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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드디어, 시험도 끝나고 윤시현이도 갈 날이 코앞이구나.”
술집이 아닌 지훈인놈 자취방에 다들 모였다. 내 방은 짐정리다 뭐다 해서 어수선했기 때문에 이쪽으로 약속을 잡았다. 다들 시험이 끝난 것을 축하함과 동시에 내 송별회 중이었다. 처음에 내가 간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준경이에겐 등짝을 얻어맞고 10일간 연락이 끊겼다. 형우오빠는 많이 섭섭해 했다. 지훈이놈은 끝없이 걱정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첫 마디는 축하한다였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2년이나 떨어져있어야 한다는 것이 가슴아팠지만..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기에 애써 웃었다.
“후내년에 여행갈테니까 경비 마련해놓고 기다리고 있어.”
형우오빠가 샴페인을 따라주면서 말했다. 터트리느라 반병도 채 남지 않은 샴페인이었다.
“그럼요, 꼭 와요. 그런데, 오빠 취업은 안 할 거예요? 그때는 취직해서 회사다니느라 정신없어야 할텐데 말이죠.”
오빠잔에 마주 짠~ 하고 건배를 하고는 샴페인을 한모금 들이켰다. 알코올이 살짝 느껴졌지만 달콤했다.
“뭐, 그건 나중에 알고 볼일이고. 아무튼 여름 휴가를 유럽에서 보내겠다.”
호탕하게 웃으면서 다시금 건배를 해왔다. 뭐 알아서 하세요 라며 다시금 한 모금 마셨다.
“나도, 난 휴학할거니까. 이 언니를 기다리고 있거라. ”
준경이가 어깨에 손을 턱하니 올리며 말했다. 내 잔에 알아서 짠~ 하더니 홀짝홀짝 마셨다. 아무튼 이젠 화가풀려 다행이기도 했다. 정말...다음주엔 떠나니까..
“오냐, 목빠져라 기다리고 있을게.”
“윤시현 인기많네, 넌 내 가이드나 해라. 너 잘하고 있나 감시하러 가야지.”
지훈이 놈도 어느새 다가와 앉았다. 걱정을 담은 손길로 내머리를 톡톡 가볍게 쓰다듬었다.
“너 보러 갈테니까. 공부열심히 하고 있어.”
선배가 내 곁으로 다가와 살짝 어깨감싸 안아주었다. 이렇게 좋은사람들과 2년동안이나 헤어져 있어야 하는것이 슬펐지만.. 그래도 잠깐의 헤어짐후 또 오랫동안 함께 있을수 있을테니까.. 눈이 내 마음을 배신했다. 해맑게 웃어주고 싶었는데 눈가에 눈물이 송글송글 떨어졌다.
“으구~. 잘해낼 수 있을거다. 넌 너 스스로 잘해낼거야. 지금 처럼만 해.”
형우오빠도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지훈이 놈은 말없이 나를 안아 주었고 연후선배는 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준경이도 내 팔을 쓰다듬어 주었다. 이런 말없는 따스함이 내 눈물샘을 더욱 자극했나보다.
“그만 울어, 뭐하는 짓이냐. 아~ 오늘의 2차는 이모네 갈까? 그때 그 바닷가.”
형우오빠가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에 나도 울면서도 어쩔수 없이 웃음을 터트려야만 했다. 오빠의 말대로 다들 가려는지 집안을 차곡차곡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다들 차를 타고 신나게 가고 있었다. 오늘은 형우오빠도 아버지차를 빌려왔기 때문에 형우오빠 차를 타고 가고있었다. 형우오빠는 차를 좀 험하게 몰았다. 레이서기질을 마구발휘하면서 달리는 통에 다들 목숨질 처럼 안전밸트를 착용하고 손잡이 까지 꽉잡고 있었다.
“역시 밤에 이렇게 달려줘야 한다니까. 차도 얼마 없고 길이 빵빵 뚤렸잖아.”
형우오빠만 신이나서 마구 가속페달을 밟았댔다. 형우오빠 옆자리에 앉은 지훈이놈도 잔뜩 쫄아서 옆자리에 앉아있었다. 1시간이 넘는 거리를 30분만에 돌파했다. 다들 얼마나 팔에 잔뜩 힘을 줬던지 도착하자마자 쓰러지듯이 차에서 탈출했다.
“돌아갈땐....오빠가 운전해요.”
연후선배에게 거의 매달리다 시피해서 겨우 몸을 지탱했다. 선배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몸을 추스르고는 이모네로 향했다. 겨울이지만 아직까지 불이 켜져있었다.
