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단지보(邯鄲之步)
한단에서 걸음걸이를 배운다는 뜻으로, 제 분수를 잊고 무턱대고 남을 흉내내다가 이것저것 다 잃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邯 : 조나라 서울 한(阝/5)
鄲 : 조나라 서울 단(阝/12)
之 : 갈 지(丿/3)
步 : 걸음 보(止/3)
(유의어)
한단학보(邯鄲學步)
출전 : 장자(莊子) 추수편(秋水篇)
공손룡(公孫龍)은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조(趙)나라의 사상가(思想家)로, 자신의 학문과 변론이 당대 최고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장자(莊子)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변론과 지혜를 장자와 견주어 보려고 위(魏)나라의 공자 위모(魏牟)에게 장자의 도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장자(莊子)의 선배인 위모는 공손룡(公孫龍)의 의중(意中)을 알고는 안석에 기댄 채 한숨을 쉬고 하늘을 우러러 웃으면서 '우물 안의 개구리가 밖의 세상을 볼 수 없다'라고 말하고, 가느다란 대롱 구멍으로 하늘을 보고 송곳을 땅에 꽂아 그 깊이를 재는 꼴이라며 비웃었다.
그리고는 이어서 다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네는 저 수릉(壽陵)의 젊은이가 조(趙)나라의 서울인 한단(邯鄲)에 가서 그곳의 걸음걸이를 배웠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가? 그는 한단의 걸음걸이를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본래의 걸음걸이마저 잊어버려 엎드려 기어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는 걸세. 지금 자네도 장자에 이끌려 여기를 떠나지 않고 있다가는 그것을 배우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자네 본래의 지혜를 잊어버리고 자네의 본분마저 잃게 될 걸세." 이 말을 듣고 공손룡(公孫龍)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도망쳤다고 한다.
▣ 한단지보(邯鄲之步)
전국시대 조나라 사상가 공손룡(公孫龍)은 언변이 뛰어났다. 자신을 천하제일의 논객으로 자처한 그에게 장자(莊子)는 눈엣가시였다. 사람들의 입에 장자가 오르내리는 게 영 불편했다.
어느 날 위나라 공자 모(牟)를 찾아가 속마음을 털어놨다. 모(牟)가 우물 안 개구리 등의 비유로 그를 나무란 뒤 얘기 하나를 들려줬다. "자네는 조나라 수도 한단(邯鄲)에서 그곳 걸음걸이를 배우려던 시골 사람 얘기를 들어봤는가. 한단 걸음걸이를 채 익히기도 전에 고향 걸음걸이를 잊어버려 기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얘기 말일세. 자네가 이곳을 바로 떠나지 않으면 장자의 큰 지혜도 배우지 못하고 자네의 지혜마저 잊어버릴 걸세." 공손룡은 모(牟)의 말을 듣고 황급히 조나라로 돌아왔다. 장자(莊子) 추수편(秋水篇)에 나오는 얘기다.
한단의 걸음걸이, 한단지보(邯鄲之步)는 자신의 분수를 잊고 남만 따라하는 어리석음을 뜻한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우리 속담과 뜻이 같다.
들보로 성벽을 부수지만 구멍을 막을 수는 없다. 크기가 다른 까닭이다. 천리마는 하루 천길을 달리지만 쥐를 잡는 데는 고양이만 못하다. 재주가 다른 까닭이다. 역시 추수편에 나오는 이 구절은 '닮지 말고 너로 살라'는 장자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는다.
고대 로마 철학자 세네카는 "분주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처지가 딱하다. 그중 남의 걸음걸이에 자기 보조를 맞추는 자의 처지가 가장 딱하다"고 했다.
미국의 재즈피아노 연주자 델로니어스 몽크는 '천재는 가장 자기 자신다운 사람'이라고 했다. 천재가 아니더라도 자기 색깔로 사는 삶이 아름답다. 남을 닮기 위해 귀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자신의 이름으로 사는 데 그 시간을 써라.
