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2013학년도 논술중심전형의 불편한 진실
김준기
청어람학원 대표원장
오렌지스쿨 대표
입시전문가
2013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마감되었다. 2013학년도 주요대학의 수시경쟁률은 전체적으로는 평균 20대 1로서 2012학년도에 비해 평균 30% 이상 하락하였다. 수시 원서 접수 전까지 각종 입시전문기관들이 ‘천장효과-기존에 한 명당 평균 3~5개 정도 지원하던 수험생들까지도 한계치인 6개를 모두 채우려는 것’등을 말하며 수시 경쟁률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작년에 비해 수시모집 경쟁률이 낮아진 주요 원인으로는 첫째, 1인당 수시 지원 횟수가 6회로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작년 수시모집에 있어서는 지원 횟수에 대한 제한이 없었고 정부의 ‘쉬운 수능’ 방침에 따라 수시모집에 대한 막연한 기대심리로 수험생들이 1인당 7~8개 대학에 중복 지원하거나 이른바 ‘묻지마’ 원서 접수로 인한 무분별한 수시지원이 많았다. 둘째, 충원 합격자도 등록의사와 관계없이 정시 및 추가모집에 지원할 수 없게 한 점도 소신 지원을 유도해 경쟁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쟁률이 높아지면 입학성적이 높아지고 경쟁률이 낮아지면 입학성적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수시에서 기록한 20대 1이라는 경쟁률이 매우 높은 통계수치라는 것과 작년 수시모집에 있어서 ‘허수’지원이 많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2013학년도의 수시모집 실질경쟁률은 작년과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대학별 수시모집 경쟁률은 고려대 24.9대 1, 서강대 29.3대 1, 성균관대 28.3대 1, 숙명여대 15.8대 1, 연세대 15.3대 1, 이화여대 11.2대 1, 중앙대(서울캠퍼스) 23.9대 1 등이다. 이중 건국대 수시모집 경쟁률이 22.7대 1로 지난해(48.2대 1)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또한 지방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서울 시립대도 지난해 50.19대 1에서 19.77대 1로 경쟁률이 크게 하락했다. 서울시립대의 경우 수능 최저 학력 조건이 높은 데다 학생부 중심 전형이 낮은 경쟁률을 보였기 때문에 경쟁률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시모집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학생부 중심 전형’에 비해 ‘논술 중심 전형’의 경쟁률이 높게 나타났다. 학생부 중심 전형은 이미 산출된 성적(5학기)을 근거로 지원을 하기 때문에 소신 지원이나 하향 지원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수시 모집의 논술 중심 전형은 학생부 영향력이 적고, 내신 실질 반영률이 낮기 때문에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충족시키기만 한다면 논술을 통해 역전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수험생들에게 마지막 대안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명심할 것이 있다. 바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오해와 논술 전형의 ‘불편한 진실’이다. 대다수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논술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학생들의 논술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논술전형에서 중요한 평가 요소는 수험생의 논술 실력일 것이다. 하지만 주요 대학에서 실시되는 논술 전형을 분석해보면 논술 실력만으로는 합격의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주요대학의 수시모집 논술전형은 우선선발과 일반선발로 나뉜다. 우선선발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통과한 지원자들 중에서 모집인원의 50~70%를 학생부 30%+논술 70%로 선발하는 대학이 많으므로 수능 최저학력기준 통과 여부와 논술고사가 당락을 좌우한다. 그런데 우선선발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생각보다 상당히 높다. 연세대학교 인문계열의 우선선발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언어, 수리, 외국어 모두 1등급이고 자연계는 수리[가], 과학탐구 모두 1등급이다. 이 정도 성적이면 정시로도 충분히 갈 수 있다. 말이 최저학력이지 최고학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우선선발은 결국 학생부, 논술 실력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고 수능점수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말 그대로 무늬만 논술전형인 셈이다.
물론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통과한 지원자들 중에서 모집인원의 30~50%를 학생부 50%+논술 50%로 선발하는 일반선발의 경우에는 학생부와 논술고사 모두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최저학력기준도 연세대학교의 경우 인문계, 자연계 모두 언어, 수리[가], 수리[나], 사회탐구, 과학탐구 영역 중에서 3개 영역 2등급이내이다. 우선선발에 비해 비교적 낮은 수능등급을 요구하는 셈이다. 따라서 우선선발에 비해 수능자격조건을 충족한 수험생들이 많을 것이고 당연히 경쟁률은 매우 높을 것이다. 2012학년도 연세대학교 일반전형의 최종 경쟁률은 60.78대 1(833명 선발 / 50,627명 지원)이었으므로 모집인원의 10명인 학과에 600명이 지원했을 때, 우선선발로 모집인원의 70%인 7명을 선발한 뒤 593명 중에서 3명을 선발하는 것이므로 실질 경쟁률은 198대 1로 경쟁률이 세 배 넘게 오르게 된다. 198명과 경쟁해서 이겨야 논술전형에서 합격의 영광이 주어지는 것이다. 수험생들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려운 게 일반선발 논술전형인 셈이다. 우선선발은 최고학력을 요구하고 일반선발은 경쟁률이 너무 높고 이것이 바로 논술중심전형의 현실이다.
수험생들이여, 논술중심전형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면 현실을 직시하고 남은 기간 동안 수능에 올인하라.