“아고, 그때 그 학생들 왔네, 다들 앉어. 저쪽이 제일 따뜻해.”
이모님이 용케도 우리를 기억해 주셨다. 그때 이후로 다들 운동한다 뭐다 하면서 바빠서 오지 못했다. 오늘정말 제대로 팔아줘야겠다는 일념하나로 이모님이 계속 날라다주시는 소주를 키핑해두었다. 안주도 얼마나 넉넉하게 가져다 주시는지 넘칠 판이었다.
“그때, 돈을 뭣을 그렇게 많이 두고갔어? 오늘 안주 많이 줄테니까 많이 먹고가.”
더 이상 놓을 자리도 없는데 또다시 계란말이를 턱하니 손에 쥐어주시고는 다시 주방으로 사라지셨다.
“이야~ 이걸 언제 다먹냐.”
상가득 쌓인 음식을 보며 다들 헛웃음을 터트렸다. 일단 겹겹이 쌓인 음식부터 해치워야 겠다는 일념으로 다들 일단 음식부터 먹기시작했다.
“이렇게 먹기만 하다가 술은 언제 먹냐, 자 한잔하자.”
형우오빠가 사이다가 담긴잔을 올리며 건배를 했다. 연후선배도 물잔이 담긴 잔을 들어 건배를 했다. 형우오빠가 운전하는 차를 타지않겠다고 시위를 한 덕분에 연후선배는 물과 음식만 먹어야 했다.
“어른되서 와라.”
형우오빠가 나에게 술을 한가득 따라주면서 말했다. 그대로 들이켰다. 알싸한 소주가 목을타고 내려갔다. 얼른 얼음물을 들어 마셨다.
“힘들면 언제든 전화해. 착신으로 해도 용서하마.”
지훈이 놈이 이번엔 맥주를 가득 따라서 주었다. 그 잔 또한 쭉~ 들이켰다.
“곧 따라갈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준경이는 소맥을 만들어서 주었다. 한번에 쭉 들이켰다.
“아프지마. 연락자주하고.”
연후선배는 얼음물이 담긴 잔을 주었다. 그 잔도 원샷. 그렇게 몇 번을 돌고 돌아 도대체 몇잔을 마신건지도 모르게 연거푸 술을 마셨다. 서서히 잠이왔다. 정신을 깨려고 열심히 노력해 봤지만 전혀 도움이 안되었다. 결국 선배의 어깨에 그대로 기대었다. 모두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넌 괜찮냐? ”
형우가 자신의 품안에 잠든 시현을 보며 말을 했다. 형우의 말에 준경이와 지훈이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했다.
“괜찮아. 별 수 있냐? 기다려야지.”
뭐라뭐라 웅얼거리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곧 다시 조용히 잠드는 아이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들었다.
“아무튼 오빠나 시현이나. 대단해요. 저 소심한애가 그런일을 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워요.”
준경이 아직도 못믿겠는지 고개를 살레살레 흔들며 술을 들이켰다. 평소성격이라면 생각하고 또 생각한 끝에 우리에게 고민상담을 하고 결정을 할 아이니까.. 모두에게 숨기고 혼자서 그 많은 일을 다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나 보다. 나도 처음엔 놀랐으니까...
“윤시현이니까. 이해는 해요. 한번씩 엄청난 일을 혼자서 결정해서 확 터트리니까. 거기서도 헤헤거리면서 잘 지낼 녀석이예요. 걱정은 되지만 적응력 하나는 끝장나잖아요.”
지훈이 녀석이 아이를 두둔했다. 우리중 가장오랜시간을 함께했고 그만큼 아이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놈이니.. 저런 반응도 놀랍진 않았다.
“2년 금방인데 뭐. 잠깐씩 갔다올거고.”
새근새근 숨쉬는 아이의 숨결에서 알싸한 소주향이났다. 이렇게 아이같은데... 소주향이 난다니... 몸만 어른인 아이.. 그 아이가 이젠 정말 어른이 되려고 하는 것이니... 지켜봐 주어야했다. 고난이 클수록 견뎌낸후의 아이는 더 눈부시고 아름다울 것이다.
“돈 열심히 벌어야겠네요. 비행기값 장난아닐텐데.”
준경이 장난스레 말을했다. 아마도 내 말이 농담이라고 생각하나 보았다.
“저녀석 아버지가 공항에서 일해. 가족할인 대폭 받아.”
