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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현대시 최고의 실험적 모더니스트이자 한국 시사 최고의 아방가르드 시인 -
-얼굴-
배고픈얼굴을본다.
반드르르한머리카락밑에서어째서배고픈얼굴은있느냐.
저사내는어데서왔느냐
저사내는어데서왔느냐
저사내어머니의얼굴은박색임에틀림없겠지만저사내아버지의얼굴은잘생겼을것임에틀림이없다고함은저사내아버지는워낙은
부자였던것인데저사내어머니를취한후로는급작히가난든것임에틀림없다고생각되기때문이거니와참으로아해라고하는것은아
버지보담도어머니를더닮는다는것은그무슨얼굴을말하는것이아니라성행을말하는것이지만저사내얼굴을보면저사내는나면서
이후대체웃어본적이있었느냐고생각되리만큼험상궂은얼굴이라는점으로보아저사내는나면서이후한번도웃어본적이없었을뿐
만아니라울어본적도없었으리라믿어지므로더욱더험상궂은얼굴임은즉저사내어머니의얼굴만을보고자라났기때문에그럴것이
라고생각되지만저사내아버지는웃기도하였을것임에는틀림없을것이지만대체로아해라고하는것은곧잘무엇이나흉내내는성질
이있음에도불구하고저사내가조금도웃을줄을모르는것같은얼굴만을하고있는것으로본다면저사내아버지는해외를방랑하여저
사내가제법사람구실을하는저사내로장성한후로도아직돌아오지아니하던것임에틀림이없다고생각되기때문에또그렇다면저사
내어머니는대체어떻게그날그날을먹고살아왔느냐하는것이문제가될것은물론이지만어쨌든간에저사네어머니는배고팠을것임
에틀림없으므로배고픈얼굴을하였을것임에틀림없는데귀여운외톨자식인지라저사내만은무슨일이었든간에배고프지않도록하
여길러낸것임에틀림없을것이지만아무튼아해라고하는것은어머니를가장의지하는것인즉어머니의얼굴만을보고저것이정말로
마땅스런얼굴이구나하고믿어버리고선어머니의얼굴만을열심으로흉내낸것임에틀림없는것이어서그것이지금은입에다금니를
박은신분과시절이되었으면서도이젠어쩔수도없으리만큼굳어버리고만것이나아닐까고생각되는것은무리도없는일인데그것은
그렇다하더라도반드르한머리카락밑에어째서저험상궂은배고픈얼굴은있느냐.
-건축무한육면각체-
사각형의 내부의 사각형의 내부의 사각형의 내부의 사각형의 내부의 사각형.
사각이 난 원 운동의 사각이 난 원 운동의 사각이 난 원.
비누가 통과하는 혈관의 비눗내를 투시하는 사람.
지구를 모형으로 만들어진 지구의를 모형으로 만들어진 지구.
거세된 양말 (그 여인의 이름은 워어즈 였다)
빈혈면포, 당신의 얼굴 빛깔도 참새다리 같습네다.
평행사변형 대각선 방향을 추진하는 막대한 중량.
마르세유의 봄을 해람한 코티의 향수의 맞이한 동양의 가을.
쾌청의 공중에 붕유하는 Z백호. 회충양약이라고 씌여져 있다.
옥상정원. 원후를 흉내내고 있는 마드모아젤
만곡된 직선을 직선으로 질주하는 낙체공식.
시계 문자반에 XII 에 내리워진 일개의 침수된 황혼.
도어 -의 내부의 도어- 의 내부의 조롱의 내부의 카나리아의 내부의 감살문호의 내부의 인사.
삭당의 문간에 방금 도달한 자웅과 같은 붕우가 헤어진다.
파랑잉크가 엎질러진 각설탕이 삼륜차에 적하된다.
명함을 짓밟는 군용 장화. 가구를 질구하는 조화금련.
위에서 내려오고 밑에서 올라가고 위에서 내려오고 밑에서 올라간 사람은 밑에서 올라가지 아니한 위에서 내려오지 아니한
밑에서 올라가지 아니한 위에서 내려오지 아니한 사람.
저여자의 하반은 저남자의 상반에 흡사하다 (나는 애련한 해후에 애련하는 나).
사각이 난 케이스가 걷기 시작이다 (소름끼치는 일이다).
라디에이터의 근방에서 승천하는 굿바이.
바깥은 우중. 발광어류의 군집이동.
-꽃나무-
벌판 한복판에 꽃나무 하나가 있소.
근처에는 꽃나무가 하나도 없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를 열심히 생각하는 것처럼 열심히 꽃을 피워 가지고 섰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에게 갈 수 없소.
나는 막 달아났소.
