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산2012 2012/10/01 문경골프장 입구-680고지-운달지맥 안부-전망대-단산-배너미산-부운령-마성 신현리 버스 승하차장
문경의 산 중 오지를 찾는다는 건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산길을 가는 것으로 내나름의 개념을 정리하고 월 1회 이상을 그런 산행에 전념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순토 산악용시계 벡터도 따로 구입하고 내가 몸 담은 문경을 연구하기도 한다. 목요일마다 문경 엤길 박물관 대학 수강도 하면서 차츰 문경의 산에 깊이 빠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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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읍 고요리 동우점을 지나 골프장 넘어가는 고갯마루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첫 기점을 잘못 잡아 첫봉우리까지는 길이 아닌 길을 따라 가다가 첫번째 봉우리에서 노란 리본을 만난다. 능선은 어는 산이나 사람이 아니래도 산 짐승들이 길을 일궈 희미하거나 넓거나 길이 제공된다. 봉명산을 지나 운달지맥까지 연결되는 봉명산줄기는 골프장입구에서 아스팔트길로 분리가 되나 금방 운달의 작은 가지로의 소임을 다 한다. 내려다 보이는 골프장에는 여유로운 사람들이 꽤 많아 보인다. 누구나 삶이 다 다르지만 우리는 지금의 내가 제일 행복하다는 여유를 가지지 못하게 들쑤시는 사람이 많다. 모든 게 내 마음인 걸. | ||
태풍이 지나가고 산이 습기를 머금어 조금 풍요로울 것으로 생각되는데 벌써 가뭄의 기색이 역력하다. 바람이 습기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싣고 달아나기도 하기에 자연의 언어는 무식한 우리가 해석하기 점점 더 어렵게 한다. 능선 길은 활엽수들이 대부분이고, 다양한 숲 모양을 보여 준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도 더러는 있는가 보다. 아무 글씨가 새겨져 있지 않은 빨간 리본이 나를 앞질러 간다. 길을 찾기 쉬워진다. 패러글라이더 장을 지난 운달지맥을 만날 때까지는 계속 오름이지만, 워낙 길게 늘어진 능선이기에 완만한 경사를 시름시름 오게 한다. 운달 지맥과 만나자 리본의 수가 왕창 불어난다. 지금까지 온 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사람들의 흔적이다. | |
전망대에 선다. 이제까지 숲과 언덕으로 닫힌 공간에서 가슴이 시원한 전망이 트인 산줄기의 돌출부분 바위에 서니 백두대간과 운달 지맥, 그리고 이어지는 무명의 산줄기까지 한 눈에 든다. 파란 하늘에 덤성덤성 떠있는 흰구름의 운치를 만끽하면서 산의 파노라마를 잡아본다. | ||
멀리 운달산과 이어지는 성주봉의 날카로운 바위 봉우리가 도열을 하고, 할공장의 패러글라이더가 하늘을 수놓아 점점이 새의 날갯짓을 꿈꾸는 이들이 휴일을 즐긴다. 우리는 지상의 높은 곳을 가지만 그들은 지상을 넘어 하늘을 날고 있다. 1000고지 미만의 산줄기이지만 문경의 중심 뼈대인 만큼 보이는 건 문경의 사방 경계 모두이다. 참 볼만한 풍경이다. | |
운달지맥의 하부 줄기 중 가장 높은 봉우리에 선다. 단산에서 산북내화의 숫돌봉과 천주산, 경천호의 국사봉너머로 소백산까지 줄줄이 늘어선 산릉들이 은은한 파도를 친다. 말없이 풍경을 따라가면 나는 어느세 그 산릉이 이루는 고을마다의 백성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 맑은 물이 흐르고 산의 발목 쯤 자그마한 집을 짓고 둘레에 일군 논밭 몇 마지기에 온갖 곡식과 채소를 심고 살아가는 산골의 순박한 삶이 눈에 보인다. 점심을 먹으면서 자연을 닮은 산골 삶을 생각한다. |
숲은 늘 자유를 표형한다.인공조림이 아닌 숲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가지가 이리저리 어우러져 무질서한 것 같아 보이면서도 햇빛을 받는 부분의 공평한 질서를 볼 수 있다. 단산에서 배너미산까지 능선은 작은 내림길이다. 운달지맥은 배너미산을 중심으로 선암산을 지나 영순의 달봉산으로 이어져 낙동강에 발을 드리우는 주능선과 부운령에 오정산을 거쳐 진남교에서 영강에 발을 담그는 가지로 나뉜다. | |
사람의 손이 가지 않은 아름다운 나무들 틈을 빠져 나가다 전망대에서 지나온 길과 나아갈 길을 본다 단산에서 부드럽게 나를 따라오는 능선이 꿈틀거리는 듯 생기가 있고, 내가 가는 능선이 멀리 오정산을 향해 용트림하는듯하다. 좌우로 보이는 문경의 두 면은 사람들의 삶의 모습까지 다르도록 자연이 분리된다. | ||
종점인 부운령이다. 여기서 동쪽으로 가면 문경시 호계면 부곡리이고 서쪽으로는 마성면 외어리로 가는 임도 잿마루에서 목을 축인다. 제법 긴 능선을 돌아 인공의 도로에 앉으니 외어리 쪽으로 시멘트길 10여 킬로미터가 산갈보다 훨씬 무거운 중량감을 느끼게 한다. |
그러나 어쩌랴. 길은 내가 갈 목적지까지 길건 짧건, 바닥이 어떤 것이든 내 발걸음에 의존해야 하는 걸. 타박타박 산구비를 돌린 도로를 따라 걷는다. 산불진화나 비상로로서의 임도지만 모든 차량이 산릉까지 오르게 하여 길가에는 군데군데 차를 세워두고 산의 산물을 얻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게 한 셈이다. 쉽게 깊은 산까지 접할 수 있고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산의 산물까지도 쉽게 옮길 수 있으니 산을 발가벗긴 셈이 아닌가. | |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고 길옆의 개울을 끼고 내려오다 첫번 째 다른 소 계고의 합류지점에는 개인의 굿당인듯한 건물이 계곡주위를 장식한다. 목줄을 매지 않은 커다란 세퍼트가 길을 떡하니 지키고 있고 인기척은 없으나. 여기저기 촛불을 켜고 기도하는 대를 여러개 만들어 놓았다. 가장 상류의 굿당은 정신적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을지 모르나, 흐르는 물이나 가만히 있는 산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까. 두개의 계곡 합류점이 다소 어수선하다. |
바위를 집삼아 살아온 담쟁이의 가을과 봄부터 전력을 다해 만든 가을 꽃이 겨울을 예고한다. 식물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살고 또다시 봄을 기다리는 동면에 들 것이고 그에 앞서 찬란한 삶의 모습을 보이는 게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삶은 아름다운 것이고, 그 모습들이 나름의 개성을 보일 때 세상에서 으뜸으로 사는 삶이 아니랴 2012/10/10 경북 문경 산북의 산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