“그럼 뭐. 오빠도 믿는 구석이 있으니 보내는거죠. 아무튼 저거저거 걱정이긴해도.. 잘해낼거예요.”
“그래, 잘하겠지. 믿는 수밖에.”
아이를 안은 자세를 고치면서 말했다. 그래, 믿는 수밖에... 따뜻한 곳이라해도 찬기운이 자꾸 느껴지는지 품안으로 파고들었다. 지훈이의 목도리를 받아서 몸에 둘러주었다. 이제 얼마후면 내 품을 떠날 아이... 더 아름답게변해 다시 내 품으로 돌아오겠지....
드디어 떠나는 당일이 되었다. 집에서 보낸 몇일 말고는 항상 선배와 함께 있었다. 징글맞다 싶을 정도로 같이 있었다. 선배가 데려다주겠다는걸 말리곤 부모님과 함께 공항으로 가는 길이었다. 아침비행기라 새벽부터 출발해야했다. 차가운 겨울 고속도로는 한산하고 조용했다. 2시간가량 일찍도착해 버린 공항은 불이꺼진채였다. 크리스마스트리만이 빛을 밝히고 있었다. 아직 직원들이 오지 않은 공항에서 아빠는 주차를 하러 가시고, 엄마와 둘이서 의자에 앉았다.
“가서.. 잘먹고, 아프지말고. 아프면 약챙겨간거 있지? 그거 잘 챙겨먹고.”
쿨하신 분인데 눈가가 촉촉해져있었다. 평소엔 호탕하게 웃으며 인사했겠지만 2년이라는 기간이 엄마의 눈시울을 적셨나보다.
“알겠어. 걱정하지말고.. ”
“돈 부족하면 무조건 연락해. 알겠지? 잘먹어. 그렇다고 아무거나 덥썩덥썩 주어먹지말고. 잘 채하는애가... 걱정이다.”
내 손을 꼭잡으며 계속해서 주의사항을 나열했다. 어두울땐 다니지마라. 항상 주의를 경계하고 조심해라. 아무나 믿지마라. 조심 또 조심해라....
“자주 연락할게. 이렇게 인터넷전화기도 가지고 가잖아. 엄마가 매실액기스도 두통이나 챙겨줬잖아요. 걱정마세요. 도착하자마자 전화드릴거구요. 2달동안은 한국인부부랑 같이 생활하고, 그다음1년은 기숙사생활하니까. 걱정하지마요.”
엄마손을 꼭 잡아주었다. 주차를 다 하신건지 아빠가 공항안으로 들어오셨다. 아빠와 함께 비행기 승객들이 우르르들어왔다. 그러더니 어느새 공항이 시끌해졌다. 공항직원들도 한 두명 오기 시작했고, 귀가약한나로선 날개에서 가장 먼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싼 비행기표를 예매하느라 일본에서 경유를 해야했다. 짐도 다 붙이고 여권가방과 기타세면도구가 든 가방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들어가기전에 아빠와 포옹을했다. 이렇게 포근하고 안전한마음이 드는 아빠품을 2년이나 벗어나있어야 한다는게 겁이났지만 그래도 눈물을 꾹 참았다.
“조심히 다녀올게요. ”
“그래, 연락자주하고 아프지말거라. 그만들어가봐.”
엄마와 다시한번 짧게 포옹을하고는 입국장으로 들어섰다.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고 문이 닫혔다. 그리길지 않은 입국심사를 마치고 안으로 들어서니 면세점도 아직 준비중이었다. 탑승을 기다리면서 근처 의자에 앉아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얼마가지 않아 선배가 전화를 받았다.
-“응, 입국심사 다 했어?”
-“네, 탑승시작 안해서 기다리고 있어요.”
선배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낮게 울렸다. 주위에도 떠나기전 통화를 하는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다들 면세점을 둘러보기도 하고 가기전 짐을 체크하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많아? ”
-“네, 여행객들이 많네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을지 몰랐어요.”
-“그래, 겨울에도 여행객들이 많아. 기내에 물건 많이 들고가면 너 경유할 때 피곤해, 짐은 많이 안챙겼지?”
-“네, 간단한 손가방이요. 노트북은 챙겨야해서... ”
-“그래, 곧 탑승시작하겠네.”
선배의 말대로 탑승시작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느긋하게 움직였다. 일찍 들어간다고 일찍출발하는 것도 아니라서 천천히 자리를 잡았다. 선배의 목소리를 더 듣고싶은 욕심이 크기도했다.