한 꽃나무를 위하여 그러는 것처럼 나는 참 그런 이상스러운 흉내를 내었소.
-거울-
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소.
저렇게까지 조용한 세상은 참 없을 것이오.
거울 속에도 내게 귀가 있소.
내 말을 못 알아듣는 딱한 귀가 두 개나 있소.
거울 속의 나는 왼손잡이오.
내 악수를 받을 줄 모르는-악수를모르는 왼손잡이오.
거울 때문에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만져보지를 못하는구려만
거울아니었던들 내가 어찌 거울 속의 나를 만나보기만이라도 했겠소.
나는 지금 거울을 안 가졌소면 거울 속에는 늘 거울 속의 내가 있소.
잘은 모르지만 외로 된 사업에 골몰할게요.
거울 속의 나는 참 나와는 반대요만
또 꽤 닮았소.
나는 거울 속의 나를 근심하고 진찰할 수 없으니 퍽 섭섭하오.
-오감도, 시 제1호-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
제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4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5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6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7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8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9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0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1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13인의 아해는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와 그렇게뿐이 모였소.
(다른 사정은 없는 것이 차라리 나았소.)
그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소.
(길은 뚫린 골목이라도 적당하오.)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지 아니하여도 좋소.
-오감도, 시 제2호-
나의 아버지가 나의 곁에서 졸 적에 나는 나의 아버지가 되고 또 나는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되고 그런데도 나의 아버지는 나
의 아버지대로 나의 아버지인데 어쩌자고 나는 자꾸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되느냐 나는 왜
나의 아버지를 껑충 뛰어넘어야 하는지 나는 왜 드디어 나와 나의 아버지와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와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노릇을 한꺼번에 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냐.
-오감도, 시 제3호-
싸움하는 사람은 즉 싸움하지 아니하던 사람이고 또 싸움하는 사람은 싸움하지 아니하는 사람이었기도 하니까 싸움하는 사람
이 싸움하는 구경을 하고 싶거든 싸움하지 아니하던 사람이 싸움하는 것을 구경하든지 싸움하지 아니하는 사람이 싸움하는 구
경을 하든지 싸움하지 아니하던 사람이나 싸움하지 아니하는 사람이 싸움하지 아니 하는 것을 구경하든지 하였으면 그만이다.
-오감도, 시 제9호-
매일같이 열풍이 불더니 드디어 내 허리에 큼직한 손이 와 닿는다. 황홀한 지문 골짜기로 내 땀내가 스며들자마자 쏘아라. 쏘으
리로다. 나는 내 소화기관에 묵직한 총신을 느끼고 내 다문 입에 매끈매끈한 총구를 느낀다. 그러더니 나는 총쏘듯이 눈을 감으
며 한 방 총탄 대신에 나는 참 나의 입으로 무엇을 내뱉었더냐.
-오감도, 시 제10호-
찢어진 벽지에 죽어가는 나비를 본다. 그것은 유계에 낙역되는 비밀한 통화구다. 어느날 거울 가운데의 수염에 죽어가는 나비
를 본다. 날개 축 처진 나비는 입김에 어리는 가난한 이슬을 먹는다. 통화구를 손바닥으로 꼭 막으면서 내가 죽으면 앉았다 일
어서듯이 나비도 날아가리라. 이런 말이 결코 밖으로 새어나가지는 않게 한다.
-오감도, 시 제12호-
때묻은 빨래조각이 한뭉텅이 공중으로 날아 떨어진다. 그것은 흰 비둘기의 떼다. 이 손바닥만한 조각 하늘 저편에 전쟁이 끝나
고 평화가 왔다는 선전이다. 한 무더기 비둘기의 떼가 깃에 묻은 때를 씻는다. 이 손바닥만한 하늘 이편에 방망이로 흰 비둘기
의 떼를 때려죽이는 불결한 전쟁이 시작된다. 공기에 숯검정이가 지저분하게 묻으면 흰비둘기의 떼는 또 한 번 이 손바닥만한
하늘 저편으로 날아간다.
-오감도, 시 제13호-
내 팔이 면도칼을 든 채로 끊어져 떨어졌다. 자세히 보면 무엇에 몹시 위협당하는 것처럼 새파랗다. 이렇게 하여 잃어버린 내
두 개 팔을 나는 촉대를 세움으로 내 방 안에 장식하여 놓았다. 팔은 죽어서도 오히려 나에게 겁을 내는 것만 같다. 나는 이런
얇다란 예의를 화초분보다도 사랑스레 여긴다.
