; 고기를 수북히 담은 모양, 조)로 이루어졌다. 힘(力; 팔의 모양, 힘써 일을 하다)을 더하여 돕는다는 뜻이 합(合)하여 '돕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助자는 '돕다'나 '힘을 빌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助자는 且(또 차)자와 力(힘 력)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且자는 비석을 그린 것이다. 고대에는 죽은 사람의 이름이나 행적 또는 업적을 널리 알리기 위해 비석에 글을 새겨 세웠다. 특히 큰 업적을 기리는 비석은 크기가 매우 컸었다. 큰 돌을 깎아 만든 비석을 혼자 힘으로 세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助자는 비석을 세우기 위해 여럿이 힘을 합친다는 의미에서 '돕다'나 '힘을 빌리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助(조)는 ①돕다, 힘을 빌리다, 거들다 ②기리다 ③유익하다 ④이루다, 완성하다 ⑤도움, 구조(救助), 원조(援助) ⑥구실(온갖 세납을 통틀어 이르던 말), 조세(租稅) ⑦문체(文體)의 하나, 그리고 ⓐ없애다 (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도울 우(佑), 도울 좌(佐), 도울 방(幇), 도울 필(弼), 도울 부(扶), 도울 원(援), 도울 비(毗), 도울 비(毘), 도울 비(裨), 도울 익(翊), 도울 양(襄), 도울 호(護), 도울 찬(贊), 도울 보(輔)이다. 용례로는 도와서 이루게 함 또는 힘이 되어 성공 시킴을 조성(助成), 남의 말에 덧붙여 도와줌 즉 말로 일깨우거나 거들어 주어서 도움 또는 도움이 되도록 슬쩍 깨우쳐 주거나 거들어 주는 말을 조언(助言), 어떤 책임자나 주장하는 자에 속하여 그의 지도를 받으며 그 일을 도와주는 사람을 조수(助手), 힘을 써 도와 줌을 조력(助力), 도와서 거듦을 조거(助擧), 도와서 자라나게 한다는 뜻으로 좋지 못한 행위나 습관을 조급히 키우려다 오히려 망친다는 경계의 뜻을 지닌 말을 조장(助長), 도적을 잡는 일을 도움 또는 그런 사람을 조포(助捕), 농토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짝을 이루어 농사를 도움을 조우(助耦), 해조가 많은 곳에서 사는 어류를 조어(助魚), 힘을 보태어 서로 도움을 협조(協助), 물질적으로 보태어 도움 또는 보충하여 돕는 것을 보조(補助), 어떠한 일을 거들어서 도와 줌을 또는 타인의 범죄 수행에 편의를 주는 유형 무형의 모든 행위를 방조(幇助), 어떤 사람이나 단체가 다른 사람이나 단체와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서로 돕는 것을 공조(共助), 구원하고 도와 줌을 구조(救助), 도와 줌을 원조(援助), 남의 큰일에 돈이나 물건 등을 도와 줌이나 남을 거들어서 도와 줌을 부조(扶助), 곁에서 도와 줌을 방조(傍助), 서로 도움을 상조(相助), 뜻을 같이하여 도와줌을 찬조(贊助), 아내가 남편을 도움을 내조(內助), 생각하여 주고 도와 줌을 고조(顧助), 자기 힘으로 자기를 도움을 자조(自助), 중국 하나라의 폭군 걸을 부추겨 포악을 일삼게 한다는 뜻으로 악인을 도와 악한 짓을 더하게 함을 이르는 말을 조걸위학(助桀爲虐), 빨리 자라라고 모를 뽑는다는 뜻으로 빠른 성과를 보려고 무리하게 다른 힘을 더하여 도리어 그것을 해치게 됨을 이르는 말을 조장발묘(助長拔苗), 장점을 발전시키고 단점을 보완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조장보단(助長補短), 닭 울음의 도움이란 뜻으로 어진 아내의 내조를 이르는 말을 계명지조(鷄鳴之助), 서로 서로 도움을 일컫는 말을 상부상조(相扶相助), 강산의 도움이란 뜻으로 산수의 풍경이 사람의 시정을 도와 좋은 작품을 만들게 함을 이르는 말을 강산지조(江山之助), 안에서 돕는 공이란 뜻으로 아내가 집안 일을 잘 다스려 남편을 돕는 일을 이르는 말을 내조지공(內助之功), 아내가 집안 일을 잘 다스려 남편을 돕는 일을 이르는 말을 내조지현(內助之賢), 곡식이 빨리 자라도록 하려고 이삭을 뽑아 올린 때문에 모두 죽어 손해를 보게 된다는 뜻으로 성급하게 이익을 보려다가 도리어 해를 보게 되는 일을 두고 하는 말을 알묘조장(揠苗助長), 악인도 악한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 돕는다는 뜻으로 동류끼리 서로 도움을 이르는 말을 동악상조(同惡相助) 등에 쓰인다.