-“탑승하고, 일본에 도착하면 문자할게요. 오빠.”
-“그래, 너 비행기 타자마자 일단 자. 작은비행기라서 많이 흔들릴거야.”
-“네, 오빠. 고마워요.”
-“그래, 문자해.”
선배의 목소리를 들으며 전화를 끊었다. 얼른 눈물을 닦아내고 친절한 승무원언니의 인사를 받으며 기내에 들어섰다. 다행히 복도쪽자리고, 이미 안쪽에는 사람들이 자리잡고있어서 노트북은 올려놓고 앉았다. 이제 정말... 선배를 떠난다. 한국도 떠나고... 안녕.. 곧 다시보자.
32.
-“이번에 지훈이랑 나랑 가는거 알지? 너한테는...”
노트북밖으로 준경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1년이 넘었고 여름인 요즘은 바캉스기간이었다. 어렵게 이번 한달은 나도 쉬기로 해서 느긋했다. 1년전 2달동안 하숙했던 집에서 다시 1달간 생활하고 있었다.
-“알았다니까. 아무튼 다들 올때마다 난리라니까.”
대충 대답을 하면서 이불을 뒤짚어 썼다. 잠이 마구마구 오는데도 준경이와 통화하려고 참고있었다.
-“야! 너 까먹음 죽는다! 이제 타야된대. 가서보자.”
미약하게 지훈이의 그만좀하고 끊으라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와동시에 전화가 끊겼다.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얼른 노트북을 끄고는 잠을 청했다. 오후 4시쯤 도착할테니 느긋하게 준비해도 된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일찍 나와있었네~”
엄청난 짐을 끌면서 나에게로 다가오는 친구들을 보며 웃지않을 수 없었다. 준경이는 가볍게 팔랑팔랑 다가오는데 지훈이놈만 울상이었다. 그 많은 짐을 실은 카트를 끌고와야하니... 먼저 준경이와 가볍게 포옹을 하고 바로 지훈이 놈을 안았다. 몸이 더 탄탄해 지고 키도 더 큰듯했다.
“보고싶었어.”
큰손으로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며 지훈이가 말했다. 나도 한껏 웃으며 나도 라고 대답했다. 마음씨 착한 하숙집아저씨가 우리를 태워주신다고 하셔서 저 많은 짐을 가지고 Roissy를 타고 다시 지하철을 타야하는 수고는 덜었다.
“시현학생 친구들이지? 하하 한창 더울때 왔어. 얼른 타. 장시간 비행해서 피곤들 하지?”
아저씨가 넉살 좋게 웃으시며 짐싣는것도 도와주셨다. 공항을 빠져나와 도로를 달리니 아직까지 쨍쨍한 태양이 내리쬐고있었다. 유럽은 밤 10시가 되어서야 해가 진다.
“감사합니다. 시현이 엄청 먹죠? 그래서 저희가 식량을 좀 공수해왔죠.”
지훈이 놈은 1년 반 만에 보는데도 깐족대고 있었다. 준경이도 도로에서 스쳐지나가는 풍경이 우리나라와 다르다보니 신기한 눈빛으로 보고있었다.
“하하, 시현학생 덕분에 우리가 얼마나 자주 웃는다고. 그리고 하숙도 예전보다 더 잘되고. 어찌나 홍보를 하고 다니는지. 내 특별히 친구들 온다고 방도 미리 빼놓고 있었지. ”
아저씨의 말에 다들 하하하 웃고말았다. 에펠탑근처 7구에 위치하고 있는 곳이였다. 옛날 엘리베이터를 처음 보는지라 다들 신기해하면서 타고 올라갔다. 짐이 너무많아서 한참을 엘리베이트를 잡고있어야해서 위에서 기다리는 이웃에게 미안함의 인사를 해야만 했다. 지훈이놈은 다른방으로 가고 준경이는 내가 지금 생활하는 방으로 왔다. 대충 짐정리를 마치고는 거실에 다같이 모였다. 주인아주머니가 아이스크림이며 과일을 잔뜩 내주셨다.
“아, 맞다. 이상자는 라면이구요, 이쪽 상자는 고추장이라 김이랑 통조림이예요. 김치는 따로 진공포장했구요. 선물겸 내물이죠.”
커다란 상자두개를 이모님께 지훈이놈이 드리며 말했다. 거절하는데도 들이미는 지훈이놈 때문에 이모님도 웃으시며 더 잘해줘야겠네 하셨다.
“피곤하지?”