▶️ 邯(땅 이름 감, 조나라 서울 한)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우부방(阝=邑; 마을)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甘(감)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邯(감, 한)은 ①땅의 이름 ②강(江)의 이름, 그리고 ⓐ조(趙)나라의 서울(한) ⓑ조(趙)나라의 수도(首都)(한)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중국 하북성 남서부 태행 산맥의 동쪽 기슭에 있는 도시를 한단(邯鄲), 한단에서 꾼 꿈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부귀영화는 일장춘몽과 같이 허무함을 이르는 말을 한단지몽(邯鄲之夢), 한단이라는 여관의 베개라는 뜻으로 인생의 덧없음과 영화의 헛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한단지침(邯鄲之枕), 한단에서 걸음걸이를 배운다는 뜻으로 제 분수를 잊고 무턱대고 남을 흉내내다가 이것저것 다 잃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한단지보(邯鄲之步), 한단에서 걸음걸이를 배운다는 뜻으로 자기의 본분을 버리고 함부로 남의 흉내를 내다가 두 가지다 잃음을 이르는 말을 한단학보(邯鄲學步) 등에 쓰인다.
▶️ 鄲(조나라 서울 단)은 형성문자로 郸(단)은 통자(通字), 郸(단)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우부방(阝=邑; 마을)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單(단)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鄲(단)은 ①조(趙)나라의 서울, 수도(首都) ②조(趙)나라, 나라의 이름 ③현(縣)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중국 하북성 남서부 태행 산맥의 동쪽 기슭에 있는 도시를 한단(邯鄲), 한단에서 꾼 꿈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부귀영화는 일장춘몽과 같이 허무함을 이르는 말을 한단지몽(邯鄲之夢), 한단이라는 여관의 베개라는 뜻으로 인생의 덧없음과 영화의 헛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한단지침(邯鄲之枕), 한단에서 걸음걸이를 배운다는 뜻으로 제 분수를 잊고 무턱대고 남을 흉내내다가 이것저것 다 잃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한단지보(邯鄲之步), 한단에서 걸음걸이를 배운다는 뜻으로 자기의 본분을 버리고 함부로 남의 흉내를 내다가 두 가지다 잃음을 이르는 말을 한단학보(邯鄲學步)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일컫는 말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말을 지남지북(之南之北),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이란 뜻으로 재능이 아주 빼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드러난다는 비유적 의미의 말을 낭중지추(囊中之錐), 나라를 기울일 만한 여자라는 뜻으로 첫눈에 반할 만큼 매우 아름다운 여자 또는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말을 경국지색(傾國之色), 일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결자해지(結者解之), 알을 쌓아 놓은 듯한 위태로움이라는 뜻으로 매우 위태로운 형세를 이르는 말을 누란지위(累卵之危), 어부의 이익이라는 뜻으로 둘이 다투는 틈을 타서 엉뚱한 제3자가 이익을 가로챔을 이르는 말을 어부지리(漁夫之利), 반딧불과 눈빛으로 이룬 공이라는 뜻으로 가난을 이겨내며 반딧불과 눈빛으로 글을 읽어가며 고생 속에서 공부하여 이룬 공을 일컫는 말을 형설지공(螢雪之功),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봄을 이르는 말을 역지사지(易地思之), 한단에서 꾼 꿈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부귀영화는 일장춘몽과 같이 허무함을 이르는 말을 한단지몽(邯鄲之夢), 도요새가 조개와 다투다가 다 같이 어부에게 잡히고 말았다는 뜻으로 제3자만 이롭게 하는 다툼을 이르는 말을 방휼지쟁(蚌鷸之爭),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풍수지탄(風樹之歎), 아주 바뀐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 또는 딴 세대와 같이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비유하는 말을 격세지감(隔世之感), 쇠라도 자를 수 있는 굳고 단단한 사귐이란 뜻으로 친구의 정의가 매우 두터움을 이르는 말을 단금지교(斷金之交), 때늦은 한탄이라는 뜻으로 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친 것이 원통해서 탄식함을 이르는 말을 만시지탄(晩時之歎), 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을 믿게 한다는 뜻으로 신용을 지킴을 이르는 말을 이목지신(移木之信), 검단 노새의 재주라는 뜻으로 겉치례 뿐이고 실속이 보잘것없는 솜씨를 이르는 말을 검려지기(黔驢之技), 푸른 바다가 뽕밭이 되듯이 시절의 변화가 무상함을 이르는 말을 창상지변(滄桑之變),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라는 뜻으로 범을 타고 달리는 사람이 도중에서 내릴 수 없는 것처럼 도중에서 그만두거나 물러설 수 없는 형세를 이르는 말을 기호지세(騎虎之勢), 어머니가 아들이 돌아오기를 문에 의지하고서 기다린다는 뜻으로 자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르는 말을 의문지망(倚門之望), 앞의 수레가 뒤집히는 것을 보고 뒤의 수레는 미리 경계한다는 뜻으로 앞사람의 실패를 본보기로 하여 뒷사람이 똑같은 실패를 하지 않도록 조심함을 이르는 말을 복거지계(覆車之戒) 등에 쓰인다.
