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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서운산에서(547m)
어디로 : 산평초교-탕흉대-서운산 정상-은적암-청룡사
언제 : 2005. 8. 7일 (일요일)
누가 : 백면서생 혼자
날씨 : 맑음
백면서생 : 여보 아침먹고 서운산이나 댕겨 올까 싶은데?....
우렁각씨 : 그럼 점심 자시러 들어 오실꺼유?....
백면서생 : 띠~용??....(속으로 : 아니 내가 뭐 축지법 쓰는 홍길동이여?....하기사 자기는 발빨이 쎄니 점심 먹을 시간에 맞춰 집에 들어 올지도 모르지만 저야 어림없는 수작이지요....)
그러나 서운산은 집에서 20여 킬로미터 남짓....아내가 점심 운운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싶게 가까운 산이라 저도 내심으로는 집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을라나 싶어 얼음물 한 통, 캠벨포도 한 송이, 수밀도 두 알만 달랑 걸망에 넣고 반 바지와 반 팔 차림으로 나서지만 그래도 행여 산중 귀인을 만나면 라면 국물이나 쐐주라도 일잔 얻어 마실수 있을꺼 라는 얄팍한 뻔데의 심정으로 그냥 나귀에 올라 탑니다.
서운산을 오를라 치면 청룡사나 석남사, 배티고개에서 올라가는 전형적인 산행코스가 있지만 오늘 저는 언젠가 인터넷에서 읽어본 산평초교에서 올라가는 사라진 옛길을 더듬어 보고 싶어 산평초교 담자락 옆에 늙은 나귀를 매놓고....)
참!...제목을 만만한 서운산이라고 한 것은 서운산이 홍어의 거시기 처럼 저한테는 만만했기 때문입니다. 왼고하니?....사실 홍어 거시기라는 말을 저처럼 실감있게 이해하고 있을 사람이 별로 없을성 싶어 50년전 추억의 편린들을 둘쳐 볼랍니다...
제가 태어나 탯줄을 묻은 곳은 전라도 군산입니다. 원래 군산은 전라,충청지방의 풍성한 농수산물의 집하장으로 물산이 풍부했을 뿐아니라 왜정때는 김제, 만경, 옥구 평야의 미곡을 수탈해가기 위한 왜놈들의 전초기지로 부두와 항만 시설이 제법 웅장했드랍니다.
간만의 차가 심한 서해바다의 특성상 상시 배를 접안 시키기 위한 철부교(일종의 도크-간조때는 부교가 내려가고, 만조때는 올라가는)가 서너개 있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 고정식 목교가 두어갠가 있었는데....
그 목교에서는 비인도이나 선유도로 섬사람들과 일용품을 싣고 위태위태 흔들거리면서 서해바다로 나가던 황포돛배가 있었습니다.....
그 목교에서 꼬맹이가 대나무 막대기에 무명실로 낚시대를 만들어 눈먼(?) 망둥어 몇마리 잡아다가 엄니 갔다 드리면 어이구?...막뚱이가 괘기 잡아왔어?...하며 된장 풀고 생선국(?) 끓여주시던 엄니의 환한 얼굴이며...
선창에서....째보선창에서...째보선창은 김주영님의 유명한 객주 4편(외장)에도 등장하는 곳인데 부둣길 따라 선술집들이 쭉 늘어서 있었고... 선창의 지형이 째보처럼 찢어졌던 것 같아서 그렇게 이름을 붙였나 본데 그 당시에는 째보(토순)로 태어나서 성형수술을 못하고 지내는 불운한 애들도 더러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선술집에서는 술취한 부두 노가다나 어부들의 능글능글하고 음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주모의 걸쭉한 욕소리가 뒤섞여 들려 왔는데... 그 선술집 처마밑에는 하나같이 홍어들이 주렁주렁 걸려 있었지요...
입이 심심하고 근질근질한 부두 노가다나 껄렁껄렁한 사내들이 호주머니에 넣아 가지고 다니는 떼캐칼을(접는 칼)꺼내 홍어의 거시기를 썩뚝 짤라 입에 넣고 우물우물 했었드랬지요....
그러면 주모는 어이구? 저눔의 육실헐놈이 또 짤라 먹네!...하면서 궁시렁 거렸고....지금이사 홍어가 귀물이 돼서 한 마리에 수 십 만원씩 하지만 그때는 홍어가 싸고 흔하고 크기도 엄청나게 컸습니다...