“응, 죽겠다. 참, 있어봐.”
과일을 먹던 준경이 갑자기 방으로 달려갔다. 그모습에 지훈이 놈도 갑자기 방으로 달려가더니 둘다 손에 무언가를 들고 나타났다.
“이건 연후오빠가 전해주래.”
연후선배와 준경이, 지훈이, 형우오빠가 함께한 사진들 그리고 연후선배, 그리고 부모님까지 담긴 사진첩과 선글라스, 꽃모양의 형태로 큐빅이 박힌 금속체인 팔찌, 그리고 썬크림, 썬팩트까지 있었다. 그리고 지훈이가 건네준 것에는 형우오빠의 선물인듯한 편지와 비키니였다.
“비키니는 뭐야?”
내가 어이없어 하면서 물으니 지훈이놈은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고 준경이는 마구마구 웃어댔다.
“큭큭,, 그거 내가 골라준거야. 아.. 미치겠다. 오빠가 너랑 해변가서 그거 입히고 사진찍어오래서. 연후선배 생일 선물이라나. ”
“아무튼, 형우형은 못말린다니까. 참. 이건 너 보고 꼭읽고 실천해 달라더라.”
지훈이놈이 건넨 쪽지엔 선배가 사서 지훈이편에 보내달라는 목록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사진이야기가 농담이 아닌듯 메모리카드까지 있었다. 벨기에산 수제초콜릿, 이탈리아에서는 가죽지갑, 별별특산품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봉투엔 심지어 돈까지 있었다. 유로를 가득 바꿔서 보낸 듯했다. 추신으로 부족한돈은 니가 보태라는 내용도 있었다. 아무튼 형우오빠 답다면서 웃었다. 연후선배도 편지를 써서 보냈다.
‘우리시현,
메일로만 쓰다가 오랜만에 글로써 물론 프린트했지만 알지? 악필인거..
생일선물겸 크리스마스선물 겸이야.
더운곳에서 살타서 고생하지 말고, 사진많이 찍어서 보내.
형우가 메모리카드 보냈을 거야.
이제 반년남았네.. 작년 겨울도 함께 했었는데 보고싶다.
아프지말고 건강해야해. 사랑해 -너의 연후’
선배의 편지에 웃음이 지어졌다. 너무 보고싶다.
“어후~ 닭살. 겨울에 선배 왔다가지 않았냐? ”
선배편지를 보며 웃음짓는 나를 보며 준경이가 눈꼴시리다는 듯이 말했다. 준경이는 이번여행을 끝으로 9월부터는 바로 아카데미를 들어간다. 몇일간은 아카데미에 가서 수속할게 있어서 바쁠터였다. 지훈이는 여행으로 온 것이고. 그러므로 당분간 지훈이는 내 차지였다.
“그래도.. 지금 벌써 7월이니까.. 아~ 5달후면 선배 볼 수 있겠다.”
“연후형님 작년에도 세 번은 오지않았냐? 너 가고 2월달 너 생일날 깜짝선물로 왔었고, 여름에 방학하고 한번왔었고, 겨울엔 한달간 왔다갔잖아. ”
지훈이놈도 웃긴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선배는 정말 아버지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그덕에 세 번이나 왔다갔다. 올해는 선배가 인턴으로 일했던 회사에 취업이 된터라 아직 한번도 보지 못했다. 선배 선물로는 열심히 번 돈으로 시계를 사서 보내주었다.
“응, 그래도 보고싶은건 어쩔 수가 없네...”
“어우~ 닭살. 화상통화로 자주 통화하잖아. 아무튼 이렇게 같이 여행하는건 오랜만이네, 좋다.”
준경이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둘다 어느정도 쉬고있다보니 어느새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이모님이 부르셔서 다들 주방으로 향했다. 워낙 음식 솜씨가 좋다보니 음식이 가득 올라와 있었다. 허겁지겁 먹고 나니 산책을 하자며 밖으로 나섰다. 근처 Champ de Mars 공원이 있어서 그쪽으로 향했다. 에펠탑쪽으로 가까워 질수록 여행객들이 더욱 붐볐다. 아직 해가 쨍쨍한지라 공원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좋긴 좋다. 벌써 7시가 넘었는데 아직까지 밝네. 이야~ 좋다. 에펠탑도 바로 보이고.”
지훈이놈이 커다란 에펠탑을 보며 말했다. 그 주위엔 항상 비가오나 눈이오나 있는 흑인들이 열쇠고리를 팔고있었다. 걸오오면서 사운 맥주를 홀짝이며 마시며 잔디에 앉았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늘에 있어서 더위도 많이 가셨는데 바람까지부니 시원해지는 듯했다.