▶️ 步(걸음 보)는 ❶회의문자로 歩(걸음 보)의 통자(通字)이고, 歨(걸음 보)는 동자(同字)이다. 止(지)는 발의 모양으로, 옛 자형(字形)은 오른쪽을 향한 것이나 왼쪽을 향한 것이 같았다. 步(보)는 止(지)를 포갠 것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것을 말한다. 옛날엔 큰 길을 나타내는 行(행)을 붙여서 쓰는 자체도 있었다. ❷회의문자로 步자는 '걸음'이나 '걸어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步자는 두 개의 止(발 지)자가 위아래로 결합한 모습이다. 지금의 步자는 마치 止자와 小(적을 소)자를 결합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래에 있는 획은 止자가 변형된 것이다. 步자의 갑골문을 보면 길게 삐져나온 엄지발가락이 좌우로 함께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람이 걷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步자는 '걸음'이나 '걸음걸이'를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이다. 그래서 步(보)는 (1)거리를 재는 단위의 하나로, 주척(周尺)으로 여섯 자 (2)평(坪) (3)거리를 발걸음으로 재는 단위로 한 발짝 뛰어 놓을 때 발과 발 사이. 걸음 등의 뜻으로 ①걸음, 걸음걸이 ②보(거리의 한 단위) ③행위(行爲) ④운수(運數), 시운(時運) ⑤보병(步兵) ⑥처하다 ⑦나루터 ⑧걷다, 걸어가다 ⑨뒤따르다 ⑩천문을 재다, 헤아리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도보로 전투하는 병정을 보병(步兵), 힘차고 씩씩하게 걷는 걸음을 보무(步武), 걸음걸이의 모양을 보태(步態),걸음의 발자국과 발자국 사이의 거리를 보폭(步幅), 걸음을 걷는 법을 보법(步法), 사람이 두 다리로 걸어가거나 걸어오는 것을 보행(步行), 사람이 다니는 길을 보도(步道), 걸음걸이의 속도나 모양을 보조(步調), 남에게 좌석이나 길이나 물건 따위를 사양하여 물러나는 것을 양보(讓步), 더욱 발달함 또는 차차 더 좋게 되어 나아감을 진보(進步), 보행의 첫걸음 또는 학문이나 기술 등의 첫걸음을 초보(初步), 제자리에 서서 하는 걸음을 답보(踏步), 활개를 치고 거드럭거리며 걷는 걸음을 활보(闊步), 뒤로 물러감으로 후퇴를 퇴보(退步), 바람을 쐬기 위하여 이리저리 거닒을 산보(散步), 어떤 목적지까지 걸어서 가거나 다녀옴을 행보(行步), 타지 아니하고 걸어감을 도보(徒步), 걸음걸이가 씩씩하고 버젓하다는 말을 보무당당(步武堂堂), 한단에서 걸음걸이를 배운다는 뜻으로 제 분수를 잊고 무턱대고 남을 흉내내다가 이것저것 다 잃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한단지보(邯鄲之步), 날로 달로 끊임없이 진보 발전함을 이르는 말을 일진월보(日進月步), 일곱 걸음에 시를 짓는 재주라는 뜻으로 시를 빨리 잘 짓는 재주를 이르는 말을 칠보지재(七步之才), 상대방 또는 남에게 한 걸음도 양보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일보불양(一步不讓), 작은 소리로 읊조리며 천천히 거님을 이르는 말을 미음완보(微吟緩步)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