-오감도, 시 제14호-
고성 앞에 풀밭이 있고 풀밭 위에 나는 모자를 벗어놓았다. 성 위에서 나는 내 기억에 꽤 무거운 돌을 매달아서는 내 힘과 거리
껏 팔매질 쳤다. 포물선을 역행하는 역사의 슬픈 울음소리. 문득 성 밑 내 모자 곁에 한 사람의 걸인이 장승과 같이 서 있는 것
을 내려다보았다. 걸인은 성 밑에서 오히려 내 위에 있다. 혹은 종합된 역사의 망령인가. 공중을 향하여 놓인 모자의 깊이는 절
박한 하늘을 부른다. 별안간 걸인은 율률한 풍채를 허리 굽혀 한 개의 돌을 내 모자 속에 치뜨려 넣는다. 나는 벌써 기절하였다.
심장이 두개골 속으로 옮겨가는 지도가 보인다. 싸늘한 손이 내 이마에 닿는다. 내 이마에는 싸늘한 손자국이 낙인되어 언제까
지 지워지지 않았다.
이상의 시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는 <거울>이에요.
몇 달 전에 이상 전집을 사서 읽고 있는데,
소설은 그렇다 쳐도 시는 정말이지...-_- 너무 어렵습니다.
아니, 어렵다는 자체를 떠나서 '난해함'을 뛰어넘은 괴상함.
그나마 본문에 적은 시들은 정말 그나마 차근차근 읽어볼 수 있는 시들인데
<▽의 유희> 라던가 <3차각 설계도 -선에 관한 각서>, <오감도 시 제4호, 제5호, 제8호> 등등은
그야말로 눈으로 보는 것 조차 힘들 지경입니다-_-;;
게다가 본문에는 띄어쓰기를 해서 타이핑을 했는데 실제 작품을 보면 띄어쓰기는 거의 전무하죠..ㅠㅠ
혹자들은 한 두번 훑어 읽고 "이게 무슨 말이야? 이해 안돼? 이상이 천재? 완전 과대포장이네"
라고 쉽게들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여 감상이 이뤄지지 않은 채
성급하게 내리는 이같은 평가들은.. 사실 작가에 대한 모독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비록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대단히 불친절했던 이상이지만
과거의 형식을 전혀 빌리지 않고, 아예 새로운 '파격'으로 작품을 썼다는 점이나
아직까지도 화두에 오르는 논란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으로만 보아도 그 상징적 의미는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정말 이상의 시는 무언가 '있는 것' 같거든요.
저도 이상에 대한 신화적 이미지가 먼저 확립된 후에 그의 작품을 접한 대부분의 케이스 중의 하나이지만,
한국 문학사에 남아있는 이상이라는 명성에 기대지 않고 보더라도..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작품들이에요.
그 절정은 뭐니뭐니해도 <오감도 시 제1호> 겠죠.
어쨌건 만일 타임머신이 먼 후대에라도, 죽기 전에 발명된다면..
1930년대 그 때로 돌아가 이상과 한 번 그의 작품을 앞에 펼쳐놓고 열띤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
"13인의 아해가.. 무엇이오?"
첫댓글 저도 정말 궁금하긔 ㄱ-;; 이상 잡아다놓고 이건 무슨뜻이야. 그래? 다음! 이건또 무슨뜻이야!!! 그래서말하고싶은게뭐야!! 다 물어보고싶긔 ㄱ-;;
2222222222 도대체 띄어쓰기는 왜 안 한건데? 무슨 뜻인데? 뭘 말하고 싶은데?????
이상曰 "콜록! 콜록! 여.. 여보시오 아가씨, 대..대체 왜 왜이러시오..? 당신 누..누구요? "
3333333333조목조목 물어보고싶긔
이상 전집 읽다가 포기했어요 너무 어려웠음..
이상이랑 연애 한 번 해보고 싶다..... 어떤 사람일까.
날개를 읽었는데... 뭔가... 그냥 할말이 떠오르지 않았음..
전 그냥 막 착찹했어요. 좋지않은기분.
저는 '이런 시'라는 시를 좋아해요. 그나마 심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라서....^ㅡ^;; 다른 작품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냉기 때문에 차가운 사람일줄 알았는데 이 시 하나로 로맨티스트로 바뀌더라구요..... ㅠㅠ
저는 이런시 좋아하는데 없네용 ㅜ
중딩때 이상에 빠져서 한참 헤어나오지 못했었긔 ㅋㅋㅋ진짜 이상의 시를 읽고나면 기분이 묘해지긔
지금도 아방가르드한데 그당시엔 정말 엄청난 파격이었을거같긔;
이상 너무 좋음 ㅜ 전 이해하기보단 걍 느껴요. 걍 읽는 것만으로도 좋은 느낌 ? ㅋㅋㅋ
거울 시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