▶️ 長(길 장/어른 장)은 ❶상형문자로 仧(장),兏(장)은 동자(同字), 长(장)은 약자(略字)이다. 長(장)은 머리털이 긴 노인이 단장을 짚고 서 있는 모양으로, 나중에 노인이 전(轉)하여 나이가 위인 사람으로 관리(官吏)의 長(장), 또한 성장하다, 길게 자라다, 길다 따위의 뜻에 쓰였다. ❷상형문자로 長자는 '길다'나 '어른'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長자는 머리칼이 긴 노인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본래의 의미는 ‘길다’였다. 長자는 백발이 휘날리는 노인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후에 '어른', '우두머리'라는 뜻도 파생되었다. 長자는 부수로 지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상용한자에서는 관련된 글자가 없다. 張(베풀 장)자나 帳(휘장 장)자에 長자가 쓰이기는 했지만, 長자가 부수로 지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長(장)은 (1)어떤 조직체(組織體)나 또는 부서 단위의 우두머리(책임자) (2)긴 기다란의 뜻을 나타내는 말 (3)오랜의 뜻을 나타내는 말 (4)길이 (5)늘 (6)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길다 ②낫다 ③나아가다 ④자라다 ⑤맏 ⑥어른 ⑦길이 ⑧우두머리 ⑨처음 ⑩늘 ⑪항상(恒常),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오랠 구(久),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어릴 유(幼), 짧을 단(短), 늙을 노/로(老)이다. 용례로는 좋은 점을 장점(長點), 긴 것과 짧은 것을 장단(長短), 목숨이 긺을 장수(長壽), 맏 아들을 장남(長男), 한 관청의 으뜸 벼슬을 장관(長官), 오랜 기간을 장기(長期), 장편으로 된 노래를 장가(長歌), 길게 내는 소리를 장음(長音), 어른과 어린이를 장유(長幼), 나이가 많고 덕이 많은 사람의 존칭을 장로(長老), 통나무를 길쭉하게 잘라서 쪼갠 땔나무를 장작(長斫),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을 장고(長考), 아주 능한 재주를 장기(長技), 생물이 자라서 점점 커짐을 성장(成長), 모임을 대표하는 사람을 회장(會長), 집안의 어른을 가장(家長), 도와서 자라나게 한다는 조장(助長), 시간이나 물건의 길이 따위를 처음에 정한 것보다 늘이어 길게 함을 연장(延長), 위에 서서 집단이나 단체를 지배 통솔하는 사람을 수장(首長), 특별히 뛰어난 장점을 특장(特長), 오륜의 하나로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는 순서와 질서가 있음을 이르는 말을 장유유서(長幼有序), 길다란 목에 까마귀 부리 같이 뾰족한 입이라는 뜻으로 관상에서 목이 길고 입이 뾰족한 상을 이르는 말을 장경오훼(長頸烏喙), 오래 서서 분부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권문세가에 빌붙어 이익을 얻고자하는 사람을 조롱해 이르는 말을 장립대명(長立待命), 긴 눈과 날아다니는 귀라는 뜻으로 옛일이나 먼 곳의 일을 앉은 채로 보고들을 수 있는 눈이나 귀 곧 서적을 이름 또는 사물을 날카롭게 관찰하고 널리 정보를 모아 잘 알고 있음을 이르는 말을 장목비이(長目飛耳), 길고 짧음은 상대적 관계에서 비교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장단상교(長短相較), 멀리 불어 가는 대풍을 타고 끝없는 바다 저쪽으로 배를 달린다는 뜻으로 대업을 이룬다는 말을 장풍파랑(長風波浪), 소매가 길면 춤을 잘 출 수 있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도 조건이 좋은 사람이 유리함을 일컫는 말을 장수선무(長袖善舞), 날이 새도 창을 가리고 불을 켜놓은 채 며칠이고 계속하는 술자리를 일컫는 말을 장야지음(長夜之飮), 길고도 긴 봄날을 일컫는 말을 장장춘일(長長春日), 사업의 오랜 계속을 도모하는 계획을 일컫는 말을 장구지계(長久之計), 길게 뻗친 숲의 깊은 곳을 일컫는 말을 장림심처(長林深處), 오랫동안 살아 죽지 아니함을 일컫는 말을 장생불사(長生不死), 늘 길거리에 모여 있으면서 뜬 벌이를 하는 막벌이꾼을 일컫는 말을 장석친구(長席親舊), 누운 채 일어나지 못함을 일컥는 말을 장와불기(長臥不起), 먼 장래의 계책이라는 말을 장원지계(長遠之計), 긴 줄로 해를 붙들어 맨다는 뜻으로 시간의 흐름을 매어 멈추게 하려는 것 즉 불가능한 일을 이르는 말을 장승계일(長繩繫日), 장자의 일만 개의 등이라는 뜻으로 불교에서 부자가 신불에게 일만 개의 등을 올리는 반면에 가난한 여인은 단 하나의 등을 바치지만 그 참뜻만 있으면 가난한 여인의 한 등이 장자의 만등에 못지 않다는 말을 장자만등(長者萬燈), 부자는 3대까지 가기 어렵다는 말 곧 아버지가 고생해서 재산을 만들고 그것을 보고 자란 아들인 2대는 그것을 잘 지키지만 3대인 손자는 생활이 사치하여 마침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이룩한 가산을 탕진하는 예가 많음을 이르는 말을 장자삼대(長者三代), 긴 베개와 큰 이불이라는 뜻으로 긴 베개와 큰 이불은 함께 누워자기에 편하므로 형제 간에 우애가 두터움을 이르는 말을 장침대금(長枕大衾)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