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는 듯 꼬인 말
최 병 창
이젠 좀 천천히 살고 싶은데
이런 시골구석에도
여기저기 고속도로가 생겨나고
산길도 뚫어서 고속터널을 만들었네
불면으로 외출을 나온
꼬부랑 옛길도 직선도로가 뚫렸다 하고
신호등으로 순서를 기다리던
건널목도 회전교차로로 바꿔 놓았다네
빨리 간다고 그림자가 길어지는 것도 아닌데
지금은 어디서나 빠르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 같아
밥숫깔도 두 손으로 치켜들어야 했네
빠르게 맞춰 달리다 보니
다리는 자꾸만 꼬이고 생각도 꼬이다가
어젯밤엔 새로 생긴 고속도로에서
5중 추돌 사고까지 났다고 하니
해방된 값을 톡톡히 치르고도 남겠다 싶은데
이름하여 겉 날개와 속 날개
모두를 동원하여 나는 셈이 되었지만
날고 보니 예전의 거기가 거기였고
지금의 여기가 여기였으니
그래도 나는 지금껏
느리고 느리게 천천히 살고 있다네
풀리는 듯 꼬이는 혓바닥의 말 그대로
아무 데서나
맛볼 수 없다는 쓰디쓴 소태맛으로.
<2023.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