짐자전거 짐받이에 새끼줄로 아가미를 엮은 애기 포대기 만한 홍어를 땅에 질질 끌고 가는 아저씨의 의기양양한 걸음걸이하며... 홍어의 배를 가르면 위장에서 채 소화되지 않은 눈알이 또릿또릿한 황새기야, 병어야, 칼치야, 밴댕이야....
그리고 붉으스레하며 히덕스거리한 "애"라는게 있는데...이놈을 신 김치와 함께 얼큰하게 지져 밥에 쓱쓱 비벼 먹으면 그 맛이 기름지며 고소해서 과히 싫지 않았는데 요즈음은 그 애를 쌩으로 먹는 식도락가도 있답디다.
그 때는 뭣도 모르고 애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홍어의 간이었지 싶은데 국민학교때 외워 두웠던 이순신 장군의 우국충정 옛시조가 생생하게 기억되는 그런 애 였습니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않아 긴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중에 어디선가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09:10 산평초교
09:30 사과밭
09:50 고묘1기
10:10 고묘2기
10:35 앗! 영지 버섯이다
11:07 앗! 이건 으름이다
11:25 헬기장
11:30 탕흉대
11:50 좌성사
12:25 서운산 정상
12:40 은적암
14:00 산평초교
14:20 안성 5일장
15:00 집
▲서운산을 머리에 이고 있는 방학중의 조용한 산평초교입니다만, 잔디 운동장을 가지고 있는 초등학교는 모르면 몰라도 안성의 산평초교가 전국에서 유일할 것 같은데?...선생님과 학생들의 정성이 저한테는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잔디....얼마나 평화롭고 포근한 우리 말입니까?... ▲이육사의 청포도가 저절로 생각나는 그런 정경입니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을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아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사과밭에서 귀인(?)을 만납니다.... 산평초교옆 아스팔트 포장길을 잠시 걸어 들어가니 후덕하게 생기신 할아버지가 고춧대를 손보시고 계실길래 짐짓 점잖케....아저씨? 이쪽으로 가도 서운산 갈 수 있지요? 하니....저기 능선까지만 붙으면 서운산에 갈 수 있지만 글세, 능선까지 가는 길이 삽삭허니 안좋을껄?....하는 말씀을 귓전에 흘리고 올라오니 부지런한 할매가 사과밭을 손보시다가 저를 보고....
할매귀인 : 아니?...뉘 시간데 이쪽으로 오신다요?...
백면서생 : 서운산에 갈려고요...
할매귀인 : 서운산은 저쪽으로 가야 하는디?....
백면서생 : 청룡사쪽으로는 많이 가봤는데요...이쪽으로도 올라 갈 수 있다고 아랫쪽에서 영감님이 말씀하시던디요?...
할매귀인 : 옛날에는 있었는데 요즘은 길이 다 없어졌을틴디?...저쪽으로 돌아가 보슈?...
백면서생 : 남의 과수원을 밟고 지나 가자니 여간 조심스러워서요?...
할매귀인 : 괜찮아유...
백면서생 : 하이고?... 이렇게 좋은 과수원을 가지고 사시니 얼마나 행복하시겠습니까?...
라는 덕담을 해드리고 과수원을 가로질러 산행초입을 찾을려니 잡풀과 넝쿨이 우거져 어디가 올라가는 길인지 도통 알 수가 없어 헤매고 있는데 할매가 걱정되시는 듯 다가 오시면서...
할매귀인 : 여기쯤인데 처음만 헤치고 나가면 그럭저럭 괜찮을틴디?...그렇지만 그런 옷차림을 하고서 어떻게 갈라고 그런다우?.....
라며 저의 반 바지 반팔 차림을 걱정스러운 듯 쳐다 보십니다....
▲초입의 망게넝쿨, 억새풀, 아카시아, 그리고 이름모를 까시 넝쿨을 헤치고 올라오니 이때는 좀 걸을 만 합디다... ▲신경수, 송영희 부부팀은 이런 길을 수도 없이 헤매고 다녔을 테니 그분들의 집념에 진중한 경의를 표합니다....
▲더러는 이름 모를 버섯도 만나고.....
▲어설프고 가련한 도라지꽃도 만납니다..... ▲언제 어느 산악회에서 매달았는지 퇴색한 표지기가 그나마 사람이 다녀 갔다는 흔적을 보여줍니다. . ▲임자 잃은 고묘 1기를 지나서.....
▲솔갈비 속에 자란 버섯이 혹시 송이는 아닐랑가?..... ▲잠시 시야가 트인 곳에서 산평리 마을을 내려다 봅니다.....