“길거리에 말똥이 뭐가 이렇게 많냐. 윽... ”
준경이 길위로 늘어선 말똥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파리에서 가장많이 보는것이 아마 개똥, 말똥일 것이다. 말똥은 말을탄경찰들의 흔적이다. 말이 걸어가면서 똥을 싸대도 신경도 안쓰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어쩔 수 없어. 아까 너가 같이 사진찍은 그말이 똥싼거야.”
“윽, 아무튼 좋다. 너희들 오니까. 막 기운이 솟는 것같아. 내가 가이드 확실하게 해줄게.”
확실히 기운이 솟는다. 몇 달후면 돌아가지만 준경이는 이제 여기서 1년을 보낼테니까. 역시 사람이 약이다. 이렇게 함께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니말이다.
몇일간은 정말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미리 기차표를 예매하고 온터라 발이 묶일일은 없었다. 2주간은 유럽을 돌며 보낼 예정이어서 간단히 배낭을 꾸려돌아다녔다. 하루종일 발이아프도록 돌아다니고 좌석이 없는 기차에선 다들 화장실앞에서 머리를 맞대고 자기도했다. 야간열차는 너무 불편해서 삭신이 쑤셨고 말이다. 확실히 지훈이와 함께 있으니 도둑이 덜 들끌긴 했지만 도둑도 몇 번 마주쳤지만 워낙 어설픈 실력이 번번히 우리에게 걸렸다. 파리에 도착해서 하루쉬고 다시 떠난 곳은 니스였다. 민박집이 없어서 저렴한 호텔을 미리예약해두었다. 가격도 생각보다 싼가격이었고 조식도 제공되었다. 형우오빠가 선물한 비키니를 입고 그위에 짧은 반바지와 셔츠를 입었다. 지훈이놈은 드디어 자신의 헬스의 결과를 나타내보인다며 과감하게 상의 탈의를 한 상태였다. 누드비치는 차마 서로 부끄러워 못갔지만 해변은 사람들로 붐볐다. 역시 해외라 그런지 다들 비키니하나만 달랑입고도 당당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해변에 자리를 잡고 있노라니 이것저것 잊고온 것이 있어서 호텔로 향했다. 물건을 대충 챙겨 로비로 나서니 선배와 닮은 뒷모습이 보였다. 자주 그런터라 선배를 떠올리며 미소를 짓고는 문을 잡았다.
“Excuse-moi. (실례합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들 설 연휴는 잘 보내셨는지요?
전 설연휴동안 얼굴이 통통해졌답니다...
집으로 가기전에 한편더 올리다는게....못올리가 가서..
집에서 얼마나 전전긍긍했던지...
이번엔 부모님이 오랜만에 가족이 다 모였다고 계속 붙잡으셔서..
9일만에 집에 왔답니다.
연휴동안 참 일이많았어요..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정신이 없었구요..
올 한해...그래고 올해 1월 참으로 다사다난하네요..
아직 올해가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두명의 사람을 잃었습니다.
죽음이라는게...정말...허무하네요...
그리고 주위사람을 다시한번 돌아보자는 다짐을 또 한번 하게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주위사람들에게 자주 연락하세요..
그리고 한번 살다가는 인생 착실히.. 그리고 원하시는 일 즐기면서 살아요 우리!
행복하게 항상 사소한 것에 행복하고 감사하고 즐기면서 살아요!
사랑합시다
항상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업쪽을 원하시면 댓글에 'b'를 달아주세요!
첫댓글 b 업쪽을 원해요!
*날씨가 추워지네요...ㅜ 봄은 언제 오련지..
b 이번편도 재미있었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 봄이 얼른 왔으면 좋겠어요. ^^
b 재밌어요~ 시현이 너무 부러워요 ㅠ
*그러니까요~ 저도 너무 부럽답니다. ㅠㅠㅠㅠ
b 부럽다 ㅠㅠ
*저도 너무 부러워요. 아우~ 여행이 너무 가고싶어요!
b 어머 정말 선배인가여!
*오늘 글을 읽어보면 알 수 있겠죠?^^
연후가 온거 아닐까욤 ㅎㅎ
* 오늘 올라온 새 글을 확이하면 알 수 있답니다 ^^
b연후....ㅋㅋㅋ반가워!
*연후가 드디어 나왔네요. ^^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