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에서 60년 전통의 돼지고기 불백 배신식당이 있다고 들었는데 평상시도 먹기 어렵지만
요리사 백선생의 삼대천왕인가 뭔가 하는 프로그램에 뜨고부터 먹는게 하늘에 별 따기 보다
힘들다는 배신리에 밥때를 일부러 피해서 오후 5시에 도착했더니 입구부터 사람들이
서성거리는 듯 보여 허겁지겁 바깥에서 한 이십분 줄서서 기다려 드디어 식당에 들어갔다.
테이블에 앉아서도 면벽좌선 족히 1시간을 기다려야 요리가 나오니 도를 닦지 않는 사람은
제 성미를 못이겨 딱 뛰쳐 나가기 십상일 정도, 음식의 회전율이 최악이었다.
유명한 맛집에서 오래 굶었다 먹는 음식맛이 없으리야 없겠지만 대체로 이런 식당은 오직
꼭 먹고 말테야라는 절대사명자만 오기에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붐비고 시끌벅쩍하다. 번드레한 식당도 아닌 시골집임은 두말 하지 않아도 잔소리이다.
소금구이 한 접시와 양념구이 한 접시 두 맛을 보기위해 동시 주문을 넣었다.
특히 배신식당에서 요리가 맛있다고 먹는 도중 '추가'를 시키면 핀잔을 감수하면서도
추가 절대로 안된다는 주인장의 엄명을 다시 마음에 되새겨야 한다.
도대체 인내심을 발휘하고 기다려 가면서 먹어야 할 정도로 맛이 있다는 말인가.
물론 '별루이다' 와 '명불허전'이란 양쪽 사이드 품평이 나온다는 것도 유명 맛집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먼 거리를 달려와 줄을 서서 먹는 맹렬한 투쟁심을 꺾을 만큼
맛이 없지는 않다.
배신식당의 불백은 부산과 경남의 기사식당에서 조리하는 방식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자갈치,
충무동, 부평동에는 빨간 프라스틱 바가지에 양념한 고기를 철판에 구워 정식과 함께
내놓는 요리가 일찍 발달했었다. 단 여기와의 차이는 연탄 불 위에 석쇠를 구워
불맛을 가미하였고, 좀 더 진한 고추장 양념맛을 얹었다는 정도이다.
그러나 먹다보니 확연한 한 가지의 맛을 더 알아차릴 수 있었는데, 돼지의 비계 육질이
단단하여 꼬들꼬들할 정도였고 오히려 족발보다 꼬들함이 세다고 말할 정도였다.
즉 비계의 씹히는 맛과 석탄의 불맛, 여기다 진한 양념의 삼박자가 가져오는 밸런스였다.
쾌락의 법칙보다 죽음의 충동이 강하다고 하는데(Death is all mighty.) 요즘 현대의 건강
강박증으로 말하자면 암유발 물질의 덩어리라는 모든 조건을 골고루 갖추었다.
그것을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살아 있는 유정체에게 맛이 가져오는 쾌락과 중독의 맛이
병의 불안을 이겨내며 찬연하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 맛만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겠다는 것이 배신식당이라고.
첫댓글 배고플때 먹는 음식이 최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