▲헬기장에서 애기 원추리도 보고.... ▲다시 고묘 2기를 지납니다.... ▲최근 자주 내린 비로 제철 만난 버섯이 여기저기 자주 눈에 띄입니다.... ▲푹신한 솔갈비 속에서 급기야 호랑나방 같은 영지버섯을 만나 산중 귀물을 친견하게 됩니다.. ▲이런 곳을 헤치고 왔으니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는 말이 적실합니다.... ▲앗?...으름이다...(여기까지 기를 쓰고 올라 왔는데...조오기 위에 슬레트 지붕이 설핏하게 보이고 두런 두런 사람 말소리가 들리길래 그래! 인제 되았따 싶어 수풀을 헤집고 올라가려는데 모습도 안보이는 개가 얼마나 무섭게 짖어대든지 간이... 아니 애가 쪼그라 붙어 엇뜨거라 싶어 다른데로 도망갑니다...) ▲매미의 탈바꿈입니다.... ▲이제 헬기장에서 황금마타리를 보니 한시름 놓입니다.... ▲가슴을 씻어낼 만큼 훌륭한 조망이라는 탕흉대는 허풍의 극치입니다...전혀 조망은 꽝!!!.. ▲그렇잖아도 시력이 가물가물한데 너무 높이 달려서 읽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좌성사의 여승은 많이 쇄약해 지셔서 서운정의 보살핌도 힘에 부치는 듯 싶었습니다.... ▲서운산 정상을 향하여.... ▲석조여래입상의 왼손 바닥이 좀 해학적인거 같습디다... ▲석조여래입상의 해설... ▲좌성사 산신각과 대웅전... ▲왕거미는 잠자리를 포승줄로 포박중입니다(좌성사에서...) ▲좌성사 요사체에서... ▲스텐레스 강판으로 제작한 좌성사의 샘터 뚜껑이 바위의 요철과 거의 딱 맞습디다.... ▲하찮은 보시 일망정 연출이 아닌 실제 상황이길 바랍니다.....(샘터 위의 석불) ▲서운산의 조망은 별로지만 그래도 노송들의 자태가 쏠쏠한 재미를 줍니다...... ▲무식하면 손발이 고달프다드만 반 바지 입고 가시 넝쿨에 씰린.... 에고고?...불쌍한 내 종아리여!!!....미안하데이.... ▲정상에서(1).... ▲정상에서(2).... ▲정상에서(3).... ▲은적암에서 만난 상사화.... ▲벼락맞아 자빠진 고목의 나무 통속에 흰 버섯 하나 대롱대롱.... ▲엇따 무시버라!!...올뺌이가 저를 노려보는 줄 알았습니다..... ▲오늘은 여러 가지 버섯을 만났습니다..... ▲어젯밤 광풍폭우가 몰아치드만 오늘은 수량이 제법입니다... ▲단정하고 정갈하게 차려논 좌판이 보이길래 반가운 나머지 냉막걸리도 있슈?...하니 아줌씨는 키득거리면서 이거 파는거 아닌디요?....이런 젠장 맞을!!!...포도 1개, 수밀도 2개, 얼음물 1통으로 허기를 때우고 댕겼으니 배가 고파 눈이 뒤집힐 지경인데?....입으로는 못먹어도 눈으로라도 먹고 가자고 카메라를 디밀으니 아줌씨는 웃으면서 한쪽으로 비켜나 앉습니다....ㅋㅋㅋ
▲명불허전!!!...도로 앙편에 드넓은 포도밭은 안성포도의 진면목입니다... ▲산평초교 교정의 돌탑은 꼬맹이들에게 평생 아름다운 추억이 될테지요... ▲쎄잉 굳빠이!!!... 또 보입시데이!!!.... 안성 5일장에 들려 청국장 2덩이, 열무 2단, 가지 열 댓 개 싸들고 집에 옵니다. |
첫댓글 으흐 억!! 잘 나가시다 마즈막판에 삼천포로?? 매형... 이거 산행기 맞심미까? 이거 산행이 아니라 순전히 장보러 가신 거 아닌감유? 내 참참참... 기가 막혀서...
아니?....경추 디스크에 왼팔 마비증상 어쩌구 해서 디립다 놀랬드만?...자판은 뚜둘길 만한 갑지요?...그 닥새 댓글을 쓰시고?...옥체를 진중하게 보합소서...선사니~임~~~~~~
제가요. 본래 독수리 거덩요. 오른쪽 부리는 아직 괜찮심미다. 단 시프트키 눌릴 때 그시기로 해야하니 애로사항이 있을뿐입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