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경주마들
최 병 창
발 밑의 열기가 점점 더 뜨거워진다
폭발직전의 화산입구에 도달한 것인가
한낮 더위에 소달구지와 경운기가 힘자랑을 하고 있다
경운기는 뜨거운 걸음마를 재촉하며 언덕길을 오르지만 꼼꼼하고
더디게 일한다는 묵묵한 소달구지보다 더 느리다
소리만 요란하다고 빨리 가는지
터득의 깊이가 비범치 않은 이유를 알 것도 같은데,
기계적인 것은 다 속물이고
몸통이나 네 다리로 일하는 소달구지는 버티고 있는 동작을 통해
잃어버린 자기 얼굴을 기억한다지만 툴툴거리는 원동기 몸으로는
달아오른 신열을 막지 못했으니
화산의 뜨거움도 극에 달했는지
낯익음과 낯섦은 몇 번인가를 주춤거리며 참을 만큼 참았다고
꼴깍하고 침을 삼켜보아도 뜨거움은 잠시도 멈추질 않았다
경주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하지만 늦깎이 더위에 끌려가듯 여기저기 뿌리를 파 헤쳐보지만
기울어진 품속에서는 얻을 게 하나도 없다는 빠져나가지 않는 뼈아픈
질책들만 여과 없이 그대로 쏟아진다
늘어진 껍질 위로 내미는 꼬리표들,
여의도 쪽에서 천둥 번개가 내려치는데 소달구지와 경운기는 그
아찔한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승부를 바랐는데 경주는 어디 가고 뜨거운 입김만 남아 발 밑은
여전히 군불을 환하게 지피는데,
아마도 화산벼락을 피하려면 여기쯤에서
오늘의 경주를 아예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오라 오라, 돌아오라, 애꿎은 소달구지여, 경운기여.
<2023.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