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원로회의에 이어 중앙종회까지 이른바 '봉은사 사태'의 진화에 나섰다. 종단의 최고 권위를 가진 기관들이 전면에 나선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입증한다. 이들 기관과 총무원이 지적하는 요체는 "본질을 벗어났다"는 주장이다.
원로회의 의장 종산 대종사를 비롯한 원로회의 의장단은 24일 간담회를 열고 봉은사 직영지정과 관련해 “종헌종법에 따라 봉은사가 직영으로 지정됐고, 이는 종단의 포교사업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며 “여법하게 행정절차들이 마무리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의장단은 또 “종단 내부문제인 직영사찰 지정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안 된다”고 깊은 우려를 나타내며 “조속한 시일 내에 모든 문제가 마무리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원로회의가 종단 현안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절박하게 사부대중을 꾸짖은 것이다.
중앙종회는 25일 성명서에서 합법적인 절차에 의한 의결인데다 이미 2005년 169회 정기회에서도 지정에 관해 건의 및 결의했으므로 외압은 있을 수도 없고, 외압 주장은 중앙종회의 권위와 의원들의 자주성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중앙종회는 또 일부 언론과 정치권이 정쟁의 대샃으로 삼는 행위에 대해서소 "심히 우려하고 있다"며 "종도들의 뜻을 존중해 현재의 언행의 자제하고 중앙종회의 민주적 절차와 의결에 대한 훼손을 즉각 중단하기를 바란다"고 표명했다.
중앙종회는 그러면서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 승인을 의결한 결정에 따라 집행을 차질없이 진행해야 할 것도 주문했다. 명진 스님, 언론, 정치권 등을 직접 겨냥해 "시시비비할 가치도 없는 주장으로 일반 사회의 곡해를 부추겨 중앙종회는 물론 종단 전체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행위가 계속된다면 더 이상 중앙종회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고 엄포를 놨다.
언론과 정치권이 불교계 내부의 사태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현상에 대한 질타는 시의적절했다. 그러나 중앙종회는 외부에서 보는 이 사태의 핵심이자 본질인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좌파 스님, 운동권 스님' 운운에 대한 비판은 단 한글자도 하지 않았다. 불교 내부에서야 직영사찰 전환에 집중할 수밖에 없겠으나 이 문제는 이미 세속의 이슈가 돼 버렸다.
정치권이 논쟁하는 것은 직영사찰 지정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안다. 자연인이 아닌 집권여당의 대표가 조계종의 수장, 나아가 대한민국 최대 종단 종파의 총무원장에게 한 발언의 사실 여부가 관건이다. 안 대표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 자리에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총무원장 스님의 언행에 대해 질타했어야 한다. 안 대표의 공개참회와 재발방지책을 요구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번 중앙종회의 성명은 단 한 문장도 안 대표 발언의 진위나 책임소재를 따지지 않았다. 이는 또 다른 합종연횡의 산물이다는 평을 자초할 수 있다. 안 대표의 발언을 질책하지 못하니 외압설 소리를 듣는 것이다. 질질 끌려가며 예산을 위해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봉은사 명진 스님의 반발이 꽤 오래 지속 중이다. 총무원장 스님은 안 대표의 말을 직접 들은 당사자다. 안 대표 발언의 진실여부를 밝히지 않으면 이 사태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미 <한겨레> 등의 언론은 "당시 안 대표 일행과 자승 원장이 나눈 이야기, 요구한 예산 지원의 내용,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추진의 모든 과정을 낱낱이 조사해 밝혀야 한다."며 "불교계 안팎에선 정치권과 조계종 총무원의 속사정이야 어떻든 외압성 발언이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이상, 당사자들이 진실을 밝히지 않을 경우, 국회청문회 등을 통한 진상규명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총무원은 직영사찰 지정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 명진 스님이 공개적으로 반발한지 벌서 3주째다. 언론 방송은 앞 다퉈 직영사찰 지정에 따라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봉은사의 당연직 주지가 된다는 점만 부각하고 있다. 이러니 일부 논객들은 공공연하게 '총무원이 봉은사를 접수했다'고 단언하는 것이다.
불교계는 안 대표의 발언과 직영사찰 지정을 철저히 분리대응해야 한다. 사실관계를 규명한 뒤 안 대표의 발언을 준엄하게 꾸짖고, 직영사찰 지정의 당위성을 설득력있게 알려야 하다. 시간을 끌면 모두 패자가 된다. 조계종이야 말로 사태의 '본질'을 짚지 못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계종과 불교계가 감내해야 할 몫이요 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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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무아미타불_()_
나무관세음보살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