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이를 헛먹었다 싶을 때가 있다.
특히 내 딸이나 아들보다 어린 친구들이 빛나는 업적을 일군 결과물을 대할 때
나는 왠지 나를 돌아보게 된다.
사춘기 시절부터 나는 '야망'이라는 단어를 특별히 좋아했었다.
내가 왜 유독 그 단어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나의 빈곳, 나의 모자람을
야망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마다 조금씩 채울 수 있을것만 같은 환상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 아이들이 어렸을 적 늘 말했었다.
"사람은 야망이 있어야 한다고... 단순한 꿈이 아니라 '야망'을 붙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마음속의 한 공간에 특별히 야망의 자리를 만들고 수시로 들여다보며 그것을 키우고 관리하라고....
꿈 보다 힘 있는 것은 '야망'이라고...."
그렇게 아이들을 닥달해 오며 나 역시 항상 치열한 전투태세로 이 삶을 엮어온 것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어쩌면 마음으로 늘 피곤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마음의 여유가 있게 되길 소망하지만 과거의 나는 늘 그렇게 야망에 쫓겨 살아왔다.
고맙게도 아이들은 그들의 야망을 마음에 품고 잘 살아가는 듯 하다.
내가 아는 지인 중에 프로 골퍼가 있다.
양용은 선수가 빛나는 승전고를 전할 때 그는 양용은 선수를 격찬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열심히 해서 양용은 선수처럼 빛나는 실적을 올려보라"고....
그는 내게 담담하게 말했다.
자신은 결코 양용은 선수를 이겨 내지 못할 것이며 또한 선수생활을 성공적으로 해내지 못할 것 같다고....
그래서 그는 아예 선수생활을 접고 골프코치를 해 볼 생각이 있다며 은근히 내게 상담을 해 왔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양선수는 전혀 흔들림이 없는 선수이며 성적에 절대 일희일비 하지 않으며,
또한 뚝심이 장난이 아니어서 곰처럼 묵묵히 게임에 임한다고.... 그리고 그는 결코 경기를 앞두고 초조해하지
않으며 경기가 끝나도 골프스틱을 놓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흔들리지 않게 하는 탁월한 재능이 있으며 그의 그런 마음의 힘은 어떠한 난관도
아주 느긋하게 헤쳐나갈 것이라고.... 그래서 늘 그가 부러웠다"고.....
마음이 여리고 매사에 초조함을 잘 느끼는 그는 이제 골프를 포기했다.
경기를 앞두고 눈 앞이 캄캄해지는 그런 가슴 떨리는 현상을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고 한다.
왠지 마음으로 이해가 간다.
성공의 비결은 어쩌면 평상심과 초심을 놓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 때 했었다.
그리고 어제 그 찬란한 김연아의 경기를 지켜보며 그녀의 아름다운 아이스 쇼 보다는
어린 나이에 그만큼의 결실을 보여주는 의지와 연습과정을 막연히 떠 올리며 에미 같은 마음으로
그녀가 안쓰럽고 대견하고 기특했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를 통해 그녀가 이번 경기에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감을 갖고 얼음판 위에 서게 되었다는 말을 들으며
갑자기 잊고 있었던 양용은 선수가 생각이 났다.
그들은 그런 공통점을 가지고 있구나....
나는 예민한 사람이다. 그런 나 스스로가 힘겹고 지칠 때가 많았다.
세월이 갈수록 나의 예민함을 두루뭉실하게 만들고자 노력했지만 지금도 순간순간
예민함이 마음의 칼날을 곤두세우게 하는 일이 더러 있다.
성공이란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유지 할 수 있을 때 찾아오는 결실일지도 모르겠다.
성공이란 내가 스스로 나를 빼앗기지 않고
온전히 내 안으로 몰입하고 나를 놓치지 않을 때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싶다.
또한 성공이란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그냥 그 자체를 기꺼이 즐기는 것은 아닐까 싶다.
나는 이제부터 무엇을 흔들림없이 다져가고 지켜가야 할지에 대해
오늘 내내 마음의 화두로 삼으며 찾고 또 찾으며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